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 이대로 병든 몸 통해서도 찬양하고 싶다”

▲2세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이며, 기관지확장증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은 서샬롬 선교사는 사선을 오가는 투병생활을 하다 약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치유받았다. 노래하면 죽는다는 의사의 말에도 하나님이 주신 맑은 목소리로 찬양을 그치지 않는다. 지금 그는 필리핀에서 29년째 그처럼 아픈 이들의 사정을 헤아리고 위로하며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제 목소리가 좋아요? 폐가 기능을 못 할 때는 3분 대화도 피가 올라오고 숨이 차서 못했습니다. 지금은 가는 곳마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천상의 소리라고 해요. 매일의 간증은 하나님이 1년 365일 저를 찬양으로 깨우세요. 오늘은 '하나님 한 번도 나를 실망 시키신 적 없으시고 언제나 공평과 은혜로 나를 지키셨네'(오 신실하신 주)입니다."

2세 때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3급이며, 기관지확장증으로 코와 입은 수시로 객혈을 쏟았다. 늘 피가 부족해 한여름에도 어머니가 지어준 솜이불을 덮고 지내면서 마비, 통증, 구토, 설사에 시달리다 의사로부터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절인 20대, 육신과 마음이 온갖 질고로 늘 죽음의 경계에 맞닿아 있던 한 청년이 예수를 만나고 29년 동안 필리핀 자비량선교사로 헌신하고 있다.

필리핀 서남찬양교회 서샬롬 선교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을 통과하며 주님께 받은 위로와 사랑을 필리핀 영혼에게 전하고 있었다. 특히 아픈 이들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그는 척추가 계속 자라나는 희귀병에 걸린 현지인 '제리'(Jerry R. Barraquias)의 치료에 앞장섰다.

5년 전 한국교회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도움을 받아 기형으로 자란 척추를 깎아내고 새 삶을 살던 제리의 이야기는 당시 여러 언론에서 다뤄져 유명세를 탔다. 몇 달 전 제리는 다시 척추뼈가 자라고 몸속에 넣은 인공 와이드가 부러져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다음은 서샬롬 선교사와의 인터뷰 내용.

-사형선고를 받은 후 신학교에 가고 필리핀 선교사로 헌신했다. 남다른 간증이 많다.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 일은 다 하나님이 하셨다.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라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정말 1분 1초라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없었다. 누워서 자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누우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 입으로 객혈했다. 그리고 한번 기침이 나오면 눈알이 빠질 정도로, 항문이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기침을 하고 나면 피 가래를 쏟으면서 팔다리가 쑤시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도 피가 모자라 추워서 어머니가 해 주신 솜이불을 덮고, 어머니가 해 준 베개에 기대어 숨 쉬고 잠을 잤다. 그것은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였다.

왼손으로는 철, 코팅된 나무, 유리, 아크릴 등을 못 만졌다. 만지면 한쪽이 저리면서 마비가 오고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워낙 피가 모자라 항상 배가 냉해서 설사도 많이 했다. 에어컨, 선풍기 바람 등 찬 공기가 닿으면 곧바로 설사를 했다. 문제는 걷다가 배가 아픈 경우인데, 두 살 때 왼쪽 다리 소아마비로 지체 3급의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화장실까지 얼마 안 되는데도 뛰질 못해 선 채로 바지를 버릴 때도 잦았다. 그때 내 나이는 25살이었다. 죽음을 넘어선 투병생활을 하다 약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치유 받았다."

▲지난 5월 서울 당산 누가플러스치과를 방문한 서샬롬 선교사와 제리를 비롯한 코리아드림팀 2기 청년들. ⓒ이지희 기자

-예수님을 어떻게 만났나.

"유교, 불교, 무속이 찌든 가정에서 태어나 친가를 보나, 외가를 보나 예수님을 믿는 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형님의 권유를 받아 성북동에 있는 혜성교회(정명호 담임목사, 당시 박광옥 현 원로목사가 담임)에 등록하여 신앙생활을 하였다. 유난히 주일만 되면 피를 더 많이 쏟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귀가 교회를 못 나가게 하려고 한 것이다.

혜성교회를 다니던 약사이신 김 권사님의 도우심으로 삼선교 동인방사선과에서 X-Ray를 찍었는데, 결과는 왼쪽 폐를 잘라내고 인공 폐를 넣으면 살 수 있다고 했다. X-Ray를 들고 박광옥 목사님을 김 권사님과 함께 찾아뵈었다. 사정을 듣고 울면서 기도해주셨고, 주일날 광고를 해주신 덕분에 특별헌금이 모아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한 달 후 내시경 촬영 결과 왼쪽뿐만 아니라 오른쪽 폐도 이미 못 쓰게 된 상태라 가망이 없다고 했다. 최첨단의 과학이 발달돼도 현대의학으로는 못 고친다고 한다.

병명은 기관지확장증으로, 백일기침으로 인한 후천성 기관지확장증이었다. 건강한 기관지는 머리카락 한 가닥 굵기만 한데 나는 손가락 굵기만큼 확장되어 있어 조금만 무리를 주어도 확장된 기관지 벽이 헐어서 피를 쏟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치의는 '할 수만 있다면 공기 좋은 곳으로 가서 단백질을 섭취하고 살아가라'며 '첫째 노래하지 말라, 둘째 말을 많이 하지 말라, 셋째 코가 나와도 풀지 말고 휴지로 찍어내라, 넷째 특히 감기 조심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죽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지는데, 동시에 내 마음 가운데 감동이 와서 '하나님께서 직접 고쳐주시려고 의사의 손을 못 대게 하시는구나'라는 기쁨이 생겼다. 계속 피를 토하면서, 죽더라도 신학교에 가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에 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목사로, 선교사로 쓰임 받게 하셨다.

나는 핍박을 통해서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형님들로부터 예수님을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로 하루가 멀다 하고 매를 맞았다. 한번은 작은 형님이 '네가 오른쪽 다리마저 잘라내야 교회를 못 가겠지' 하면서 부엌칼을 들고나와 다리를 향해 찌르려는 순간, 필사적으로 양손을 들어 칼을 막다가 다쳐 오른손 엄지손가락 사이에 아직도 흉터가 있다. 형님을 통해 악한 원수 마귀가 예수님을 못 믿게 하려고 발악을 하였다."

-노래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찬양을 하지 않았나. 증상은 어떻게 좋아졌나.

▲서샬롬 선교사는 맑은 목소리와 밝은 미소를 가졌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오장육부와 영, 혼, 육을 다 치유하셨다. 성삼위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치유하여 멋지게 쓰시고 계신다”는 그의 고백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이지희 기자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노래하면 죽는다고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학생 때 김민식 전도사님(당시 집사) 녹음실에서 한 곡 녹음하고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때 내가 부른 대표곡이 '불속에라도 들어가서' 등이다. 신학교 졸업 후 복음가수로 활동하다가 이름이 막 뜨기 시작할 무렵 내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비량선교사로 필리핀에 가게 됐다. 마닐라의 한인연합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찬양인도도 했다. 잠시 한국에 나올 일이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국제예수제자선교회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를 인도하시는 목사님이 이사야 53장 5절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마태복음 8장 17절 하반절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는 말씀으로 '2,000년 전에 예수께서 기관지확장증과 모든 질병을 어깨에 짊어지시고 가져가셨다. 이 말씀을 100% 믿어라'고 하셨다. 순간 말씀이 정말 100% 믿어지면서 갑자기 몸통만 한 시커먼 물체가 빠져나가더니 내 눈에서 안경이 벗어지고, 객혈이 멈추고, 설사가 멈추고, 왼손에 마비 증세가 떠나고, 플라스틱과 철, 유리, 코팅된 나무, 아크릴 등을 만져도 쑤시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오장육부와 영, 혼, 육을 다 치유하셨다. 성삼위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치유하여 멋지게 쓰시고 계신다. 매년 정기적으로 부산 세계로기독병원을 찾는다. 주치의 정종윤 박사님은 '목사님 항상 조심하세요. 양쪽 폐가 하얗게 전이되고 있고 호흡기 쪽으로 폐기종까지 있습니다. 찬양하지 마세요. 죽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있으시고 혈압도 있어서 목사님 쓰러지면 의사들이 손을 못 댑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나의 하나님 아버지는 이 모습 이대로 병든 몸을 통해 찬양받기 원하신다."

-순간순간 하나님의 인도를 많이 느끼실 것 같다. 요즘은 건강 상태가 어떤가.

"작년 11월에는 아내와 아들도 집에 없는데 혼자 거실에 쓰러졌다. 문손잡이를 잡고 반쯤 일어나 엉금엉금 기어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며 도움을 구했다. 하늘이 빙빙 돌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났을 때 감동이 하나님이 또 한번 생명을 연장시켜주신 것을 알았다. 지금은 간증하듯 말을 전하지만 실제로 내가 내 상태를 잘 안다. 하지만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내가 미리 이렇다저렇다 예측해서도 안 되고 함부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수명의 짧고 긴 것은 하나님께 있다.

어찌 됐든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죽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추위와 환절기는 내게 치명타다. 필리핀은 항상 청정하고 더워서 내가 사역하며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하나님이 나를 살리기 위해서 필리핀에 보내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특별하신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이 직접 간섭하셔서 목소리가 맑아졌고 더 좋은 성대도 갖게 됐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