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가 주최한 '투명한 재정, 신뢰받는 교회'라는 주제의 세미나(2016. 7. 22)에서는 '교회재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10가지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①교회재산이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님을 바르게 인식하라 ②재정 운영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게 하라 ③'모든' 교인에게 보고하라 ④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고하라 ⑤결산총액이 5억원 이상인 교회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복식부기로 하라 ⑥헌금집계는 반드시 2인 이상이 입회한 상태에서 하라 ⑦자금은 전자거래로 집행하라 ⑧외부 회계감사를 받아라 ⑨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라 ⑩사회봉사와 구제를 많이 하라.

이 10가지 제안 중에서 '회계감사를 받으라'에 관해, 구체적으로 "회계감사 제도는 결산서가 지닌 타당성·공정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고안된 감시 체제이며, 외부감사는 목회적 안목을 갖추고 교회 생리를 잘 이해하는 교계 관련 회계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을 권한다. 외부감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작은교회는 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독립적인 내부 감사위원회를 두어 검증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돼 있다. 오늘은 회계감사와 관련된 몇 가지 이슈를 소개한다.

첫째, 회계감사란 피감사 단체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에 의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회계전문가인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취한 후 감사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재무제표에 관한 감사의견은, 적정의견, 한정의견, 부적정 의견, 의견거절의 4가지로 나뉜다.

둘째, 영리 내국법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제도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현행 우리나라 법령상 총자산이 12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외부 회계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규정에 따라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몇 년 전까지 총자산 규모가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했으나,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로 상향조정하였다가, 다시 120억원 이상으로 조정되었다.

오래된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외감법'은 1980년 이른바 '국보위' 시절에 제정된 법률 중 하나다. 1970년대에도 기업들의 외부 회계감사에 관한 필요성에 관하여 찬반 논의가 많았는데, 기업들의 반대 로비가 많았을 평상시에는 이와 같은 법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여하튼 이 외감법이 제정되어 운영되면서, 우리나라 영리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 비춰보면, 외부 회계감사가 필요없고 회계감사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기업주들이 아직 상당히 있다. 그래서 외감법 대상 규모를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기관 등에서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기업의 재무제표의 신뢰도와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아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보면서, 회계감사의 유용성이 많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된다.

셋째, 비영리 공익법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제도를 소개한다. 2008년 세법개정을 통해 정부는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총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공익법인에 대해,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2개월 내에 외부감사인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고 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월 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는 제도를 신설하여,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회계감사 의무제도는 종교법인, 학교법인 및 총자산 가액이 100억원 미만인 공익법인은 제외되나,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 규정에 의해 이미 회계감사를 받고 있어, 종교단체 및 100억원 미만의 공익법인만 제외되고 있다.

필자가 자주 소개하는 예화 하나를 인용한다. 1970년대 말 외국계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를 처음 시작할 때 취급한 업무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미국 선교사가 본인이 1년 동안 사용한 선교비 명세에 대하여, 비싼 회계감사 수수료를 내면서 외국계 회계사무소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그 회계감사 보고서를 선교비를 후원한 미국 내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것에 관련된 일이었다.

이런 예는 외국 선교단체의 지원으로 설립되어 운영되는 지방 조그마한 병원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회계감사 수수료를 아껴서 선교나 의료사업에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에서 교회가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고 있으나, 필자 개인으로서는 교회재정 수입이 연간 50억원이상 또는 총재산이 100억원 이상인 대형교회들 이외에는 회계감사 비용(회계감사 수수료 등)과 효익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회계감사의 한계에 관하여도 살펴본다. 회계감사만 받으면 회계투명성이 100%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회계감사기능도 그 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용어로 Audit Expectations Gap(회계감사의 기대차이)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회계감사인과 회계감사보고서 이용자 사이에 회계감사기능에 관한 인식 차이를 말한다. 가장 간단한 예로는 최근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와 같이, 피감사 기업에 중대한 부정이나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감사인이 이를 적발하지 못했을 때, 또는 피감사 기업이 감사보고서 발행후 부도가 나거나 파산한 경우, 회계감사인이 이를 미리 예측할 수 없었는지 등으로부터 생긴다.

그래서 회계감사는 그 자체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계감사가 회계투명성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필자 경험상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의 리더(CEO) 및 회계책임자 및 실무자들의 건전한 양식과 전문지식이다.

세 가지를 부연한다. 첫째, 회계감사가 업무감사와 다르다는 점이다. 업무감사란 통상 회계 이외의 구매, 생산, 판매, 재무 등 기업의 제반 업무활동과 그 업무활동의 전제가 되는 조직이나 제도를 감사하는 것으로, 기업 업무활동의 합리성, 능률, 타당성 등을 판단하는 감사를 말하며, 이는 통상 내부감사인이 실시한다.

회계감사를 실시함에 있어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피감사단체의 내부통제 기능을 검토하나, 회계감사인이 업무감사 자체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회계감사인이 회계감사를 실시하면서, 내부통제의 개선점을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것이 있는데, 내부통제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이 회계감사의 본래의 목적이 아니다.

둘째, 회계감사가 부정적발 감사(Forensic Audit)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큰 회계법인이나 대형 법무법인인에 포렌식(Forensic) 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이 포렌식(Forensic) 팀은 불법행위나 기업비리를 밝혀내는 부정적발 감사팀으로 대개는 기업 내부의 감사팀의 역할인데,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이 의뢰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발 감사는 회계감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셋째, 내부통제 등의 문제점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는 회계감사를 의뢰하더라도, 그 의뢰를 수락하는 회계법인이 없다. 수락하더라도 '의견거절' 감사보고서가 발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나, 분규상태에 있는 서울 강남 모 대형교회가 몇 년 전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느 회계법인에게 회계감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그 회계법인은 감사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여 그 회계감사의뢰를 거절한 적이 있었다.

사례는 다른데, 약 10년 전 어느 정당이 다른 정당에 비하여 회계투명성이 높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햐, 여러 회계법인에게 회계감사의 견적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모든 회계법인이 응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