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목사(기하성여의도총회, 성령교회)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3대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비록 임기 4개월의 대표회장직이지만, 이영훈 대표회장이 직무정지된지 4개월여만에 한기총이 '정상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3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엄기호 목사는 2차례 투표 끝에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2차 투표에서 30여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1차 투표에서도 나머지 두 후보의 표 수를 합하면 엄기호 목사의 표보다 많았다. 그의 말처럼 나머지 후보들과 달리 그가 2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기총에서 활동해온 것을 감안하면, '아슬아슬했다'고 할 수 있다.

신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당선 직후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린다"며 "함께 출마하신 후보들의 좋은 정책들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함께 경쟁한 서대천 목사(글로벌선교회, 홀리씨즈교회)를 단상으로 불러 포옹하고 함께 손을 들어주었으며, 자신이 받은 꽃다발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당선 직후의 자세로 끝까지 한기총을 운영한다면, 총대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엄 목사는 선거운동 중 정견발표회에서도 "대표회장이 된다면 공동회장들을 비롯해 각 교단 총무들과 연석회의를 열고 소통하면서 힘을 합할 것"이라며 "한기총 회원들은 교회가 크든 작든, 교단이 크든 작든 한 식구로서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함께 연합해 한기총을 든든한 반석 위에 세워놓겠다"는 일성으로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엄기호 목사는 누구보다 한기총의 내부 사정과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비단 올해뿐 아니라 오랜 기간 법적 다툼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쳐 있는 내부 구성원들을 잘 추스르는 등 내실을 다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주요 축으로 입지를 다지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사회·대정부 분야 관련 업무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기총이 여타 연합기관들보다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평등' 문구 수정 개헌이나 종교인 과세, 이슬람 할랄식품단지 등의 문제에 있어 보수 기독교의 입장을 적극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낙선한 서대천 목사의 방안을 적극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서 목사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나 종교인 과세 문제에 있어, 반대 목소리만 크게 외치거나 반대로 골방에서 기도만 한다 해서 막을 수 있겠느냐"며 "국회에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그러한 입법을 막고 새로운 입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엄 목사 역시 낙선한 후보들의 정책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 다음에는 한국교회연합과 교단장회의가 통합한 한국기독교연합(가칭, 한기연)과 하나 되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서두를 문제는 아니므로, 12월 공식 창립하는 한기연과 서서히 대화를 해 나가면서 접점을 찾아 나가면 될 것이다.

엄기호 신임 대표회장과 새로운 임원진들이 한기총의 진정한 개혁과 쇄신을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 기독교에 새로운 성령의 바람을 불러오길 바란다.

한기총 임시총회
▲엄기호 신임 대표회장(왼쪽)이 이용규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