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2.0>, 그냥 만화 아닌, 성경을 만화로 번역한 것”

이대웅 기자 입력 : 2017.06.27 17:57

[힘내라! 작은출판 6] 씨엠크리에이티브 김돈영 이사

씨엠 김돈영
▲지난 달 서울 합정동 교보문고에서 만난 김돈영 이사. ⓒ이대웅 기자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 출판사를 비롯해, 작지만 큰 꿈을 꾸며 기독교 문화 창달을 위해 분투중인 기독 출판사들을 연속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구약 전 7권이 완간된 씨엠크리에이티브의 <성경 2.0> 시리즈는 기독 출판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만화 <성경 2.0>은 1권이 창세기와 욥기, 2권이 출애굽기-신명기, 3권 여호수아와 사사기·룻기, 4권 사무엘상하와 역대상, 5권 열왕기상하와 역대상하, 6권 예언서들, 7권 역대상하와 에스라, 에스더, 느헤미야, 학개, 스가랴, 말라기 등을 담았다. 성경 목록순이 아닌 시대 순서에 따라 책을 배열하고 당대 문화 이야기를 함께 실어 배경지식까지 섭렵하게 하면서 어려운 구약을 쉽게 읽히게 하고 있다.

특히 구약성경의 일부가 아닌, 시가서를 제외한 전체 이야기를 만화로 오롯이 담아내 호평을 받았고, 구약 출간 이후 그림을 활용해 전도지 발행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돈영 이사는 일반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신학을 공부했고,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성경 2.0> 사역에 합류했다. 김 이사에게 <성경 2.0>과 출판 이야기를 청취했다.

-출판사가 있는데, 씨엠크리에이티브를 별도로 만든 이유가 있으신지요.

"하이툰닷컴은 기획사 개념이었기 때문에, 씨엠크리에이티브를 새롭게 창립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둘을 같이 했지만, 본격적으로 <성경 2.0> 1권 제작이 시작되면서 하이툰닷컴은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까지 시킨 이유는 무엇보다 <성경 2.0> 시리즈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이툰닷컴은 다른 업체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라, 이것도 저것도 대충 할 수 없었습니다. 둘 다 하다 둘 다 문제가 생길 수 있었지요. 하이툰닷컴은 돈을 버는 회사이지만, 사실 씨엠크리에이티브는 몇 년간 투자만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1인출판사는 아닙니다. 이길우 대표님은 <성경 2.0> 시리즈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셨고, 그림 작가들이 작업을 마치면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저는 마케팅과 대외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대표님과 기획이나 아이템 회의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정을 돕는 여직원도 한 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배수의 진'을 친 것인데요.

"위험을 감수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 정도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폐업까지 했던 건 <성경 2.0> 시리즈를 '사명'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가끔 저희들끼리는 '하나님께서 왜 그런 마음을 주셨을까'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학습만화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명에 확신이 생기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입니다. 장인정신으로 봐도 되겠네요."

-성경 일부가 아닌, 전체를 하나의 만화로 꼭 만들어야 하는지요.

"그냥 '만화 성경'이라고 생각했다면, 중요한 스토리라인들을 극화하고 사실화해서 충분히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출발할 때부터 '번역'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습니다. '텍스트'로 된 문서인 성경 말씀을 만화라는 '이미지'로 번역했다는 것입니다. '만화 번역성경'이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는데, 2,500년 전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다 중세 들어 성경이 라틴어로만 돼 있어 일반 성도들은 다시 읽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마르틴 루터는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지요.

그런데 50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성경은 너무 난해한 언어로 이해하기 어렵게 돼 있습니다. 읽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스토리라인만 넣어서 할 게 아니라, 성경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림'을 통한 시각화이니 만화를 집어넣자고 한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성경을 그림으로 번역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만화 작업은 이길우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기도 하다. 마흔이 돼서야 회심하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 대표는, 성경 읽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쉽지 않았다. 초신자들을 위한 '쉬운성경'으로 1독을 했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학습만화 기획사 '하이툰닷컴'을 운영하며 유명한 '와이(WHY)' 시리즈를 비롯해 '둘리 탐험', '서울대 인문고전' 시리즈 등 여러 학습만화에 관여했던 이 대표는, 결국 성경 내용을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특히 21세기 시대상에 맞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성경 2.0
▲구약편 7권 모습.
-구약은 이미 전 7권이 다 나왔고, 현재 신약 작업 중이시지요.

"지난해부터 신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 연말이면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을 담은 첫 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2권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 3권은 사도행전, 4-5권은 서신서들과 요한계시록으로, 신약은 전 5권을 만들 계획입니다. 계시록을 어떤 식으로 넣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총 7년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복음서를 예수님의 행적 중심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쭉 하면 좋겠지만, 중간 중간 다른 부분들을 추가하기 위해 복음서를 별도로 나눴습니다.

성도님들이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구약과 신약 사이 '중간사'를 넣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분량이 너무 늘어나서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10-15쪽 정도로 압축해서 첫 권에 넣기로 했습니다. 중간사는 특별판 개념으로 별도 책을 발간할까 합니다. 중간사도 성도님들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신학생들도 '중간 시대'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러니 '구약과 신약은 전혀 별개의 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성경 2.0> 시리즈를 마치고 나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구약을 2006년부터 시작해 9년 걸려 2015년 전 7권을 완간했습니다. 신약을 시작하기 전 조금 쉬면서 작업했던 도안들을 활용해 '성경 지도'나 '성경 족보', '구약 컬러링' 등을 제작했습니다.

성경을 만화로 다 옮기고 나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먼저 교회학교용 공과 교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브라함처럼 되어라'고 권면하지만, 아브라함에 대해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는데 어떡하겠습니까. 그래서 성경을 쉽고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교재를 꼭 출간하고 싶습니다.

또 아이들용 또는 어른들용 <성경 2.0>을 별도 제작할 마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 2.0> 구약 시리즈에 넣지 못한 시편부터 아가서까지 시가서 부분들에 대한 작업도 할 계획입니다."

성경 2.0
▲무료 배포중인 ‘성경 족보’.
-출판사를 직접 만드시기보다, 기존 출판사에서 할 수는 없었나요.

"<성경 2.0> 시리즈는 제작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일반 출판사에서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 그림과 글 작가분들 대우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계약금과 함께, 인세까지 드리고 있습니다. 2-3배의 제작비가 드는데다, 1년에 한 권이 나올까 말까 하는데 이를 기다려 줄 곳도 많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힘들지만, 돈 되는 일을 포기하고 '외통수'로 왔기 때문에 저희는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웃음). 한 우물만 파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중간 중간 학습만화나 기독교 콘텐츠 관련 제의들도 더러 있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성경 2.0
▲1권 모습.
-<성경 2.0>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요.

"군인들에게 반응이 좋습니다. 한 불신자 청년은 심심할 때 '만화책이니' 하면서 그냥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읽고부터 예배에도 참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주변 동료들과도 함께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으면 모든 부대 내무실마다 구약 <성경 2.0>을 한 세트씩 넣어드리고 싶습니다.

군부대뿐 아니라 재소자들에게도 읽히고 싶습니다. 한 재소자에게 편지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장기수인 듯한데, 소각장에서 작업을 하다 우연히 <성경 2.0> 전단지를 보고 '읽고 싶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후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구약 세트를 보내드렸습니다.

한 번은 우크라이나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선교사 자녀인 7세 여자아이인데, 초등학생 언니와 함께 읽고 있다고요. 그림까지 그려 가면서, 그림 그린 분들 칭찬해 주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성경 2.0> 그림을 활용한 전도지 <복음 메신저>도 만들었는데, 논산훈련소에 전도지를 들고 가볼까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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