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오늘은 현행법상 교회 등 종교단체(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공익법인)에게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 전용계좌라는 제도를 소개한다.

인터넷에서 전용계좌라는 용어로 검색해 보면, 공익법인 전용계좌, 부가가치세 전용계좌, 고철 스크랩 전용계좌, 구리 스크랩 전용계좌, 노무비 전용계좌, 헤지 전용계좌, 옵션전용계좌, 외화송금전용계좌 등이 검색되는데, 공익법인 전용계좌란 이런 전용계좌 제도의 하나이다.

공익법인 전용계좌의 개념을 소개하기 전, 이와 유사한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계좌 제도를 살펴본다. 2007년부터 시행된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계좌제도란, 개인사업자의 거래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복식부기 장부 작성의무를 가진 개인사업자는 사업과 관련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거나 공급하는 경우 등 일정 거래에 대하여 사업용 (은행)계좌를 사용하도록 하여, 사업과 관련이 없는 개인용도의 은행거래계좌와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사업을 영위하는 개인이 사업상의 거래결제를 위한 은행계좌 가계 등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은행계좌를 분리해서 사용하도록 한 것인데, 원래 당연한 것을 법으로 강제한 것이고, 소득세법상의 의무가 없는 소규모사업자도 사업용과 개인용 은행계좌를 분리해서 사용함이 사업에서 얼마나 벌었는지 또는 손해를 보았는지는 파악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한편 소득세법상의 복식부기의무 사업자는 세무서에 사업용 계좌를 신고하여야 하며,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하고도 그 계좌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수입금액 또는 미사용금액의 0.2%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지금도 이 제도를 몰라, 가산세를 부과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참고로 법인사업자는 모든 거래는 법인명의 은행계좌로 입금되거나 출금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계좌제도와 유사한 제도는 없다.

공익법인의 전용계좌 제도는 2008년에 도입되었고,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계좌 제도와 유사하다. 즉 '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공익법인'을 제외한 모든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해당 공익법인의 '직접공익목적사업'과 관련하여 받거나 지급하는 수입과 지출을 '직접공익목적사업용' 전용(은행)계좌(이하 '전용계좌')를 사용하여야 한다. 해당 과세기간 또는 사업연도별로 전용계좌를 사용하여야 할 수입과 지출, 실제 사용한 금액 및 미사용 금액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하여야 한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기부금·출연금 또는 회비를 직접 지급받았을 때, 그 지급받은 날로부터 5일(5일이 되는 날이 공휴일·토요일 또는 근로자의 날인 경우에는 그 다음 날)까지 전용계좌에 입금하여야 하며, 기부금·출연금 또는 회비의 현금수입 명세를 작성·보관해야 한다.

한편 공익법인 전용계좌의 개설·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신고 후에도 전용계좌를 사용하여야 하는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전용계좌를 사용하지 아니하였을 때, 수입금액 또는 전용계좌 미사용금액의 0.5%에 해당하는 금액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계좌 관련 가산세보다 가산세율이 높다.

이 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아직 이 신고제도를 알지 못해 세무서로부터 가산세를 부과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관련세법을 알지 못해 부과당하는 가산세가 가장 억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가 왜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 전용계좌 제도를 도입했는지 그 배경을 소개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의 세무가 세무조사의 사각지대로 거의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정부 입장에서 보면 비영리 공익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 봤자 세수도 그리 많지 않고 세무조사를 실시하면 아우성 내지 원성도 자자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다만, 요즘은 이 분야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되었다), 2007년 비영리법인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실태조사가 있었다. 그리고 2008년부터 공익법인에 대한 여러가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는데, 그 중 하나가 공익법인의 전용계좌 제도이다.

정부가 공익법인에 대해 왜 전용계좌 제도를 만들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 중 하나가 일부 공익법인들이 후원금 등을 이사장 등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관리하였거나, 법인명의의 은행계좌를 사용하면서 관할관청 또는 세무서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사례나 문제점의 상세소개는 생략하는데, 공익법인에 귀속될 돈을 개인명의의 은행계좌로 관리했다면 횡령 등의 형사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회 등 종교단체는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의 범주에 포함되는데, 왜 전용계좌 사용의무 단체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이도 여러가지 사유가 있었을텐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교회 등 대부분의 종교단체는 법인격 있는 단체(법인)이 아니라, 법인격 없는 단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법인격 없는 단체가 그 단체 명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즉 관할 세무서로부터 고유번호를 부여받아 단체명의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방법과 대표자 개인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단체이름을 부기(附記)하는 방법이 있다. 이 중 첫번째 방법이 두번째 방법보다 좋다.

위의 2가지 방법 외에, 단체 이름이 부기(附記)되지 않은 대표자 개인명의의 은행계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그 대표자 개인용도의 은행계좌와 어떻게 구별하여 사용할 것인지의 이슈가 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1980대 초반 창립된 교회인데, 개척하신 원로목사님이 은퇴할 때까지는 원로목사님 개인명의의 은행계좌를 교회 재정용 은행계좌로 사용하다, 원로목사님이 은퇴하고 새로운 목사님이 부임하면서 교회 명의 은헁계좌로 변경하였다.

그 이유는 교회 창립 당시에는 교회 등의 법인격이 없는 단체로 지금처럼 고유번호를 발급받아 단체명의의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고, 그 뒤 1990년대 하반기부터 세무서로부터 고유번호를 발급받아 교회명의의 은행계좌의 개설이 가능하였으나, 교회를 개척하신 원로목사님의 은퇴시점에 맞추어 교회명의의 은행계좌로 바꾸었다.

혹시 지금도 담임목사 개인 명의의 은행계좌로 교회재정을 관리하는 교회가 있다면, 관할 세무서로부터 고유번호를 발급받아 교회 명의 은행계좌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