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기념교회 12주년 신앙대강좌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의 환희와 고뇌'라는 주제로 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 창립 12주년 기념 특별강좌 및 종교개혁 500주년 신앙대강좌가 10-12일 3일간 오후 8시부터 진행되고 있다.

11일 둘째날 강좌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종교개혁의 의미, 그 환희와 고뇌'라는 주제로 이은재 교수(감신대)가 강연했다. 그는 "일찍부터 교회는 하나라는 의식이 있었지만, 종교개혁을 통해 그 '그리스도의 몸(Corpus Christi)'은 사분오열됐고 또 다른 교회가 태동됐다"며 "한국교회도 한 분 하나님과 같은 성경을 보지만 다양한 교파들이 제각기 들어와 뿌리내리면서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아무런 친밀감과 교제가 없는데, 오늘날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다원화된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태도와 정신을 필요로 하는지 역사와 오늘 우리의 문제를 통해 다뤄보겠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종교개혁의 중심 성과는 '복음의 재발견'이었지, 새로운 교회나 특정한 신앙고백의 설립은 아니었다. 이 종교개혁이 오늘날까지 이어온 영향력 또는 추진력은 △'만인사제직'을 주장하면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존귀하게 쓰임받을 수 있게 했고 △'근원으로(ad fontes)'라는 표어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 쥐어줬으며 △'오직 믿음으로'를 통해 죄인들의 의(義)를 말함으로써 '자유'에 눈뜨게 했다는 점 등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은 반대 진영과 사회정치 제도 등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면서 유럽 역사뿐 아니라 현대사에까지 연속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개혁과 오늘날 당면 과제

이은재 교수는 "종교개혁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기억문화 그 이상의 것이어야 하는데, 하나님에 의해 '오직 은총으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오직 믿음 안에서' 구원받은 죄인으로서 기쁨과 자유함을 누렸던 이들이 오늘날 자기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화·다원화되고 말았다"며 "교회에 대한 무관심과 냉담함은 불안을 증대시키고, 고령화는 존재 자체를 흔들며, 안팎의 도전은 믿음조차 상실시키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영적으로 불안한 시대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는 "무슨 이야기든 마지막에 가면 '맘몬(돈)'이라는 우상이 목을 치켜세우고 우리를 점령하려 한다"며 "서로를 익숙하게 '형제님 자매님'으로 부르고 있지만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피상적이고, 개인주의적이어서 그런지 공동체 사상은 실종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교회는 '신앙의 중대성을 자발적인 사랑의 활동'으로 탈바꿈해 사회 제반 문제들에 응답해야 한다"며 "하나님에 대한 신앙,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 성령에 대한 신뢰는 기념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100주년기념교회 12주년 신앙대강좌
▲이은재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둘째로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종교개혁 당시에도 불안과 두려움의 세계였기에, 영적이고 신학적인 대안들이 여럿 대두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성경적이지도 않고, 복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종교적 행위들로 발전돼 기적을 만들어내거나 비성경적 행사를 열고 얼토당토 않은 유물들을 숭배하고 위기를 조장해 신앙심을 극대화시키려 했다. 그는 "한 마디로 경건이 진부해지고 상업화됐으며 천박해졌다"며 "우리 시대와 비슷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셋째로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종교개혁자들은 '은혜로운 하나님'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그리스도 안에서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발견했다. 이 교수는 "루터는 처음엔 하나님을 '의로운 재판관'으로만 봤기에, 두렵고 회피하고 싶고 거부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주해하는 교수직을 맡으면서, '불의한 우리조차 의롭게 하시는 하나님', '아둔한 인간을 징계하시지 않고 연약하고 부족한 이들조차 지혜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고 소개했다. 인간은 약하고 한계적이며 유한한 존재라는 설명만으로는 하나님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지만,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하나님'임을 발견했을 때 은혜를 체험한 것이다.

넷째로 이은재 교수는 "두려움과 불안은 조장되거나 악용돼선 안 되고,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세 교회와 달리 불안과 두려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직면해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은 키에르케고어가 그랬듯 해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를 위해 하나님과 그 분의 선하심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유일하고 영원한 해결자 되시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하나님을 피했던 것이지, 하나님은 한 번도 우리를 피하신 적이 없다"며 "종교개혁자들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서 비껴나 있다면, 우리 앞에 있는 하나님과 다시 시작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하나님을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찬양하면서 우리 삶과 사회에서 대화의 중심으로 끌어내야 한다"며 "이때 '새롭게'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이지,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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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배타적 유일신의 관용, 그리고 공공성

'관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은재 교수는 "말씀드렸든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상호간 방문도 쉽지 않고, 교파별로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이단이라고 정죄하거나 비난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래서 '관용'에 대해 다뤄야 하는데, 관용은 자신의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발휘할 수 있다. 서로를 자유로운 자, 동등한 자로 인정해야 실제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서의 유일신론이 배타적이고 심지어 난폭하다'는 한 이집트 학자의 고발에 대해 그는 "일면 맞는 말씀일 수 있다. 하나님은 질투가 심하고, 모든 형상들과 신상들을 파괴할 것을 요구하신다"며 "그러나 유일신 사상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관용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관용이 언제 발생하는가? 하나님의 초월성이 부정되고, 인간이 하나님과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직접적 접근을 가질 수 없다고 간주할 때 발생한다"며 "'빚진 자의 비유(마 18:21)'처럼 우리 모두가 '용서받은 죄인'이라는 의식이 분명하다면, 어찌 그 분의 크신 은혜와 사랑을 경험한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납하고 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뚜렷했지만, 지금은 갖고 있는데 상대적 비교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한다"며 "그러나 하나님의 절대성을 존중하고 그 분에게서 받은 은혜와 사랑이 연결되는 순간, 회복되고 용서받은 자로서 기꺼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그러므로 유일신 사상이 배타적인 게 아니라, 이러한 기준이 상실됐을 때 더 심각한 불관용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처럼 다종교적·다문화적 사회에서 인간답고 평화롭게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관용이 필요하다"며 "마지 못해 '감수'하기보다 상호간 존중해야 하고, 타자의 견해와 관점, 신앙과 생활양식을 존중하는 것이 평화로운 사회를 세우는 적극적인 태도이다. 우리만이 진리를 갖고 있다는 배타적 방식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지식과 양심, 적법 절차와 양식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한국 사회의 위험 요소 중 하나가 기독교·이슬람 일부에서 보이는 근본주의적 요소로, 이들은 겉으로 열심이 있는 듯 하지만 교만과 분열, 상처를 갖고 있다"며 "교회는 불관용에 맞서 공공성을 획득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불관용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교회의 공공성이란 단 한 가지, 다름 아닌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100주년기념교회 12주년 신앙대강좌
▲패널 이재근 교수와 배덕만 교수(왼쪽부터). ⓒ이대웅 기자
이은재 교수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은, 당신 곁에 누군가, 그 무언가가 있도록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곧 공공성"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과 울타리를 치고 가급적 멀리 떨어질수록 신앙적이라고 하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신앙의 자리는 고상하게 내공을 쌓거나 상승하는 게 아니라, 삶의 자리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고 남기신 과제를 행하는 그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쉽게 말씀드리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픔도 상처도 받지 않는다. 전도를 해 봐야 거절도 배격도 당한다. 성경을 읽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대로 산다는 것에 대한 감(感)이 없다"며 "그러나 기도하고 전도하고 성경을 읽는 등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가진 사람은 아픔도 상처도 거절도 열매도 겪게 된다. 거기서 영적 유혹과 시련도 당하는데, 그 자리가 바로 우리 신앙이 자라는 영성의 자리"라고 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을 때 교회다운 게 아니라,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고 그들을 파송하셨듯 세상의 자리로 찾아가 그곳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 노력할 때 공공성을 획득하고, 그때 비로소 관용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며 "진리의 문제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공공성을 지향해야 하는 과제는 교회를 불편하게 하는 동시에, 살아있기에 여전히 감당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더불어 "'불관용에 맞서 그 어떤 관용을 베풀지 말라'는 말은 교회가 모든 형태의 불관용에 대해 저항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라며 "관용이 불관용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사회질서는 무정부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서로 남의 짐을 져 주는 법(갈 6:2)'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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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내 불관용의 대표적 사례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우리의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가 교회를 세우는 게 아니라, 사유화와 기득권화, 독점화 등으로 '바벨'을 쌓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며 "그러다 보니 이를 지켜내기 위해 본의 아니게 세상으로부터 자꾸 격리되거나 세상과 다른 방식, 비성경적으로 자신만의 성을 쌓아놓았다. 거기서 무수히 많은 것들이 불관용적으로 일어난다. 주님의 이름으로, 주님을 위해 한다지만 결국 쌓아놓은 것은 바벨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신앙 공동체이니 실제로 더불어 살아보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비대해져, 주일에 잠깐 와서 서로가 '형제 자매'임을 확인만 할 뿐 어떻게 사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며 "정말 더불어 살아보고, 부족함도 상처도 약함도 나눠보고, 자기 것을 줘 보기도 해야 한다. 더불어 살다 보면 함께할 수 있는 삶의 자리가 나타날 것이다. 거대담론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듣고 훈련하면서 잘못 쌓아올린 바벨을 무너뜨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바벨을 쌓게 만든 배후는 '맘몬'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고, 교회 안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물질적 문제로 아픔을 겪게 한다"며 "교회를 다시 세우려면 말씀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오직 말씀으로', 단순히 성경이 아니라, 그저 성경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펼쳐서 듣고 읽혀지는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하나님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선을 행해야 한다. '오직 말씀으로, 오직 믿음으로'는 우리를 수동적으로 내버려두는 슬로건이 아니다"고 했다.

신앙대강좌는 전날 윤형철 박사(개신대학원대학교)가 '복음의 재발견!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 가르침들, 그 환희와 고뇌'를 강의했고,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배덕만 박사(느헤미야)가 '한국교회와 종교개혁 500주년 현실과 과제: 그 환희와 고뇌'를 강의한다. 패널로는 이재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자문은 김구원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