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장신대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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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총장은 종교개혁이 비단 종교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과학 등 사회 전반에 미친 광범위한 영향을 소개하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오늘날 그것이 과연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임 총장은 특히 "인문학적 소양의 구비는 오늘날 목회자 뿐만 아니라 성도에게도 요청되는 과업"이라며 "이는 단순히 인문학이라는 특정 학문과의 대화라기보다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 관점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면서도 이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가 실현될 수 있는 삶의 자리에 대한 구체적 고민의 장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예술 전반의 제 문제들, 그리고 고민들과의 창조적 소통을 통해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공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히 과학과의 대화는 더욱 필요하다"면서 "종교개혁은 근대적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사상적 기반이었고, 결과적으로 과학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보는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불필요한 긴장관계 속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임 총장은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창조과학 같은 근본주의적 형태의 담론이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교개혁은 인간의 사고를 탈마법화 시키면서 인간 이성과 경험이 제역할을 통해 생활세계의 발전과 진보를 가져다주고 문명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문제는 그렇게 눈부신 성과를 낸 과학이 모든 문제의 권위가 되어 종교의 자리까지 참칭하려는 과학주의적 태도에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와 과학의 바람직한 관계는 서로의 자리와 역할을 인정하고 상호 탐구하는데 있다. 특히 종교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며 "종교개혁은 문화적으로 볼 때 르네상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원전 연구에 대한 학문 태도가 확대되면서 그리스 로마 문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신화적 사고가 아닌 이성과 경험에 의한 주체적 사고, 바른 사고를 하는 근대적 사유인들의 확장으로 인해 종교개혁은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임 총장은 "동시에 종교개혁의 사고는 그러한 이성과 경험의 측면을 중시하고 신학적인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르네상스의 이상을 꽃피울 수 있게 했다"며 "이것은 종교와 이성이 서로 배치되지 않고 창조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종교는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성취해야 한다. 동시에 과학은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그 한계 안에서 인류 공동체의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미준21 세미나가 진행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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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제 한국교회는 교단과 교회가 갖고 있는 전통적 신앙과 그 표현양식을 복고적인 태도로 고집할 것이 아니다. 전통 안에 담겨 있는 성경적 원리와 정신, 신학적·역사적 원리들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정신을 반영해,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한 회중들의 참여를 담보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