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권
▲최대권 교수(왼쪽 세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국민의당 조배숙 국회의원과 '결혼과 가정을 세우는 연구모임'이 24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동성애·동성혼 개헌논의와 한국 헌법'을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 주제발표는 최대권 교수(서울대 법학부 명예교수, 헌법학)와 정영화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가 맡았고, 고문현(숭실대 법학부)·기현석(명지대 법학과)·음선필(홍익대 법학부)·정상우(인하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와 김지연 대표(차세대 바로세우기 학부모 연합)가 패널로 나서 토론했다.

특히 '개헌이 재앙의 초대장일 수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한 최대권 교수는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구로의 격상' 문제를 본격 다루며, 그것이 결코 타당하지 않음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국회헌법개정특위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의 개헌관련 의견청취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차별금지의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인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진보정부 하에서 소수자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 가운데 전개되고 있는 이번 개헌정국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스스로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결코 헌법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그 자체로 헌법의 기본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한 그는 국가인권위의 역할과 기능이 "이중적이고 중첩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미 존재하는 입법·사법·행정부의 국가기관들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인권보호를 수행하도록 조직·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입헌주의 헌법구조상 인권보호의 일을 이중적·중첩적으로 하는 국가인원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까지 만들어야 할 특별한 헌법적 이유와 정당성을 발견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회가, 정부가, 사법부가 더 잘 하도록 만드는 것이 헌법의 정도"라고 했다.

최 교수는 또 국가인권위가 헌법기관화 할 경우, 국가인권위 자체를 감시하고 견제할 헌법상 기관이나 장치가 따로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그는 비판했다.

동성애 동성혼 헌법
▲학술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국가인권위 위원들을 공통으로 묶는 법관자격과 같은 장치도 없고, 국회처럼 '국민에 의한 선출'이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장치도 없으며, 국가인권위를 정치나 이념과 같은 업무 주변으로부터 지켜줄, 그리하여 그들 업무의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을 담보해 줄 어떠한 장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가인원위는 유독 진보이념을 가진 자들의 놀이터였다는 평을 들어왔다. 역대 위원장들의 배경을 보면 한 두 사람 빼고는 예외 없이 민변과 같은 인권문제에 관한 진보주의자들이었다"며 "무엇보다 북한 인권에 관한 업적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운 점"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헌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헌법기관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단지 사회적·법적 승인을 뛰어넘어 맞바로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장치나 통로로 작용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는 차별금지 사유를 나열하며 '성적지향'도 여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최 교수는 "사실 동성애자나 동성결혼자의 차별 문제는, 양성평등을 기초로 하는 가족제도(헌법 제36조 제1항)를 예외로 한다면, 사회적 승인의 문제이지 결코 법적 문제는 아니"라며 "헌법적으로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그들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했다.

아울러 "동성애·동성결혼을 인정하는 헌법조항이 없기 때문에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생기는 것은 전혀 아니"라며 "그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사회적 승인과 의식구조의 문제다. 그런 것들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리만큼 현행 헌법에는 관련 조항들(제10조, 제11조, 제37조 1항 등)이 이미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