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에 대한 열등감은 사람이 지켜볼 때 더 많은 것을 기부하거나 헌금해야 하고, 사람이 지켜보지 않는 곳에는 단돈 천 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지 모른다.
막 12:41 예수께서 연보궤를 대하여 앉으사 무리의 연보궤에 돈 넣는 것을 보실새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자체만으로 행동의 변화는 달라진다.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행동이 통제된 집단 속의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의미도 처음에는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가식적 행동에 맞춰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이상행동을 하지 않는 한 무감각해진다. 자연스럽게 원래의 행동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내 행동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당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누군가가 함께 있을 때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낯선 사람과의 합숙이라도 3일 정도 함께 지내다 보면 불편함이 사라지고 서서히 무감각해지고 무의식적으로 평소의 행동대로 적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열등감은 남을 의식한다는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낯선 곳에 가는 것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며,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더더욱 힘들고,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거나 함께 생활을 하게 될 때 심리적 부담감이나 불안함은 훨씬 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는 생각, 행동이나 말,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피드백에 극도로 불안한 반응을 스스로 관찰해보라.

항상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견딜 수 있는 심리적 마음의 내공을 기르자. 모든 말이나 행동이나 생각 자체가 불편할 것이다. 불편함이 없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그 불편함 때문에 할 것을 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억지로 한다면 감정이 뒤죽박죽되고 훨씬 더 심각해진다.

어떤 교회는 예배 때마다 헌금 주머니를 돌리기도 하지만, 들어오는 성전 입구에 헌금함을 놓고 자유롭게 헌금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헌금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어떤 방법이 헌금을 더 많이 거둘 것인가. 아무래도 매시간 헌금주머니를 돌리는 것이 훨씬 수입이 많을 것이다. 헌금주머니를 돌리면, 옆에 있는 사람 보기 민망해서라도 단돈 천 원이라도 헌금을 할지 모른다. 안 할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모두가 동참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필자도 미국에서 난감한 경험을 한 바 있는데, 소그룹 성경공부시간이었다. 갑자기 헌금시간이 돌아왔는데, 아뿔싸 흔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헌금 주머니가 아니었다. 널따란 접시 위에 티슈를 한 장 깔고 헌금을 모으는 것이다. 7~8명이 모였으니 누가 얼마 했는지 내는 순간 모두가 다 지켜보는 황당함을 피할 길이 없었다. 1달러 아니면 2달러, 어떤 사람은 10달러를 내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안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1달러를 냈다.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순간 문화적 충격에 빠졌었다. 잠시 후 한 사람이 정리하더니 전체 금액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모임에 적응하고 누가 본다고 안 할 것을 하거나 할 것을 안 하는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최원호 박사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돈에 대한 열등감은 사람이 지켜볼 때 더 많은 것을 기부하거나 헌금해야 하고, 사람이 지켜보지 않는 곳에는 단돈 천 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지 모른다. 어떤 고액 기부자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칭찬받으며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선행을 알려주면 더 많은 기부에 동참하기도 한다. 자기 속에 숨겨진 열등감을 돈으로 승화시켜 도배했기 때문에 삶의 행복을 산 것인지 모른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