종교개혁부터 포스트휴먼시대까지 ‘인간과 미래’를 논하다

김신의 기자 입력 : 2017.09.11 19:33

제 4회 한독 신학 심포지엄 장신대에서 열려

한-독 신학 심포지엄
▲제4회 한-독 신학 심포지엄이 8, 9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김신의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와 독일의 튀빙엔대학교(이하 튀빙엔대), 서울신학대학교(이하 서울신대)가 공동의 신학적 주제를 중심으로 발표하는 국제 학술대회인 ‘제4회 한-독 신학 심포지엄’이 9월 8일부터 9일까지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과 여전도회 기념음악관에서 열렸다.

주제는 ‘종교개혁의 인간과 미래’이며, 독일 튀빙엔대의 틸리(Michael Tilly) 교수와 위르겐 캄프만(J. Kampmann) 교수, 서울신대 황덕형 교수, 장신대 윤철호 교수와 안윤기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기독교사상 윤철호 연구부장의 개회사에 이어, 임성빈 총장은 “이번 심포지엄이 지난 500년을 되돌아 보며 반성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500년 인류의 미래를 신학적으로 숙고하게 되는 신학적 담론의 장이 될 것”이라며 “지금 시대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새롭게 계승하고 적용시킬 뿐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인류의 미래를 신학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계시에 책임적으로 응답해 하나님 나라의 미래에 함께 참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서울신대 노세영 총장은 “신자 수는 감소하고, 교회는 사회 속에서 사회적, 종교적 역할을 잘 감당해 내지 못함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신학교육에 있어서도 새로운 신학교육의 패러다임이 요구되기도 한다”며 “500년 전 교회의 위기상황을 직시하며 성서적 기독교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유산을 재발견하고 작금의 교회를 개혁하고 갱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성찰하고 발견하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한독심포지엄
▲(왼쪽 부터) 현요한 교수. 미하엘 틸리 교수. 위르겐 캄프만 교수. 윤철호 교수. 박성규 교수. ⓒ김신의 기자
이후 튀빙엔대의 미하엘 틸리 교수(튀빙엔대 학장)는 “그리스도교의 미래가 하나님의 선한 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돼 나갈 뿐 아니라, 이 땅 가운데 신앙인들의 일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공동의 신학 연구와 기도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인사말과 함께 첫 번째 발제문을 발표했다.

틸리 교수는 ‘종교개혁시대의 교리차이들과 그 성서적 근거확립’이란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가톨릭, 루터교, 개혁교회의 교리와 전통을 살펴보면서 서로 맞닿아 있는 점과 구분되는 점을 기독교 신앙과 교회적 삶의 일련의 중요한 관점들에 기대어 전개했다.

틸리 교수는 종교개혁가들의 교리를 비교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원래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전하며, 가톨릭과 개신교 신앙공동체 사이의 교리 차이뿐 아니라 루터 교회와 마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장 칼뱅의 교리를 ‘교회’, ‘규범과 전통’, ‘성서’, ‘성례전’, ‘세례’, ‘예배’ 등에 있어 비교 분석했고, 성경 속 ‘바울’의 교리 또한 살폈다. 그러면서 틸리 교수는 “모든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을 교파형성의 시기에 상호 밀접하게 연결시켜 주었던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바른 이해와 바른 실현을 위한 씨름’이었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장신대 윤철호 교수는 ‘포스트휴머니즘과 기독교 신앙’란 주제로 과학의 혁명적 발전이 가져올 인간의 새로운 미래를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지에 대해서 발표했다.

먼저 윤 교수는 ‘포스트휴먼(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더 이상 인간 종을 대변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변화돼 인간 이후의 상태가 된 존재: 생명공학에 의한 복제인간, 사이보그공학에 의한 기계화된 인간, 비유기물공학에 의한 인간화된 기계-편집자 주)’과 ‘포스트휴머니즘(포스트휴먼을 긍정하고 지향하는 사조 또는 운동-편집자 주)’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포스트휴먼시대의 도래를 예언하는 대표적인 미래학자 중 레이 커즈와일(『특이점이 온다』저자)이 전망하는 포스트 휴먼 시대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또 포스트휴머니즘와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 주장을 펼친 이들의 의견을 함께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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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윤 교수는 과학혁명 이후 5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불명예스러운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진보는 오히려 정신적, 영적 빈곤, 소외와 무의미성·공허함으로 인한 고통, 높아지는 자살율들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가속도로 달려가는 과학기술 열차를 멈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윤 교수는 “포스트휴머니즘이 인간의 유한한 한계를 부정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불멸과 영원을 획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유사종교적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궁극적 대안은 과학이나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 시대에 포스트휴머니즘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신학적 주제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섭리’,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 ‘유한성과 은혜의 원리’를 중심으로 기독교 신앙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튀빙엔대 위르겐 캄프만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관점들과 그 지속적인 의미’를 주제로 ‘루터’를 포함해 ‘종교개혁의 각인된 인상들’에 대해 설명하며 ‘종교개혁’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했다. 캄프만 교수는 “일반적인 이해에 따르면 ‘개혁’은 어떤 관심사가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방식으로 새롭게 정렬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종교개혁의 목표설정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종교개혁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하나님과, 그에 대한 믿음, 거룩과 영적인 관심사들을 다시 세우고자 했다”고 했다.

캄프만 교수는 종교개혁가들의 핵심 키워드인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예수’와 함께 마틴 루터 소요리 문답(1529) 사도신조의 세 번째 항목(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그리스도의 교회를 믿습니다: 내가 나를 믿는 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의 편에서 믿음과 신뢰를 일으키셨다)을 언급하며 “교회는 이 관점을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하며 일치된 실천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종교개혁 관점에 영향을 받아 변화된 교회의 삶과 성례전, 생활형식, 경제, 사회구조, 정치 현실들을 살피며 종교개혁가들이 ‘미래를 위한 종교개혁적 관점’을 확보하기 위해 교황의 칙서모음집(Dekretalien)과 교회법(Kanonisches Recht)을 불태우고, 새로운 교회 법질서를 실행한 점과, 이 관점들을 미래에도 기억하고 유지시키기 위한 발걸음들, 예를 들어 학교를 세우고, 찬송가를 쓰고, 요리문답과 신앙고백서들을 만들어 낸 일들을 사진자료를 이용해 살폈다. 캄프만 교수는 “종교개혁적인 관점들의 지속적이면서도 미래를 위하여 보존되어야 하는 의미가 본 발제의 주요 관건”이라고도 덧붙였다.

세계인권선언
▲세계인권선언. ⓒ위키백과

9일 일정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신대 안윤기 교수는 ‘미래에도 인간 존엄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안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미래학 담론을 주도하는 학자들의 인간관이 지나치게 유물론적이어서, 그들이 인간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에 미흡한 점”과 “인간의 존엄성을 거론할 때 그 존엄성 개념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점”이 강의를 준비하게 된 배경임을 밝히며 ‘인간 존엄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포스트 휴먼’에 대한 우려에 비판적으로 맞대하고자 하는 목적임을 밝혔다.

먼저 안 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법과 함께 “인간 존엄성은 오늘날 전 세계 도처에 울려 퍼지는 외침이자 증명이나 설명 없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수긍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시대의 최고의 신앙고백”이라며,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알파고 사건과 인공지능 왓슨의 진료, 유발 하리라의 주장, 인공지능을 넘어 생체조직 프린팅, 자가변형 기기, 맞춤형 아기, 합성생물학에 기초한 사이보그와 포스트휴먼 사회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고 유물론적 존재론, 경험주의적 인식론에 입각한 주장은 “우리 영혼이 가진 많은 특징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존엄성’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동되는 외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지는 내적 가치이자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이 존귀하다는 것은 인간을 존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실천명령”임을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임마누엘 칸트’의 주장, 즉 자기의식과 이성을 가진 초월적 주체로서의 인간과 자유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한 도덕법칙에 복종하는 윤리적이며 도덕적 인격의 인간에 대해 살폈고, “칸트의 실천철학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존엄성은 가능성과 의무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존엄성은 양화되어 비교될 수 있는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라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고 인간의 책임을 더욱 자각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을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라고 전했다.

장칼뱅존웨슬리
▲장 칼뱅(Jean Calvin)과 존 웨슬리(John Wesley). ⓒ위키백과

마지막 발제를 맡은 서울신대의 황덕형 교수는 ‘인간은 자유로운가? – 예정과 성화’를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황 교수는 성서에 입각해 “성서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자로 피조됐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죄와 사망의 그늘에 빠져 본래적 자유를 잃고 죄의 노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구원의 사건은 다름아니라 이 인간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구원 받는 것과 받지 못한 것 차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음을 제기했다.

이에 황 교수는 장로교회의 예정론의 기원인 칼뱅의 이중예정과 도르트 신조를 분석했다. 여기서 황 교수는 “이중예정의 유기의 가능성이 유일한 신학적 정당성을 가지고 유일한 현실이해라고 설명하는 것은 명백히 복음을 다른 것으로 변조시키는 오류”이자 “도르트 신조에서 철저한 이중예정으로 시작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성령의 내적 감동과 그에 따른 신앙적 내적 확신의 사건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 인간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성화의 자유는 한정되고 복음은 칭의의 사건으로 제한되는 약점을 발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죄에 져서는 안 되며 성령의 종말론적 능력으로 성취되는 복음의 사건의 이해 속에서 죄를 극복하는 자유에 대해 더 많이 말해야 한다”며 “예정이라는 신학적 언어 패러다임은 이 성령의 사건으로 재 충전돼야 하고 그 사건 하에서만 이해될 수 잇는 추상적이며 부수적인 패러다임”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웨슬리의 성화이해에 비춰 얘기하며 ‘율법의 완성인 복음’과 “율법과 복음의 상관 속에 나타난 인간의 자유”를 설명했고, “성화의 패러다임은 인간의 자유를 말해야 하는 신학의 미래를 위한 더 나은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신대와 튀빙엔대, 서울신대가 함께하는 국제심포지엄은 제 1회 당시, ‘도시’라는 주제로 독일 튀빙엔대에서 개최됐고, 제 2회는 ‘평화 – 기독교의 과제’라는 주제로 서울신대에서, 제 3회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하나님의 거룩성과 성도들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독일 튀빙앤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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