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영리기업이나 비영리조직을 불문하고, 장부를 만들고 1년마다 결산을 하는 주된 이유는 1년마다 경영성과를 파악해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1년간의 기간손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수익과 비용을 언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수익과 비용을 측정하는 기준은 크게 현금주의(Cash Basis)와 발생주의(Accrual Basis)로 나누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업의 태동기에 있었던 일들, 즉 1년 단위의 회계기간별 결산 및 보고가 필요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기업의 연원에 관하여는 여러 설이 있는데, 중세 유럽 특히 베니스 등에서는 선장(경영자)이 귀족(투자가)으로부터 자금투자를 받아 배를 타고 카이로에 간 다음, 아시아 지역의 특산품을 사가지고 와서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생긴 이익은 한 항차(航次, voyage)별로 이익 또는 손해를 계산하여 선장과 귀족이 분배하였다. 그런데 이런 사업이 계속되다 보니, 항차별로 손익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합작사업을 완전히 그만두는 때에만 손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사업기간이 장기간일수록 중간에 손익을 계산해 이익을 분배할 필요가 있어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손익을 계산하는 관행이 생겨나면서, 1년 단위의 회계기간별 결산 및 보고라는 개념이 발생했다.

사실, 기업의 경영평가 및 손익계산은 1년마다 쪼개어 분석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최초 활동시점부터 마지막 없어질 때까지는 하나의 회계기간으로 보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고, 이는 우리 사람들의 삶, 인생에 대한 평가와도 비슷하다.

이와 같이 기업 또는 조직의 활동은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활동보고가 의사결정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기 위해 계속기업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여 영업성과를 측정, 보고하는 회계기간(예, 1년)의 개념이 생성되었다. 그와 더불어 '기업 또는 조직에서 발생한 수익과 비용을 어느 회계기간에 얼마만큼 인식하여 보고해야 하는가?' 라는 기간 귀속의 문제가 발생했다.

현금주의란 고객 또는 후원자로부터 현금을 수취한 시점에서 그 금액을 수익으로 인식하고 현금을 지출한 시점에서 그 금액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방법으로, 간편한 방법이나 이는 수익, 비용의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발생주의란 수익창출과정에 관련된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수익을 인식하고 비용은 관련된 수익이 인식되는 회계년도에 같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영리조직인 기업회계에서는 수익·비용의 인식을 현금의 수지와는 관계없이 그 발생 사실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비영리조직도 발생주의 회계정보가 우수하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즉 2가지 방법이 서로 다른 장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현대 회계에서는 발생주의에 의한 회계정보가 현금주의에 의한 회계정보에 비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흑자 도산이라는 말과 같이, 발생주의 기준에 의하여 기업이 양호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현금이 부족하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주의 기준에 의한 회계정보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복식부기방식에 이한 현대의 회계정보는 발생주의 기준에 의한 회계정보와 현금주의 기준에 의한 회계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즉 재무상태표(종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비영리단체는 운영성과표 또는 활동보고서)는 발생주의 기준에 의한 회계정보를 나타나고, 현금흐름표(또는 수지계산서)는 현금주의기준에 의한 회계정보를 보여준다.

여기서 다시 현금주의와 발생주의를 조금 더 요약한다. 현금주의란 말 그대로 현금을 받았을 때 수익을 인식하고 현금을 지불하였을 때 비용을 인식한다. 그래서, 물건을 외상으로 판매하였을 때, 물품 인도 시점에서 매출(수익)을 인식하지 않고,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에서 매출(수익)을 인식하고, 외상으로 매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현금주의 회계에서는 재고자산이나 유형고정자산이라는 개념이 없다. 즉, 수익을 위하여 물건이나 재료를 구입하면서, 현금이 지급되는 시점에 바로 비용으로 인식된다.

19세기 미국 철도회사들은 철도를 새로 부설하거나 기관차를 매입한 회계연도에는 그 철도 부설 비용이나 기관차 매입비용을 당해 년도의 비용으로 인식함으로 인하여, 거대 손실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철도부설비용이나 기관차 매입비용을 첫 해에 모두 비용(원가)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발생주의 회계가 생기게 되었고, 감가상각이라는 개념도 생겼다고 한다.

발생주의는 수익은 수익이 발생했을 때(Earned) 인식하고, 비용은 발생하였을 때(Incurred) 인식한다는 것이고, 수익, 비용의 인식과 현금수령, 현금지급 사이의 차이를 기록하기 위하여, 추가 계정을 사용한다. 즉 외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면, 외상매출금과 같이 미수금 계정(자산계정)에 기록되고,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하면, 외상매입금과 같이 발생비용계정(부채계정)에 기록된다. 또한 재고자산 및 유형고정자산 등의 자산계정도 사용된다.

발생주의 회계와 관련하여, 감가상각이라는 개념도 소개한다. 먼저, 감가상각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살펴보자. 감가상각이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산의 가치 감소를 회계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경제학적으로는 자산의 가치 감소를 의미하나, 회계학 관점에서 감가상각이란 취득한 자산의 원가를 자산의 사용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자동차는 통상 내용연수가 5년인 자동차를 3천만원에 구입하였을 때, 구입한 시점에 3천만원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현금주의 회계이고, 3천만원을 일단 고정자산으로 계상한 후, 5년에 걸쳐 매년 6백만원씩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을 감가상각이라고 하며, 이것이 발생주의 회계의 하나이다.

위에서 소개한 미국의 철도사업에서, 시설 등의 투자가 없는 회계연도에는 이익이 많이 난 것으로 나타나고, 시설 등의 투자가 많이 있는 회계연도에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는 현금주의 회계의 왜곡현상을 시정하고자 감가상각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회계가 비교적 발달한 미국에서도, 비영리회계분야에서, 찬반양론이 가장 팽팽하게 맞서 왔던 것이 감가상각에 관한 회계처리였는데, 몇 년 전 미국회계기준 위원회에서 모든 비영리단체들의 일반목적 외부재무제표상에 유형고정자산의 감가상각비를 계상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비영리단체 회계에 있어서도 감가상각비회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학교회계의 사정을 살펴보면, 일본의 사학회계기준에서는 1971년부터 감가상각회계를 도입했으며, 우리나라의 사학회계기준에서는 2010년부터 사립대학에 대하여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을 인식하도록 하고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큼 등록금 회계에서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감가상각과 관련하여, 특기하기 싶은 점은, 감가상각비는 그 계상 시점에 현금이 지출된 비용이 아니라는 것(즉, 현금 지출시점은 고정자산을 취득한 시점이다)과 사립대학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큼의 건축적립금을 쌓았다고 해도 별도로 현금을 쌓아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사립대학의 감가상각제도 도입은 사립대학의 적립금 축적을 정당화 시켜주는 제도라 할 수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국정감사에서 지적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복식부기나 발생주의 회계의 개념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필자가 돕고 있는 단체 중 단식부기 현금주의 예산회계를 채택하고 있는 어느 사회복지법인은 감가상각 및 적립금 제도가 없어, 시설이 낙후되었음에도 이를 개축할 자금이나 예산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점은 단식부기 및 현금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회복지법인이 사립대학과 유사한 회계처리 및 적립금 적립방식을 도입함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편 복식부기상 적립금만 쌓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그 적립금 상당액의 예금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맺는 말로서, 신문기사나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회계용어 2개를 소개하고 싶다. 신문에 '대기업들이 수조원의 유보금(회계용어로는 잉여금 또는 적립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면, 일반인들이 대기업들이 수조원의 현금예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유보금이 현금 또는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금, 매출채권, 재고자산, 유형자산 등 여러 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규모가 5조 4천억으로 발표되었는데, 대우의 임원들이 5조4천억원을 현금으로 횡령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현금주의 회계와 발생주의 회계의 차이를 몰라서 가지는 오해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이런 오해를 갖지 않도록 회계용어를 쉬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필자는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또는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공과대학 또는 미술대학이나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에게 회계기초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들이 처음 회계를 배우면서,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적는 것과 같은 현금주의와 발생주의 차이에 대해 약간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보곤 하는데, 복식부기의 발생주의 사례를 몇차례 공부해보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