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공청회 주제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이 자리해 있는 모습
울산광역시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유경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9일 이 조례안을 제출했고, 24일 울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정을 위한 공청회까지 개최한 상태.

그런데 발의자인 최 의원이 논쟁적인 이 조례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반대 측을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서진규 전 제일고교 교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과 이은선 울산강남고 학생회장이 주제발표 하고, 홍진근 전교조 울산지부 조합원, 최상헌 울산시교육청 장학관, 나연정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울산지부장, 손덕제 울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 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문제는 사회자를 포함해 손덕제 울산교총 이사와 최상헌 장확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의 주제발표자 및 토론자가 모두 조례안 제정 찬성 측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손덕제 이사는 애초 초대 대상도 아니었다. 손 이사는 뒤늦게 공청회 개최 사실을 안 울산교총 측이 주최 측에 요청해 이날 참석하게 됐던 것.

손 이사는 "행정절차법 제38조를 보면 공청회 개최 14일 전까지 주요내용과 발표자에 대한 사항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또 공청회의 발표자를 지명 또는 위촉할 때에는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주최 측은 해당 조례안 내용에 대한 공지조차 없었고, 발표자와 패널 또한 편파적으로 구성했다"며 "이에 울산교총이 공청회 13일 전인 7월 11일 공문을 보내 공청회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아울러 패널(토론자)로도 앉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청회 개최) 11일 전인 7월 13일 공청회 자료는 (울산시의회)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패널에 대한 답변은 불과 4일 전인 7월 20일이나 돼서야 들을 수 있었다. 공청회의 법적인 절차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울산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공청회가 열렸던 울산시의회 밖에서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유경 시의원은 주제발표자 2명은 조례안 제정에 찬성하는 이들로 세우게 되어 있고, 토론자 구성 역시 찬성 측 2명과 반대 측 2명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측 2명 중 손덕제 이사 측이 만약 참여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는지"를 묻자 "그럼 2(찬성)대 1(반대)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유경 시의원의 이 같은 답변에 울산교총 측은 "주제발표자 2명을 왜 조례안에 찬성하는 이들로만 세워야 하느냐"며 "최 의원이 반대 측이라고 주장하는 최상헌 장학관은 이날 조례안 제정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교육청 측이 공청회 전까지 중립으로 분류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유경 시의원 측은 사실상 이날 공청회에 반대 측을 아예 부를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8월 중 반대 측 입장을 듣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서도 "정작 공청회는 편향적으로 개최해 놓고 반대 측 입장을 별도로 듣겠다는 건, 그야말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공청회에 앞서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례안은 그 분량도 방대하지만 찬반이 뜨겁게 달구어질 내용도 많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인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섣부른 조례 제정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면,  제정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조례(안)는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인 민주주의 이념을 발현하는 것으로 그 제정 절차에서도 철저히 민주적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 학생인권조례안 제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1항에는 성별, 종교, 나이 등과 함께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손덕제 이사는 "'차별금지법'이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는 '성적 지향' 등의 내용이 사회적 논쟁을 유발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정제된 지식만을 가르쳐야 할 학교현장에 정부도 제외한, 논란의 여지가 많고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적용시킨다는 것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정체성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