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8.07 15:50

[리뷰] 스님이 만든 영화 <산상수훈>, 그 도발성에 대해

산상수훈
▲영화의 주인공인 백서빈 씨가 맡은 ‘도윤’(가운데 서 있는 이)은 주로 질문에 답을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스틸컷
'선악과'는 무엇이며, 왜 하나님은 그것을 만드셨는지. 아예 만들지 않았으면 범죄할 일도 없을텐데....... 하나님이 계신데 왜 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할까? 아담이 지은 죄가 왜 나의 죄이며, 십자가를 지신 건 예수님인데 왜 그로인해 내 죄가 사해지나? 천국은 어떤 곳일까?.......

영화 <산상수훈>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제인 '선악과의 비밀은?'이 이런 영화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불교의 스님이다.

눈길을 끄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라는 점이 일단 그렇다. 게다가 영화가 소재로 삼은 '질문' 역시 매우 도발적이다. 과연 어떤 영화일까?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은 찾았을까? 이런 호기심을 가지고 곧 국내 개봉을 앞둔 <산상수훈>을 7일 먼저 볼 수 있었다.

영화사 측은 이날 언론 등에 영화를 미리 공개한 뒤 감독인 대해 스님과 주연 배우 백서빈 씨, 그리고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를 비롯해 마가 스님(불교), 권도갑 교무(원불교), 김용해 신부(가톨릭)를 초청해 '4인 4색 토크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가 던지는 '진짜' 물음

영화는 신학생 8명이 산속 동굴로 들어가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서로 토론하며 답을 구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런닝타임이 2시간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시각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집요하리 만큼 묻고 답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청각' 중심의, 영화아닌 영화다.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이 주는 '재미'를 기대하긴 어렵다. '의미'로 봐야 할 독립영화다.

앞서 <산상수훈>이 다루는 질문들을 '도발적'이라고 한 데는, 이런 것들이 기독교 내부에서는 마치 '금기'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것이라는 통념 때문이다. 물론 "그런 통념은 없다"고 부정할 이도 있겠으나, 적어도 대해 스님은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함부로 해선 안 될 질문이자, 섣불리 답을 내려서는 더더욱 안 되는.

문제는 이를 단순히 선입견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기독교인도 아닌 이가 어찌 그 사정을 제대로 알겠냐만은, 제3자인 그의 눈에 비친 기독교가 그런 이미지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믿음'과 '질문'을 대칭점에 두고 있는 까닭이다. 즉, 질문 자체를 '믿음 없음'으로 보는 교회 내 분위기가 지금도 있다.

산상수훈
▲영화의 배경은 시종 어두컴컴한 동굴 속이다. ⓒ스틸컷
영화의 배경이 시종 어두컴컴한 '동굴' 속이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기독교 신앙의 근간일지도 모를 이런 질문들을 왜 그들(기독교인)은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까? 왜 동굴 밖으로는 꺼내,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 따져 묻지 못하는 걸까? 그걸 눌러놓고 있어야, 정말 믿음 있는 신앙인이 되는 걸까? 영화 <산상수훈>이 던지는 '진짜' 물음이다.

그런 점에서 <산상수훈>은 요샛말로 '돌직구'를 던진다. 극중 한 신학생의 말처럼,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물음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를 두고 '도발적'이라고 했는데, '솔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 이 영화는 기독교인들에게 "우리 한 번 솔직해져 보자"고 도전한다.

물론 매우 피상적인 기독교 이해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죽어서 천국 가는 게 목표라면, 당장 죽는 것이 좋지 않을까?"와 같은 대사들이 그런 경우다.

그런 다음 이 영화는 스스로 답을 제시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감독이면서 각본까지 쓴 대해 스님이 내린 결론이다. 그렇기에 여기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자면, 일부 생각해 볼만한 통찰이 있지만, 대부분 불교적 관점이 짙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불교적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여기에 맞게 성경을 끼워맞춘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최일도 목사도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는 "당황스러웠다. 불교의 불이(不二;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편집자 주)사상으로 (기독교를) 재해석한 영화"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다양한 해석 중 하나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불교가 자력(自力)종교라면 기독교는 출발부터 구세주가 필요한 타력(他力)종교다. 이 영화를 한 번쯤 보아야 할 것으로 신학생들에겐 추천할 수 있겠으나 일반 성도에겐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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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마가 스님, 최일도 목사, 백서빈 씨, 대해 스님, 김용해 신부, 권도갑 교무, 그리고 이날 토크 시사회 사회를 맡은 비교종교학자 이영권 교수. ⓒ김진영 기자
최 목사가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은 <산상수훈>의 메시지인 "하나님과 인간은 둘이 아닌 하나"라거나 "믿기만 해선 안 되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인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바라건대, 머지않아 기독교인이 만든 기독교 영화가 여기에 제대로 된 답을 해주었으면 한다. 고작해야 2시간 남짓인 영화로 기독교의 진리, 그것도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는 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영화 <산상수훈>이 제기한 질문들을 곰곰이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은 그것이 정말 필요한 물음인지, 아니면 쓸데 없는 것인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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