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예수님은 우리들을 종(從)이 아니라 친구로 인정하신다(눅 12:4, 요 15:13-16). 친구와 관련된 성경도 많이 있다. 다윗의 친구(삼하 15:37, 16:16) 바울의 친구(행 19:31). 삼손의 친구(삿 14:20) 세리와 죄인의 친구(마 11:19, 눅7:34) 욥의 친구(욥 2:11) 등이다. 친구, 동무, 벗, 도반, 동료 등 호칭도 다양하다.

청소년기엔 "엄마 팔아 친구 산다"는 속담도 있다. 친구가 과연 누구인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서로 웃어줄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잘못이 있더라도 덮어줄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서로 충고해줄 수 있는 것이 친구다.

다른 사람이 그와 가까워지면 질투나는 것이 친구다. 빼앗고 싶은 것이 친구다(사랑은 주는 것도 아니요 받는 것도 아니요 빼앗는 것이다). 사귀고 싶으면서도 더 이상 알 수 없는 게 친구다. 뒤돌아 흉봐도 예뻐 보이는 것이 친구다. 가슴 아픈 것이 친구다.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게 친구다. 잘못을 일깨워 주는 것이 친구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생각해주는 것이 친구다. 한 팔로 안을 수 있는 것이 친구다. 미움을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추억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이 친구이다. 기쁨을 두 배로 늘려가는 것이 친구다.

내 소중한 모든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친구다. 마구 안고 마구 안기고 싶은 것이 친구다. 싸우면 둘 다 가슴 아픈 것이 친구다. 이유 없이 눈물 어리게 하는 것이 친구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친구다. 상대방을 깊이 아끼는 것이 친구다. 서로 허물없이 바라보는 것이 친구다.

기쁜 소식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것이 친구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이 친구다. 위로해주고 의지하고 싶은 것이 친구다. 믿음으로 연결 되는 게 친구다.

불가(佛家)에서는 친구를 네 종류로 분류한다. ①꽃과 같은 친구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지만 꽃이 시들거나 지고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듯이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가 바로 꽃과 같은 친구다. ②저울과 같은 친구다.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가에 따라 움직이는 친구 유형이다.

③산과 같은 친구다. 산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서 보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는 것이다. 그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를 가리킨다. ④땅과 같은 친구다.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든지 조건 없이 은혜를 베푼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친구가 바로 땅과 같은 친구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은 친구를 둔 사람이 아니다. 단 한 명의 친구를 갖더라도 마음을 이해해주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는 일편단심의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법정 스님은 '친구여!'라는 시를 남겼다. 나이가 들면, 설치지 않고, 미운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 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편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 돈, 욕심은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이야기. 정말로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해요, 옛 친구들 만나거든 밥 한 끼 사주고, 불쌍한 사람 만나거든 베풀어주고, 손자들 보면 용돈이라도 줄 수 있어야 늙어도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오),

이해인 수녀도 일러 준다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가 되니 선뜻 만나러 갈 사람이 없었다. 수첩에 적힌 이들과 전화번호를 읽어봐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세상. 거리를 걸으며 마음을 삭이고 뜨거운 커피한잔을 마시며 아 삶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외로웠다"고 한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