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임시총회가 오는 24일 진행된다. 지난 4월 18일 법원이 이영훈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한지 4개월 6일 만에 치러지는 이번 임시총회는 직무대행의 진행 아래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에 총회대의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될 제23대 대표회장은 비록 이영훈 전 대표회장의 잔여 임기인 4개월 정도를 맡게 되지만, 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과 교단장회의가 통합해 (가칭)한국기독교연합이 탄생한 가운데 이들과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완전한 하나 됨을 도모해야 하고, 잇딴 잡음과 추문으로 실추된 교회와 한기총을 내부에서부터 쇄신해야 할 사명이 새로운 대표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당선이 연임에도 유리하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대표회장 선거는 여러 모로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불법·금권이 판치던 과거와 달리, '정책 대결'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펼쳐진 정견발표회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정견발표회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준비를 잘 했고, 후보들의 '공약'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사회 관계에 있어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안들이 도출됐다. 특히 '50대 기수론'으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는 서대천 후보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나 종교인 과세 문제에 있어, 반대 목소리만 크게 외치거나 반대로 골방에서 기도만 한다 해서 막을 수 있겠느냐"며 "국회에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그러한 입법을 막고 (성적지향을 뺀) 새로운 입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성경적 가치관에 어긋나는 동성애 합법화를 비롯해 과거 사학법 개정, 특정종교 편향 지원 등에 대해 적극 반대의 목소리를 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대외적 이미지에 있어 타격을 입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교회가 특정 목적을 위한 이익집단처럼 보여서는, 많은 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본연의 사명에 있어 좋을 게 없다. 더구나 교회는 이런 사안에 찬성하는 이들 또한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국 기독교'라는 이름 대신, 뜻 있는 성도들이 나서거나 NGO를 조직해 이러한 대사회나 정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서대천 후보는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포럼을 열어 구체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잘 정리해 모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공공정책협의회를 조직해 각 분야별 요구사항을 정당이나 정부에 전달하고 있는 최근 한국교회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엄기호 목사도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과의 대면 접촉을 늘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기본인 만큼, 간과해선 안 되는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종교들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상식적이고도 적절한 해결책이다.

물론 아쉬움도 없진 않다. 금권 선거에 대한 잡음이 없진 않고, 상대 후보를 계속해서 비방하는 흑색 선전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김노아 후보 측은 가까운 인사들이나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언론 등을 통해 상대 후보들의 자격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김 후보는 정견발표회에서 이단 논란이나 신학교 졸업, 목사안수 등 자신의 신상에 대한 계속된 질문에 “대표회장 후보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자격 시비에 대해) 모두 해결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계속 이를 질문하는 행위는 후보를 비방하는 것과 같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 후보 측은 본인의 말을 본인을 돕는 이들에게 먼저 들려주길 바란다.

이렇듯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특정 세력의 독점이나 ‘돈 선거’ 같은 그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정책 중심의 경선’이라는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약은 공(空)약이 되기 쉽다지만, 근래 보기 힘들었던 '정책 경쟁'은 총대들로부터 호평을 얻어 한기총의 발전 동력이 되고 있다. 부디 이번 한기총 임시총회가 하나님 은혜 가운데 잘 치러져,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의 '부활'을 목격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기총 대표회장2
▲발표회 이후 세 후보가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