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500 서울강연회
▲서문강, 서창원, 최더함 교수(오른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개혁주의 신학자·목회자들의 모임 개혁신앙운동본부(본부장 최더함 목사) 주최 '교회개혁을 말한다' 레포 500 서울강연회가 지난 5월 22일 제주에서 시작돼 7월 17일 서울 안암제일교회에서 두 번째로 개최됐다. 강연은 개혁신학을 사모하는 전국 목회자와 사역자, 개혁교회를 지향하는 개교회를 대상으로 강사들이 직접 '찾아가 재능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강연이 열린 지난 7월 17일, 강연장인 안암제일교회에서 강연 중이던 신호섭 교수(고신신학원, 올곧은교회)를 제외한 서문강 교수(칼빈대, 중심교회)와 서창원 교수(총신신학대학원, 개혁주의설교연구원장), 최더함 교수(마스터스세미너리, 아리엘개혁교회)가 '레포 500'을 주제로 좌담을 펼쳤다. 강사진은 '같은 말 같은 뜻 같은 생각'을 가진 "개혁교회들의 연합과 교제"에 대해 뜻을 모았다. 다음은 그 내용.

-'레포 500' 전국 순회강연 취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서문강 교수(이하 서문강): 종교개혁가들, 그리고 청교도들에게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그 시대에만 역사하셨을 뿐, 오늘날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당시를 지나간 퇴물처럼 여기는 풍조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현대적인 복음, 현대인에게 적실성 있는 복음을 추구해야 하고, 그래야 사람들에게 와 닿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 말씀은 어느 시대에도 사람들에게 와 닿은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복음은 성령님께서 역사하셔서 그 시대 사람들, 특히 택한 백성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믿어졌을 뿐입니다. 시대 특성에 맞춘 메시지로 돌아온 사람들이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날 현대 교회는 그렇게 해야 현대인들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큰 착각입니다.

왜 청교도나 그 시대를 주목해야 할까요? 그 시대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정치적·역사적·문화적 배경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와 그 영광을 위해 역사하십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임과 동시에 성령의 능력으로 사람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그 역사는 오늘 이 시대나 그 시대나 동일합니다. 동일한데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동일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교회가 세상을 얻으려는 것일 뿐,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성취하시려는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 교회나 그렇지만, 성경이 말하는 바로는 사람들이 볼 때 어리석다 할 정도로 우리가 철저하게 복종하고 그런 하나님 의지해야 역사가 나타나고, 하나님 나라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개혁신앙운동본부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서문강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오늘 이 시대에도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세미나와 포럼이 외롭고 고고한 외침이고 듣는 사람들도 적지만, 여전히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지금도 말씀하고 계시다는 확신을 갖고 섬기고 있습니다. 우리도 몰랐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역사 속에서 교회사 속에 역사하셨던 그 분의 영광을 알고 그 복음에 빚진 자로서 섬기는 것이지, 어찌 우리 자신의 힘으로 한국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성령께서 신실한 종들을 통해 작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시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서창원 교수(이하 서창원): 요즘은 교파별로 뚜렷한 구분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교파들도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복음에서 이탈된 것입니다. 복음에서 이탈하다 보니 하나님이 계시지 않고, 사람들 소리만 와글와글 들려 여간 어지러운 게 아닙니다.

서문강 목사님 사모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각자 다양한 소리들 내다 보니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끄럽지만, 일단 지휘자가 등장하면 모두 조용해지고 지휘자의 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던 악기들이 모두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지 않습니까? 이처럼 한국교회도 지휘자이신 하나님께 지휘봉을 맡겨야 하는데, 각자 자기가 지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격이니 하나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 모습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레포 500'을 통해 하나님의 자리를 되찾아드리고자 합니다. 교회 성장과 사회의 인정,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기꺼이 계실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회의 현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계시기에 굉장히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더함 교수(이하 최더함):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받은 은혜를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재능기부로 강연을 열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에 대해 3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뿌리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는 점입니다. 뿌리라는 것은 결국 교리의 힘인데, 그것이 약해졌습니다. 둘째로 그러다 보니 전에는 쓰러져도 전에는 탄력성이 있어 회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교회라는 배가 암초에 걸려 있는데, 각 방문을 열고 보면 다 자기들끼리 열심히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칼빈의 종교개혁 정신 중 꼭 본받아야 할 것이 '함께, 그리고'입니다. 늘 동지적 의식을 갖고 공동체적 사역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국교회의 의식 있는 지도자들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특히 '장자 총회'라는 예장 합동 총회가 형의 입장에서 동생들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합동 총회에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 아닌가 하는데, 지금은 방문을 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혁교회 공동체 회복에 장자 교단 지도자들이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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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일 서창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창원: 예장 합동 소속 교수로서 말씀드리자면, 맞는 말씀이지만 정치적으로 하나된다는 것은 인간의 속성상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마치 남북간 통일이 결국 흡수 통합이라는 것 때문에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걸림돌이 생겨서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장 합동 총회가 나서면 상대편이 흡수돼 버리는 현상이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예장 개혁 측과도 합했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나눠져 있고 흡수된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각 교단에서 고린도전서 1장 말씀처럼, '같은 말 같은 뜻 같은 생각'으로 서로 화합하는 일이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말은 같은데, 뜻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개혁주의'라는 용어조차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뜻이 모두 달라집니다. 그래서 말이 같고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교제를 나눴으면 합니다.

'레포 500'도 그런 취지 안에서 하나될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아니고 겉으로만 하나 된다면 결국 교단이 하나 되어서 갖고 온 병폐처럼 교리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로 만든 찬송가 때문에 개혁파 교단들이 교리를 상실하지 않았습니까? 탈신학화가 급속하게 한국교회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연합'이라는 미명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십시오.... 각자 위치에 있되, 같은 말, 같은 뜻,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교제를 나누고 공공의 목적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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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 함께 웃고 있는 교수들. ⓒ이대웅 기자
최더함: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신학자로서 2천 년 역사를 돌아볼 때, 인위적 연합이나 정치적 일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뿌리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소속은 다를지라도 같은 신학과 같은 교리를 부르짖는 일에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국 성공회에서 개혁파가 분리됐듯 언젠가는 올바른 칼빈주의자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서문강: 교회 연합에서 기구적·행정적 통합은 파벌을 갖고 옵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다시 찾아 힘써 지키라고 하신 말씀처럼, 그리스도 안의 통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교리에서 타협이 이뤄지면 안 되겠습니다. 교단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신앙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연합의 정신입니다. 그렇게 외양을 점점 넓혀가야 합니다.

개혁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꽤 많음을 보았습니다. 각자 여러 명칭들을 갖고 모이는데, 그런 분들과도 점점 함께할 수 있으면 합니다. 같은 교리와 개혁주의라는 역사적 정통성, 칼빈주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끼리 외연을 넓혀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미국에는 그런 집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런 세미나를 하면서, 그런 일을 해 나가도 좋을 것입니다.

최더함: 저희 '레포 500' 강사진은 그런 취지에서 총신·고신·대신·합신 등 소위 '개혁주의 4대 문파'에서 한 분씩 선발하려 합니다. 공통분모는 칼빈주의입니다. 각자 해석은 다소 다를지라도 뿌리가 칼빈주의이므로, 다시 뿌리를 강건하게 해서 충분히 결속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강사로 참여해 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서문강: '레포 500'이 중심과 본질을 건드리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도들이 자다가 깨어나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런 집회가 중요합니다. 모임 자체는 큰 규모가 아니지만, 종교개혁도 대중집회가 아니라 몇몇 사람들을 들어쓰셔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우리 자신을 감히 빗대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하는 강연이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강의는 철학자가 철학을 연구한 결과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시대마다 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성령께서 가르치신 사람들처럼, 똑같이 성령께서 역사하시리라 믿습니다. 하나님 앞에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들 중 한 사람만 변화돼도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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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더함: 이번이 두 번째 강연입니다.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지난 5월 제주도 강연에는 칼빈의 <기독교 강요>조차 한 번도 읽지 않은 목회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강의 제목과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예정론'을 강의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두 대중강연을 기피하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강연한 것은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의 영적 무지에 대해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레포 500' 강연을 두세 번 정도 더 마련하고자 합니다.

서창원: 하나님 앞에서 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확신하는 한, 하나님은 주무시고 계시지 않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5년 전 저희가 처음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시작했을 때, 14명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50여명이 왔다는 건 대단한 성공입니다. 예전 저희 강연에는 2-3명 온 적도 있었습니다(웃음).

최더함: 올해 계속 강의를 열다 보면 윤곽이 드러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틀도 생기리라 봅니다. 우리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이러한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서창원: 종교개혁 당시에도 개혁가들이 잠자는 거대한 로마 교회를 깨우고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듯, 이 시대에도 개혁의 방향이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말씀의 회복에 있습니다. 그 일을 위해 우리가 이런 모임을 하는 것이지, 이걸 통해 무슨 영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이 살아있음을 여전히 증거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마르틴 루터도 로마 교회를 그렇게 깨우겠다는 생각으로 95개조를 내건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 방식대로 이루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