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리
전자 바이올린이라는 흔치 않은 장르에서 늘 화려하고 강렬한 음과 통통 '튀는' 매력을 선사하는 아티스트,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해나리.

그런데 이번 앨범은 자켓부터 심상치 않다. 그 동안 봐왔던 해나리의 파격적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소박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한, 아름다운 시골 배경과 사진들이 먼저 이 앨범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앨범을 열어보니 첫번째로 눈에 들어 온 것은 익숙한 찬송가의 제목들과 늘 들어도 매번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복음성가 '갈릴리 호숫가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찬송가 메들리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의 아름다운 멜로디의 조합이 다시 한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은 고유의 구슬픈 색깔을 버리고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웅장 함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연출했다. 또한 바이올린 연주자로서의 그녀의 정체성을 상기시켜 주는 곡 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나리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이 어디 가겠는가. 앨범 첫 곡 'Thanks to You'부터 최근 히트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밝고 화사함을 전달하며 트렌디한 음악 표현들이 그룹 2PM 등의 국내 최상급 가수들을 프로듀싱한 크리스천 프로듀서와 함께 한 작품임을 증명한다.

10여년 전 해나리의 1집 프로듀싱부터 함께 한 국내 최고의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최영호의 아름다운 선율과 해나리 본인의 고백을 담은 2번 트랙 '그 사랑 때문에'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우리를 위해 아들을 버리신 하나님, 그리고 기꺼이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신 그 아들을 섬기고 나도 그 길을 따르겠다는 진실한 고백은 모든 신앙인들이 추구하고 따라야 할 '제자도'가 아닌가 싶다. 무대에서의 화려함을 레드카펫에 비한다면, 크리스천 뮤지션인 그녀에게 붉은 길은 보혈로 물든 십자가의 길을 뜻한다. 좁은 길, 순종의 길을 따라 11여년간 걸어 온 사역자의 그 길을 표현하기에 목소리에서부터 그녀의 애잔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나리의 시그니처인 일렉트릭한 바이올린 사운드 또한 놓칠 수 없다. 클래식 곡 '사랑의 인사'와 찬송가 '아 하나님의 은혜로'의 테마를 변형해 멜로디를 만들고, 일렉트로, 덥스텝 사운드로 옷을 입힌 'Grace Wave'가 3번 트랙에 올랐다.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한 Dizzy Sunn의 사운드 메이킹 스킬은 단연 최고이다. 일렉트릭 바이올린을 일렉트로닉화시켜 트랙 사운드와 잘 어우러지게 프로듀싱한 시도는 국내 최초일 것이다.

그밖에 그녀를 늘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단 한사람'의 영어 리메이크 버전 'The Only One'으로 앨범을 더욱 풍성히 채웠다. 해나리 특유의 청순하고 맑은 톤으로 표현한 이 곡은 외국 애니메이션 OST를 떠오르게 한다.

이번 앨범은 어쿠스틱한 향수를 가득 머금은, 그러나 한결 같은 전자 바이올린의 일렉트릭한 음색과 더불어 그랜드 홀에서 듣는 듯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웅장함 안에서 탄생한 다채로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다.

이번 앨범을 그녀를 지켜보고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 추천한다.

/La Ponte House, Surfing Church 대표 윤성운(Jeremy)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