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선교 컨퍼런스
▲윤영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잇따른 고강도 도발로 인해 전쟁 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2017 통일선교 컨퍼런스가 '한반도 통일 이후 실천 가능한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4일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 도산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남서울은혜교회(담임 박완철 목사)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주최했으며,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와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 등에서 후원했다.

주제강연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이 '한반도 정세와 통일 전후 한국교회의 역할', 김영식 목사(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가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한국교회의 사역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윤영관 교수는 "우리 사회는 통일 문제에 대해 너무나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말로는 통일을 말하면서도 내심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는 태도가 만연돼 있다"며 "그러나 통일을 이룩한 독일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의 세대에 통일을 달성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기꺼운 마음으로 통일의 사명을 감당해냈다고 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우리가 '지금, 나만의 행복'에 몰두해 있는데, 독일인들은 '후손들의 미래와 역사,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의 이러한 거대한 물신주의적 흐름 앞에서 방황하는 영혼들을 말씀으로 무장시켜 주고 교회의 영적 권위와 영향력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 즉 통일 등으르 해결하는 데 있어 말씀에 기반한 관점과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 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했지만, 김일성 패밀리는 독재정치와 사상통제의 지속을 위해 경제체제 전환과 개방을 회피하는 대신 핵무기를 개발해 국가 안보를 지키려 노력했다"며 "북한은 지난해에만 핵실험 2회, 미사일 발사 24회를 시도해 한국과 일본, 그 안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중거리 핵시마일 개발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지난 7월 4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호(사거리 7,500km)를 발사했고, 7월 28일 이보다 강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사거리 1만km)을 발사, 미국 비밀 정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이미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달성했고 핵탄두를 60개 정도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고에 없는 발언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같은 엄청난 '설전'은 잘못하면 '실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미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는 잠정 보유하도록 허락하고 더 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기술 해외이전 등을 막는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고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 과제로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이 경우 핵을 보유한 북한 김정은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재래식 무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안보가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공격받으면 즉각 보복해 주겠다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자체 핵개발과 전술핵 재도입, 미국의 고급 전력 자산의 한반도 주변 상시 배치 등 여러 옵션을 대응책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영관 교수는 "이러한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튼튼한 공조 체제를 확립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계속 압박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선교 컨퍼런스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윤 교수는 "통일을 이루는 방법을 생각할 때, 통일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두 가지 힘 즉 원심력과 구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의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국제정치적 힘이 존재한다. 즉 한반도 주변 4개국은 형식적으로는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를 선언하나, 내심 통일 이후 한국이 어느 방향으로 외교를 할지 불안해 하기 때문에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따라서 통일을 하려면 이러한 원심력을 약화시키는 외교를 꾸준히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 국제적 원심력을 압도할 만한 민족 내부의 구심력, 즉 남북 간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응집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심력 약화를 위해 주변 4개국들로 하여금 한국의 통일이 자국 국익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한국과 협력하게 만드는 외교를 해야 한다. 통일한국의 비전은 평화를 지향하고 통상이 중심이며 문화 중심의 국가가 될 것임을 미리 밝히면 좋을 것"이라며 "미국과는 통일 후에도 동맹을 유지하고, 중국과는 통일한국이 미·일과 연합해 중국을 포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주한미군과 난민, 영토문제 등 그들의 우려사항 해소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심력'에 대해서는 "결국 통일은 '사람'의 문제이므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핵과 미사일 안보 위협에는 강하게 대응하고 비핵화 외교를 펼치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류 협력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치적 통일 전에 남북 주민들 간의 통합 구심력이 강화돼야 통일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 간 사람의 결합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자 영적 차원이므로, 한국교회와 성경 말씀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서독 정부와 주민들은 '통일'을 외치지 않으면서도 동독 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기에 통일을 향한 구심력 강화를 낳았다. 반면 한국인들은 말로는 통일을 크게 외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지원하는 일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웃 사랑' 계명 차원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민 지원에 대해 한국 정부와 사회를 향해 강하게 적극적으로 발언했어야 하나, 한국 교계로부터 그러한 문제 제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며 "물론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에서 남북 경협 재개는 어렵겠지만, 정치·군사와 관계없는 덜 민감한 분야, 즉 의료보건, 환경, 농업 분야 등에서의 협력 사업은 실천을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회는 삶의 의미를 돈과 권력, 명예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사랑'에 두도록 기독교적 인생관을 성도들에게 확실히 다지고,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사회에 만연한 물신주의(物神主義)를 배격하고 말씀에 입각한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또 이념을 초월하고 하나님 형상에 따라 지음받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이웃 사랑'에 근거한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교단 간 연합을 아뤄내 단합된 목소리를 내서 통일 관련 정부 정책에 기여해야 한다"며 "국내 탈북민 3만여 명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눠 사랑의 역량이 커져야, 언젠가 2,500만 북한 주민들을 품어 안는 통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한반도 통일 논의가 많지만, 그 한가운데 계셔야 할 '하나님'이 빠져버렸다. 솔제니친은 지난 1983년 템플턴상 수상 연설에서 '6천만명을 희생시킨 공산 혁명의 근본 문제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통일 논의의 한가운데 '하나님'을 모셔놓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한국교회는 회개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후 강연한 김영식 목사는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는 2001년 자발적으로 찾아온 탈북민 가정으로부터 사역이 출발했다. 그리고 사역 10주년이 되던 해 자료집을 출간하고, 이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됐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남북성도 공동체가 통일이 되면 저 북한지역 주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라며 "이 사역을 하게 된 것이 하나님 주신 너무도 귀한 기회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북한 주민이 아닌 '탈북민'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이 사역에 강점이 많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즉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통일 후 곧바로 북한지역에 건물교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조직으로서 당회가 구성되고 건물을 짓는 교회가 아닌, 우선 이런저런 모양으로 북한 주민을 먼저 만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통일 후 적어도 5-10년 내에 진행될 정부와 기업 주도의 북한 인프라 건설 과정을 예측해 보면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는 통일의 시기를 하나님의 손에 의탁하고, 구체적으로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을 섬기는 방안과 사람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탈북민과 함께 한국교회가 손에 잡히는 사역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통일 후 목격하게 될 북한 장애인들을 한국교회가 섬긴다면 통일 후 나타날 사회적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기존 사역을 기반으로 준비하고 찾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선교 컨퍼런스
▲윤영관 교수는 “말씀에 기반해 한국교회가 남북 주민들 간의 화학적 통합을 주도하고 남북 주민들 간의 구심력을 강화해 통일을 이룩하면, 통일 한국은 주변 국가들에 비해 국력은 작을지라도 세계 선교의 중심, 영적 지도자 국가로 우뚝 서는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앞선 예배에서 설교한 박완철 목사는 "저희 교회에서는 탈북하신 분들을 '윗동네 사람들'로 부르면서, '윗동네 아래동네 사람들' 100여명이 어우러져 지난 2001년부터 함께 모여서 예배하고 기도하고 마음도 나누고 성경공부와 교제도 함께하는 등 교회 안에서 통일을 이루고 있다"며 "남북한은 계속 긴장상태이지만, 교회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믿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고 충분히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아시다시피 '윗동네 분들'이 말투만 조금 같을 뿐 모든 것이 다르지만, 말씀에는 힘이 있어서 말씀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이제 그 분들이 집사가 되기도 하고 리더로 섬기기도 하고 말씀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제 장로님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통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제강연 후에는 분과회의가 진행돼 이정도 부장(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 지원부)이 '북한지역 교회 신앙공동체 사역', 최경일 센타장(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타)이 '북한지역 주민의 사회변화 적응 상담사역', 정형석 목사(밀알복지재단)가 '북한지역 장애인 사역', 조명숙 교감(여명학교)이 '북한지역 일반 교육 사역', 양승구 목사(컴패션 부대표)가 '북한지역 취약계층 어린이 교회 교육 사역'을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