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놓고 목회자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목회자=사업자 또는 노동자' 취급 논란을 넘어, 교회 공동체에 초래할 수 있는 심대한 영향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는 몇 차례 시도됐으나 계속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미뤄져 왔다. 그러나 과세 당국은 그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지는 못했다. 탄핵 사태 등으로 인해 세부적인 준비나 목회자들을 포함한 종교인들의 의견 청취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목회자들은 막연함과 두려움 속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과세 당국은 교회 공동체를 단순히 기업이나 일반 NGO 또는 비영리기관 수준으로 파악하고 종교인 과세를 서둘러 집행할 경우, 시행착오를 비롯해 심할 경우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국도 '면세점 이하' 종교인들이 대부분이라 조세 효과가 크지 않음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만큼, 목회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경청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목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무조사'다. 그것도 세무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세무조사를 악용해 교회를 분열시키려 하거나 교회 재산을 획득하려는 시도 등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것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 목회자들의 경우이긴 하나, 과세 당국에서 이를 감안해 세무조사 악용 방지책을 마련한다면 목회자들도 기꺼이 종교인 과세에 동참할 것이다.

사실 세무조사 또한 교회 재정이 투명하고 바르게 집행된다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제까지 교회 내에서 모호한 명목으로 집행되고 있었던 선교비나 구제비, 각종 복리후생비 등에 뚜렷한 명목을 부여해야 한다. 일부 목회자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과도한 각종 부대지원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천주교 등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도 동참하고 있는 것인 만큼,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100주년기념교회는 매달 재정 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완전히 공개하고 있는데,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종교인 과세를 오히려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이 투명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성도들로부터 비공식적으로 교회 아닌 목회자들에게 전해지던 '헌금' 관행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이런 관행이 불가피하게 이뤄졌던 이유는, 예전 교회에서 주는 목회자들의 사례비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작정 관행을 없애버리기보다, 여전히 적은 사례비로 생활하는 부교역자 등의 사례비 현실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종교인 과세와 이를 통한 교회 재정 투명화·체계화는 교회의 대사회 봉사·기여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순기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지만, 투명한 재정을 통해 알려지는 것이야 어찌 하겠는가.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 목회자들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기독교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는 무턱대고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기보다, '찬성한다. 그러나...'라는 방식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국가가 있어야 교회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교회로서, 국민 누구나 납부하는 세금을 홀로 내지 않을 명분이 그리 많지 않다.

이제 '교회만의 특수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과세 당국과 적극 대화함으로써 교회만의 특수한 재정 내역을 현 납세 체계에 어떻게 적용시킬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오히려 과세 당국에서 '이럴거면 종교인들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는 게 낫겠다'는 반응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
▲콘퍼런스 당시 발제자들의 발표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인섭 변호사, 신용주 세무사, 장현일 목사(사회), 최종천 목사, 정대진 세무사, 김두수 회계사 ⓒ크리스천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