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교수
▲서헌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16일 오후 서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교회·교단 분쟁에 대한 국가재판의 역할'을 주제로 제4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문용호 변호사(중재원 부원장, 법무법인 세종)와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 회장)가 주제발표 했고, 이어 김진욱(예장 통합 총회재판국장)·박종언(한교연 인권위원장)·윤익세(예장 합동 총회재판국장) 목사가 참여한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포럼 주제와 같은 제목으로 발표한 서헌제 교수는 "교회·교단 분쟁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교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한국교회는 교회 내 분쟁을 교회재판으로 해결하기보다 국가재판으로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 이유를 교회재판에 대한 불신에서 찾았다. 그리고 교회재판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공정성과 전문성 등이 결여된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교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국가재판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국가법원은 판결의 공정성이나 전문성, 확정성과 집행력이 헌법과 기타 법률상 보장이 되므로 교회·교단 분쟁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국가재판의 주요 대상이 되는 교회·교단 분쟁 사건으로 △종교의 자유·정교분리 △교회재산 및 재정 △가처분·비송사건 △(고용주·건축주·시설관리자로서) 교회의 책임 △저작권 △교회·교단 선거에 대한 것을 꼽았다.

아울러 서 교수는 이 같은 사건들을 다룸에 있어 국가재판이 갖는 한계 또한 지적했다. 그는 "교회·교단 분쟁에 대한 국가재판의 가장 큰 한계는 정교분리 원칙"이라며 "법원은 교리문제라든가 예배와 같은 종교예식, 권징재판, 그리고 교인들의 교회 내 지위와 같은 교회의 고유한 사항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각하(확정 또는 기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대한 교회재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재판 역시 교회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교회법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믿음이 뒷받침돼야 이해할 수 있는데" 기독교 신자가 아닌 법관들이 이런 이해를 갖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교단헌법 권징편에 성경상 계명을 어긴 것을 가장 중요한 죄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어떤 교단이 주일성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인을 권징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기독교 신앙이 없는 법관은 이것이 왜 권징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에게 주일은 그저 공휴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또 실정법 자체의 흠결과 교회 현실에 관한 인식 부족도 국가재판이 갖는 한계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국가재판이 갖는 한계를 사안별로 예를 들어가며 검토했다. 그 중 담임목사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 최근 법원은 "(담임)목사에게 시무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은 노회에 있다"며 "(교단) 헌법이 정한 재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지교회의 공동의회에서 목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서 교수는 "그렇다면 한 번 위임을 받으면 그가 노회의 지지를 받는 한 지교회 교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년까지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는 법원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교회 자유원칙과는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 교수는 또 "교회 분쟁에 대한 국가재판이 내려져도 그것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면 '세속법은 교회를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재판결과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나아가 국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권징의 사유로 삼기도 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교회재판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국가재판도 한계를 갖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답답하다"며 "최근에는 일반 사회분쟁에서도 재판이 가지는 여러 폐해 때문에 중재나 화해, 조정과 같은 대안적 분쟁해결방안(ADR)이 모색되고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주님은 예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화해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교회·교단 분쟁 중에서 불가피하게 국가권력에 의해 그 집행령이 보장되는 국가재판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쟁은 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화해하면 원만하게 해결될 사안"이라며 "백 가지 소송보다 한 번의 화해가 낫고, 백 가지 화해보다 한 번의 분쟁 예방이 더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