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 멈추라는 法, 받아들일 수 있나요?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7.26 17:28

‘희귀병’ 찰리 가드 이야기로 본 ‘연명의료결정법’

"고통을 연장할 수 없다"는 법원

법(法)이 생(生)과 사(死)를 결정할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영국에서 태어난 아기 찰리 가드(charlie gard). 희귀병에 걸린 채 세상에 나온 이 아기는 병원의 연명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본 병원이 치료 중단을 부모에게 권유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부모. 어떻게든 아기를 살리고 싶었다. 결국 실험적 치료를 시도해 보기로 한 그들은 병원의 권유를 거부했다. 이에 병원이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영국 법원은 끝내, 찰리의 고통을 연장할 수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판결한다.

그러자 찰리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은 거세게 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찰리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에 반대하고 나섰다. 찰리의 치료비로 130만 파운드(약 19억)의 성금이 모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마침내 "의료진이 합의한다면 재심할 수 있다"는 영국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 냈다. 때마침 미국의 한 의사가 찰리에게 실험적 치료를 해보겠다고 했다.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의사는 실험적 치료를 시도하기에는 찰리의 상태가 너무 늦었다고 진단하고, 법원에 이런 소견을 전달했다. 이젠 부모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결국 연명치료 중단을 결심한다.

찰리 가드 연명의료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기 찰리 가드에 대한 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보도화면 캡쳐

영국 법원이 어떤 배경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선고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지만, 이런 찰리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과연 법원이 인간 생사의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즉,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법제화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이는 1997년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그러다 지난해 2월 3일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돼 지난 18일 그 시행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오는 8월 4일 순차적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면 시행은 내년 2월 4일이다.

연명의료(치료)결정법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병원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의 핵심은 환자의 의사다. 이 법은 제17조와 제18조에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자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17조(환자의 의사 확인)


1. 의료기관에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2. 담당의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환자에게 확인하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이 다음 각 목을 모두 확인한 경우에도 같다.

가.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
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제2조제4호의 범위에서 제12조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사실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19세 이상의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의사로 보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하여 표시된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의사에 대하여 환자가족(19세 이상인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환자가족이 1명인 경우에는 그 1명의 진술을 말한다)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다만, 그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가족의 진술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배우자
나. 직계비속
다. 직계존속
라.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

제18조(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의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① 제17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해당 환자를 위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담당의사 또는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환자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원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1. 미성년자인 환자의 법정대리인(친권자에 한정한다)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2. 환자가족(행방불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정말 '무의미'한 것인가?

이 법이 제정되자 기독교계와 의료계 등 여러 곳에서 찬반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15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해당 법률안에 대해 "소극적 안락사를 조장해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낭비하여 건전한 윤리를 사회 스스로 진작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므로 불필요한 법안"이라고 반대했었다.

안락사 일러스트
▲'죽을 권리'라는 것도 있을까? ⓒ크리스천투데이 DB 
특히 "이 법안의 중심 내용은 환자 본인의 의사 확인이 어려울 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미성년환자의 법정대리인', '환자 가족과 담당의사 등',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나 공용윤리위원회'가 대리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과잉의료행위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을 '불필요한 연명의료'라 단정하고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연명의료결정'을 위해 과도한 국가적인 제도적 장치와 절차, 기구를 만드는 것이 과연 법안이 추구하는 목적인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환자의 최선의 이익의 보장과 자기결정 존중'에 부합하는지 매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김할머니 사건 당시 박재형 교수(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라는 말에 대해 "치료가 의미없다는데, 누구에게 의미가 없는 것인가? 본인인가, 아니면 가족들인가?"라고 물으며, 이처럼 주관적이고 법으로 규제하기 힘들 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많이 내포된 것들을 법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죽어서) 묻힌 것과 병상에 있는 것은 다르다. 생명이 있는 한, 기독교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이 있는 한, '무의미하다'는 말은 의미가 많든 적든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대개 찬성하는 이들은 상당 기간 진행된 말기 환자들의 경우 의료비 지출이 과다해 환자 보인이나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생명연장술이 발달해 생명의 '무리한 연장'도 가능해져 자칫 불필요한 치료가 남발될 우려가 있기에, 현실적인 대안이나 분명한 법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님 품 안에 안식하시길…’
▲이른바 ‘존엄사’, 즉 연명치료 중단의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된 김모 할머니는 연명치료 중단 201일째 만에 별세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러 가운데 최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 상태가 계속 진행되어 죽음이 예상되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완화적이며 지지적인 의료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전 의료선교회인 성누가회가 '연명의료와 안락사'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수정 의학박사(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신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까지 고려하는 전인적 돌봄"이라며 "의사, 간호사는 물론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성직자 등이 치료에 동참하고, 환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사명과 관련되어 있다. 고통과 자기 비움을 통해 영혼의 성장과 확장이 가능하다"며 "그러한 고통의 완화와 진정한 공감, 그리고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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