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칼빈주의의 재생 다시 요청돼”

이대웅 기자 입력 : 2017.08.23 11:49

문병호·김병훈 교수, 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세미나에서 기조강연

개혁주의설교연구원
▲개강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25주년 기념세미나 3일째를 맞은 가운데, 오전에는 두 차례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22일 첫 기조강연에 나선 문병호 교수(총신대)는 '16세기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칼빈주의의 재생(a revival of Calvinism)이 다시금 요청된다"고 밝혔다.

문병호 교수는 "칼빈과 루터는 모두 로마가톨릭의 오류와 미망으로부터 벗어나 성경의 진리로 돌이키는 신학적 회심을 경험했다. 그것은 거짓 신학으로부터 참 신학(theologia vera)에로의, 거짓 경건으로부터 참 경건(pietas vera)에로의, 거짓 교회로부터 참 교회(ecclesia vera)에로의 회심이었다"며 "그것은 거짓 텍스트로부터 참 텍스트에로의 회심-곧 성경에로의 회심(conversio as Scripturam)"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종교개혁은 새로운 말씀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말씀 그 자체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며 "하나님은 기록된 자신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그 가운데 지금도 말씀하신다. 그리하여 그 말씀을 지금도 이루신다. 종교개혁의 불변하는 의의와 가치가 여기에 있다. 루터는 그 시금석을 마련했고, 칼빈은 그것으로 모든 신령한 것을 측량하고 제도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루터가 회심을 통해 '자기'의 '죄와 구원의 문제'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얻게 됐다면, 칼빈은 회심을 통해 비로소 그 문제에 질문을 성경을 향해 던지게 됐다"며 "달리 말해 루터가 성경의 가르침을 자기의 질문에 한정시켰다면, 칼빈은 성경이 묻고 성경이 답하게 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칼빈신학은 교리적 조목을 좇아 종합적·체계적으로 개진됨에도, 많은 경우 연구가 인식론적이거나 수사학적 방법론이나 철학적 적실성과 관련해 국소적으로 수행돼 왔다"며 "심지어 칼빈이 추구한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을 곡해해 마치 편향된 기독론 중심성에 매몰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칼빈의 언약신학은 신구약 말씀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단번에 영원히 아버지의 뜻을 다 이루신 아들의 의가 보혜사 성령의 임재로 택함 받은 성도에게 전가되는 '구속사적-구원론적 관점'에서만 온당히 읽혀진다"고 설명했다.

문병호 교수는 "칼빈에 관한 것들(Calviniana)은 단지 신학적으로만 추구돼선 안 되지만, 신학을 도외시한 그것들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고 무모하다"며 "칼빈신학은 성경의 가르침을 가장 성경적으로 조명해내고자 하는 일체의 몸부림에 맞물려 있다. 우리는 칼빈의 조직신학을 다시금 재고하여, 전기적·역사적·수사학적·해석학적으로가 아니라 순수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고리적 혹은 신학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화해나 일치가 거론되고 로마가톨릭의 정서적 사과와 함께 개신교의 신학적 사과가 병행돼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개혁 자체를 부정하고 다시금 그 이전으로 돌아가 교회 일치를 이루자는 공허한 발상의 발로"라며 "말할 나위 없이,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모토는 '타협할 수 없는 순수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개혁신학 입장에서 볼 때, 루터란 신학은 오히려 로마가톨릭에 더 많이 경도된 부분이 적지 않다. 로마가톨릭과 루터란 교회가 공동 신앙고백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신학적 근접성 때문"이라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는 루터란 신학과 구별되는 칼빈과 그 후예들의 개혁신학을 더욱 깊이 숙고함으로써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금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비텐베르크는 시원적으로 우리가 나온 곳일지언정, 그저 우리가 되돌아갈 곳은 아니다"고 했다.

23일 김병훈 교수(합동신대)는 두 번째 기조강연 '개혁주의 신학교(종교개혁)와 목회자 훈련'을 통해 주요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신학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21세기 한국교회 목회자 교육에 대해 제언했다.

김병훈 교수는 "상황 인식과 처방에 대해 완전히 일치된 견해를 갖지 않더라도, 교파를 불문하고 한국교회가 겪는 문제들과 신학교육의 위기에 대해서는 공통된 인식들이 있다"며 "한국교회의 윤리성이 좀 더 분명하게 확립되도록 신학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신학교육을 받기에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하여 학문의 질적 저하를 막아야 하며, 복음의 소명을 뚜렷하게 자각하여 교회를 위한 신학을 전달하여 교회를 세워나가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이러한 신학교육을 위해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자들은 어떻게 목회자를 양성했는지 살폈다. 앞서 그는 "종교개혁자들이 교회개혁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둔 것 가운데 하나는 목회자의 교육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종교개혁 당시 로마가톨릭 사제들의 교육 수준은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당시 귀족계급 출신들이 고위 성직을 독점하면서 교회의 부를 통해 축재하는 윤리적 타락과 로마가톨릭의 성사주의(Sacrmentalism) 탓에 성경에 무지한 사제들로 인해 미신적인 신앙 양태가 편만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교회를 개혁하는 일이 사제와 같은 목회자들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데로 모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교회개혁은 교육의 개혁이었고, 그 결과 종교개혁의 영향 아래 있던 지역 성직자들은 로마가톨릭 교구들과 달리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종교개혁은 교회교육 개선 없이 지금과 같은 열매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루터 자신이 내리고 있는 판단이자 예측이었다"며 "그래서 루터가 교회 부패와 싸우며 전투했다면 교육자 멜랑히톤은 이러한 싸움에서 얻은 승리를 가꾸고 자라도록 했다. 이는 다름 아닌 인문주의에 토대를 둔 기독교 교육을 실현시킨 공로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병훈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의 교육개혁 목표는 뚜렷했다. 그들이 이해하고 있던 목회자의 직무, 곧 성경을 설교하고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으로 양성해 내는 것"이라며 "목회자의 직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성경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인 이상, 종교개혁가들의 교회개혁 노력은 결코 목회자들을 저급한 교육 수준에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멜랑히톤의 비텐베르크 대학과 교과과정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 칼빈의 제네바 아카데미, 메이첸과 로이드 존스 등 20세기 신학교육의 고민들에 대해 다룬 뒤, 김 교수는 21세기 한국 개혁주의 신학교와 목회자 훈련 방안에 관한 토론을 위해 10가지 제언을 전했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한국 개혁주의 신학교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와 런던 신학교 사이 어느 것을 모델로 해야 하는가? ②개혁주의 신학교는 인문주의 학습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가? ③개혁주의 신학교는 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를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 ④한국교회는 교단 소속 개혁주의 신학교수가 목회하는 것을 이중직으로 여겨 금하고 있는데, 로이드 존스의 생각에 비춰 판단이 어떠한가? ⑤개혁주의 신학교 교수진이나 교육과정들은 학자와 목회자 가운데 어느 쪽을 양육하기에 더 적합한가? ⑥개혁주의 신학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고 전하는 일꾼을 길러내는 일에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⑦한국 신학교육 상황을 고려할 때, 목사의 계속교육 의무화 등 단계별 지속적 교육이 필요한가? ⑧미국 신학교육협의회(ATS)가 제시한 목회자 양성 신학교육의 네 가지 목표-신학적 사고능력 함양, 목회현장과 환경 이해, 목회에 필요한 자질 개발, 지도력 함양과 활용-에 대한 평가는 무엇인가? ⑨한국교회 실정에 맞는 커리큘럼 개발 주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⑩한국의 문화 상황과 신학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학교육은 신학교(seminary)와 대학(university) 중 어디서 이뤄지는 것이 좋은가?

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세미나는 24일 오전 박영돈 교수(고신대)의 기조강연과 안인섭·박태현 교수(총신대)의 강의와 토론, 서문강 목사(칼빈대)의 저녁집회 등으로 4일간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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