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이동이 ‘양극화’ 야기” VS “선택권은 교인에”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8.18 17:37

정책적으로 금지하는 것, 과연 옳은가?

서울 명성교회가 12월 27일 저녁 공동의회를 열고 당회장 김삼환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했다.
▲국내 한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수평이동'이라는 말은 다소 부정적 의미로 통한다. 1960~70년대 이후 지속되던 성장세가 꺾이고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단면이자, 소위 '양극화'를 야기한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수평이동이란 말 그대로 기존 신자가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이동에는 여러 배경이 있어 천편일률적으로 이를 막거나 반대할 순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동의 종착점이 주로 대형교회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신학연구소 최현종 선임연구원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논문 '한국 개신교의 새신자 구성과 수평이동에 관한 연구'(한국기독교신학논총 2014년 91권에 수록)에 따르면, 대형교회(교인수 1천명 이상)의 새신자 중 48.4%가 수평이동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최 연구원이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242개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대형교회(301~999명)는 45.8%, 중·소형교회(101~300명) 40.3%, 소형교회(~100명) 42.7%로, 대형교회의 수평이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교회 규모를 고려하지 않아도 대략 새신자 10명 중 4~5명은 수평이동한 교인이다.

이런 수평이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것이 한국교회 전체의 고른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점을 주로 지적한다. 비신자의 유입 없이 기존 신자들이 특정 교회로 몰리면, 결국 다른 교회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즉, 수평이동 현상의 이면에 '제로섬'(zero-sum; 주어진 양이 일정해,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 쪽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상태)이 있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방치하면 더 큰 재앙"
"교회들끼리 선의의 경쟁 있어야 발전"

그런데 이런 비판과는 별개로 교회가 수평이동을 정책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수평이동을 막고 있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최근 이에 대해 "현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더 큰 부작용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음을 잘 알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일"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대형교회 위주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작은 교회들은 교회 유지 조차도 어려운 상태를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 땅에는 건강한 교회들이 많이 있다. 그런 교회들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드러나지 않은 많은 좋은 교회들이 살아나고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저지의 대형 한인교회인 필그림교회 양춘길 목사도 지난 2015년 수평이동 금지를 선언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수평이동으로, 믿는 성도들이 오가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양 목사는 "다른 교회,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긴다. 조금만 실수하면 그 때를 기다린 것처럼, 교회끼리도 경쟁하고 흠집내고 있다. 솔직한 고백"이라며 "저도 필그림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옆에 큰 교회가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다고 했다. 안타깝다고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우리 교회에 몇 가정이 올 것인지 생각했다. 이 마음이 잘못된 것임을 깊이 깨닫게 하셨다. 교회에서 성도가 떠나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픈 것이고 이것이 하나님의 아픔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김동호 목사는 지난 2011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대형교회가 교인들을 빨아들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수평이동의 한 면일 뿐"이라며 "교인들이 대형교회라고 무조건 가지 않는다. 다 사정이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수평이동을 막는 건 그런 교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리고 헌법에도 위반이다. 교회를 선택할 권리는 교인들에게 있지 교회에 있지 않다. 헌법소원을 내면 아마 교회가 질 것"이라고 했다.

또 "수평이동을 그저 큰 교회가 작은 교회 교인들 다 빼앗아 간 걸로만 보면 교회 건강성 회복은 어렵다"면서 "수평이동을 막으면 교회가 건강해 질까. 그 반대라고 본다. 수평이동을 강제로 못하게 막으면 목회자들이 열심히 목회해서 좋은 교회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자기교회 교인들은 다른 교회로 못가기 때문이다. 교회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것인데, 그걸 강제로 못하게 할 순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새로 전도된 신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수평이동한 신자가 부각될 뿐,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라며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신자들이 많긴 하지만 작은 교회로 가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어느 정도 보편적 현상이기에 수평이동을 인위적으로 막기보다, 각 교회 나름대로 특색 있는 목회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보다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앞서 제시한 조사에서도 중·소형교회의 수평이동 비율은 각각 40.3%, 42.7%로 대형교회의 그것(48.4%)에 비해 크게 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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