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리게 하지 말며 너희 입에서아무 말도 내지 말라 그리하다가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여 외치라 하는 날에 외칠지니라" (수 6:10)

여호수아가 여호와 군대장관을 만나고 난 뒤 본격적인 가나안 점령이 시작되었다. 가나안 점령의 첫 관문은 여리고성이었다. 여호수아는 더 이상 여리고성의 견고함을 두려워하거나 사기가 위축될 필요가 없었다. 가나안 점령은 여호와께서 주도권을 가지고 싸우시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가 비록 이스라엘의 군사령관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여호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한 용사에 불과하였다. 그것이 여호와의 군대장관을 만나서 그가 배운 점이다.  

여호와께서 주도하시는 전쟁은 이미 승리가 보장되어 있었다. 여호수아서 본문은 두 가지 점에서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여리고 성문이 굳게 닫혀있고 출입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수 6:1). 그들의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져 있었다. 정탐꾼들의 정세파악에서 볼 수 있듯이, 출애굽 사건이나 요단 건너편 아모리 왕들이 당한 일들로 인하여 여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녹아 정신이 없었다(수 2:11).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전을 자인한 셈이다.  

둘째는,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이스라엘 손에 붙이시겠다는 하나님의 선언이다(수 6:2). 여호와 전쟁에서 하나님의 허락은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대와 훌륭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하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 전쟁에 나서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불신앙이며 패전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허락은 곧 전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었다.

아무리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여도, 실제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여기에서의 준비는 전쟁을 위한 훈련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신뢰성 곧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신앙적 자세를 의미한다. 어떠한 명령이 떨어지다 하여도 그것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야만 한다.  

여호수아를 통하여 하달된 여리고성 점령계획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온 이스라엘이 양각나팔을 들든 제사장들과 함께 굳게 닫힌 여리고성을 일주일동안 도는 것이 전부였다. 첫 육일동안은 매일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아야 했다. 마지막 날 일곱 바퀴를 돌고나서 온 백성이 큰 소리로 외치면 견고한 여리고성이 일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수 6:3-5). 전쟁을 위한 작전계획치고는 너무도 단순하여 오히려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하나님의 작전계획을 전달받은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한 가지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마지막 날 온 백성이 큰 함성으로 외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는 것이다. 여호수아는 그 점을 세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리게 하지 말며,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수 6:10)  

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런 함구령을 내린 것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작전계획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적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견고한 여리고성을 포위한 채 하루에 한 바퀴씩 돌라는 하나님의 작전계획은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그대로 순종하며 따라야만 했다. 처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하나님의 지시대로 따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았다. 열심히 지시대로 따르고 있긴 하겠지만 성이 무너질 것 같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성미가 급한 누군가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하면서 불평을 털어놓는다면 그것은 순식간에 전체에게로 번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이 지시하신 마지막 날이 되기 전에 이스라엘은 중심을 잃게 되고 하나님의 계획은 중도에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여호수아는 그런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하여 철저한 함구령을 내린 것이다. 여호와 전쟁에 참여하는 거룩한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마지막까지 믿음을 지키며 인내로 견디는 것이다. 여호수아가 함구령을 내린 의미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