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 목사
▲허경 목사(송현교회 부목사)

최근 대한민국에 있었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과 구속, 새로운 대통령 선출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와 동성애 문제 등 여러 부정적인 정치 상황들로 인하여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치가 오용되고 남용되었을 때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치란 좁은 의미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즉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며, 넓은 의미로는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또는 협력 그리고 더 나아가 저항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활동의 총칭'입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남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실 모든 사람은 직, 간접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하지만 오늘날의 정치가 국민들을 돕기 위한 정치,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정치, 잘못된 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정치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우리는 16세기에 일어났던 종교개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는 많은 박해와 억압으로 어렵게 신앙생활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313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누구나 믿어도 되는 종교로 공인하였고, 392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한 이후에는 기독교는 이제 핍박받는 종교에서 특권을 가진 종교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중세교회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빙자하여 교황이 왕으로 군림하는 거대한 왕국이 되어갑니다. 그러면서 교황과 사제들과 같은 성직자들이 영적인 권세만이 아니라 세속적인 권세까지도 누리게 됩니다. 심지어 쾰른, 마인츠, 트리어의 3명의 대주교는 황제 선출 권한을 가진 선제후가 되기도 하였고, 황제 대관식 주관을 교황이 하여 황제 권한을 교황이 주는 것과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황제보다 높은 권력을 가진 존재가 교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세상 권력이 생기자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탐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돈으로 성직을 사고파는 성직매매가 만연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그런 이유로 퍼져 나간 것이 '면죄부 판매'입니다. 또한 교황권이 최고 전성기에 올랐을 때에는 교황이 전쟁을 지휘하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십자군 전쟁'입니다. 십자군전쟁은 겉으로는 이슬람교로부터 예루살렘 성지를 탈환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영토지배와 경제적 이익, 주도권 싸움과 같은 정치적인 면이 강하였습니다. 이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되었지만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결국 십자군전쟁은 교회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가 됩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근본적인 파행은 성경의 진리의 말씀을 본인들이 지배하는 유럽의 일당독제 기독교 제국을 치리하기 위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입니다. 면죄부 판매에서 나타나듯 이 체제 속에서 로마가톨릭교회의 인가를 받아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자유는 교회가 허락한 그 국면에서만 가능한 부분으로 오용해 온 것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권력을 소유한 로마가톨릭교회에 루터는 그들의 지배체제의 근본에 대하여 정면 돌파한 것입니다. 자유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만 설명되어질 수 있고,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지요. 여기에는 사람의 어떤 제약도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간단한 이 원리가 중세 유럽에 뿌리내려졌던 교회 부패의 원상을 흔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되어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 2항의 원리도 종교개혁의 원리에서 발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루터는 정치론에서 '두 왕국론'을 주장합니다. 하나님의 왕국과 세상 왕국이 구별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 왕국도 하나님께서 지배하는 나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나라라고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왕국에 속한 그리스도인들도 세상 정부가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정치는 세상적인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정치를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제들을 보면서 이제는 결코 제 3자가 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살고, 우리의 가족이 살고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종교개혁의 정신을 통해 잘못된 정치적 행태를 개혁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이 나라가 하나님께서 온전히 세우시는 나라가 되도록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