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종교인 과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콘퍼런스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해 발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진영 기자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주요 이유는 '시기상조'라는 점 때문이다. 유예 논쟁을 촉발시킨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일관되게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교회 계도용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해 왔던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도 유예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과세 폐기 의도 아냐... 준비만 되면 빨리"

김진표 의원은 19일,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분당중앙교회 제5차 콘퍼런스' 기조강연을 통해 "종교인들의 의견을 더 듣고 이를 바탕으로 과세 기준을 만든 뒤 한 번은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법안을 이미 만들었고, 국정기획자문위원장직을 마치는 오는 7월 5일, 늦어도 7월 25일 이후 이 법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시행까지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준비를 마치면 법안과 관계없이 시행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6개월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제가 유예를 주장하니 이를 두고 결국에는 종교인 과세를 폐기하려는 의도 아니냐며 의심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결코 아니"라며 "오히려 잘 준비해서 문제만 최소화 한다면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또 "그나마 기독교는 신도수가 적어도 기본적으로 회계를 두고 재정을 정리하지만 불교는 그렇지 않다. 사실상 불교가 더 문제"라며 "전국에 1인 승려의 사찰이 절반을 넘을 텐데, 아무런 장부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진표 의원
▲김진표 의원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김 의원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이른바 세무 당국의 '사찰' 가능성이다. 탈세 제보나 신고 등으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자칫 국가와 종교가 충돌할 수 있고, 이것이 국가 경영의 부담으로 이어지면, 종교인 과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다. 신고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만약 탈세 등 신고가 있으면 세무 당국은 개별 교회나 사찰을 직접 조사하지 말고 이 사실을 각 종단에 알려 그들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방향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세무서 직원이 교회나 사찰로 직접 가는 일은 선진국에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은 못했으나 문서로 축사를 대신한 이혜훈 의원도 "과세 당국 역시 종교 간, 그리고 종단 및 종파 간 상이한 수입·비용 항목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등 기초적인 사항조차 정리하고 있지 않다"며 "때문에 과세 기준 수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도 무리하게 종교인 과세를 강행할 경우 종교 갈등과 조세저항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종교인 과세가 종교 갈등과 조세저항의 불씨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종교인 과세의 내년 1월 시행이 시기상조임을 시사했다.

"'사례비'만 과세하고 방법은 원천징수로"

이날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한 최종천 목사 역시 "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는 반드시 유예돼야 하고 더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종교인 과세 시행이) 예고돼 있고, 시간이 주어졌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예고된 시간 내에 준비되고 이뤄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이제 7개월 후면 과세가 시행될 예정인데, 과세 당국에서는 세부적 매뉴얼조차 제시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나라 기독교 100년 역사에 없었던 종교인 과세를 시행함에 있어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전혀 이것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천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특히 "현재 상황이라면, 조세의 실익이 없음에도 교회의 사회 친화적 요인을 명분 삼았던 종교인 과세가 오히려 사회 불화와 갈등만 낳을 확률이 크다"며 "종교인 과세가 성공하려면 이제라도 시간을 가지고 종교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선행된 상태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도 김진표 의원처럼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종교인 과세는 교회 예산 결산안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사례비'로 정한 부분에 한해 그 범위를 정해야 한다"며 "그 외 복지후생이나 사역활동 범위에 들어가는 다른 항목은 종교의 자유에 근거한 자율사항으로 비과세 처리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세 방법은 원천징수를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혼란과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최 목사는 "어떤 경우에도 세무 당국의 세무 사찰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 시점에서 종교인 과세는 일단 유예해 충분한 합의 도출을 이룰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 후 기준과 원칙은 상호 정중한 신뢰와 품위를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세무 당국과 교회 대표기관 및 각 교단 협의체의 합의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한 뒤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교인 과세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인섭 변호사, 신용주 세무사, 장현일 목사(사회), 최종천 목사, 정대진 세무사, 김두수 회계사 ⓒ김진영 기자
한편, 이날 콘퍼런스는 이송배 장로(분당중앙교회 기획총무국장)가 사회를 맡은 1부 개회식과 2부 김진표 의원의 기조강연, 3부 장헌일 목사(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가 사회를 맡고 최종천 목사가 주제발표한 콘퍼런스 순서로 진행됐다. 최 목사의 주제발표 후에는 총 4번의 소주제 발제가 이어졌다.

소주제 발제는 신용주 세무사가 '종교인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영적 부흥'을, 정인섭 변호사가 '종교인 과세-법령규정의 내용과 법률적 쟁점'을, 정대진 세무사가 '종교인 과세, 평가와 대안-과세기준 정립의 문제'를, 김두수 회계사가 '교회재정의 투명성 보장과 올바른 회계처리 방안'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종합토론과 교계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