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교회 등 종교단체 종사자들은 처음 듣는 법령 이름일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이라고 약칭한다)'이란 것이 있다.

기부금품법이 일반 대중의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수 년 전 '정의로운 시민행동'이란 단체에서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 노무현재단, 참여연대, 월드비전, 정책네트워크내일, 함께 일하는 재단, 삼성꿈장학재단, 아름다운동행 등을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서부터 비롯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도 친박단체 등에 대하여 기부금품법 위반에 관한 고발 등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이 법의 연혁을 살펴보면, 1949년 11월 24일 '기부통제법'으로 제정됐다. 이 법의 근간이 되는 것은 1908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기부금품 모집 취체규칙 처리방법'이라고 한다. 이후 6·25 동란 중인 1951년 11월 17일 이 기부통제법이 폐지되고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제정되었다.

1951년 당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이 제정된 배경은, 당시 6·25 동란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기에 국민회, 애국부인회, 청년단 등이 시국대책 등을 이유로 기부금품 모집행위를 강요하는 등 그 폐해가 커지자, 기부금품의 모집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생활 안정에 기여토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뒤 1962년 및 1970년에 일부 개정이 있었고, 1995년 12월 30일자로 전면 개정되었다. 법률 이름도 '기부금품모집금지법'에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으로 변경됐다. 1995년 전문개정은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당한 성금모금 방지 및 국민들의 준조세적 성금을 정비하기 위해 개혁입법 차원에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개정되었다.

2006년 3월 24일 개정에서는 법령 이름을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에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변경했다. 기부금품 모집절차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고향기부제'이라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 위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

이 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 모집은 관할 관청(목표금액이 10억 원 이하인 때에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등, 10억 원 초과인 때에는 행정자치부 장관) 사전등록을 통해서만 모집이 가능하며, 모집 완료 보고, 사용완료 보고, 모집 및 사용내역 공개 등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물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연말 또는 명절 위문금품 등 민간에 대한 자발적 기탁(기부권유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금품을 출연하는 행위)은 이 법의 규제대상이 아니다(기부금품 모집제도에 관한 상세는 기부포탈 https://www.1365.go.kr/prtl/main.do을 방문하면 알 수 있다).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이란 환영금품, 축하금품,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①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 ② 사찰, 교회, 향교, 그 밖의 종교단체가 그 고유활동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신도로부터 모은 금품 ③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정당, 사회단체 또는 친목단체 등이 소속원이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그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 ④ 학교기성회, 후원회, 장학회 또는 동창회 등이 학교의 설립이나 유지 등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그 구성원으로부터 모은 금품 등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종교단체의 헌금 등도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또 정치자금법, 결핵예방법, 보훈기금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국제교류재단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재해구호법,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등 10개의 법률에 의한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서도 기부금품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부금품법에 대해서는 상반된 가치관이 있는 것 같다. 비영리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민간영역의 기부행위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경제단체 등에서는 아직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못해 각종 모금단체로부터 기부금 요청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기부금품 모집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이 법령에 의한 모금 규제의 애매성에 대한 비영리단체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기부금품법의 운용과 관련하여, 해석이나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는 점은, 재단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후원회원' 또는 '웹 회원' 제도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이 기부금품법상 모집 행위애 해당하지 않는지에 관한 것이다. 즉 후원회원의 후원회비가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인데, 이에 관한 구체적인 행정 해석이나 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

일부 비영리 공익단체에서는, 후원회원들의 후원회비가 기부금품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에 해당한다 하여 기부금품법에 의한 절차를 취하지 아니하면서, 정작 후원회원에게 세법상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회비와 관련한 세법의 해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근로소득자가 이웃사랑복지회에 월회비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8조 제2항 제2호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하여 지출하는 기부금'인 지정기부금에 해당되어 연말정산시 소득세법 제52조 제6항의 기부금특별공제(10% 한도)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이나, 동 지출금액이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는 것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상기 복지회의 활동내용이 실질적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영위하는 경우에 한하여 동 규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이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사항(국세청 해석 서면2팀-1328, 2005.08.18)" 이라는 것과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에 법인세법시행령 제36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고유목적사업비로서 업무와 관련없이 무상으로 지출한 기부금은 기부금특별공제 대상이나, 사회복지법인의 회비, 임원회비, 찬조금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귀 사회복지법인의 정관, 구체적인 사업활동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 (국세청 해석 서면1팀-775, 2004.06.08)"이라는 해석 두 가지가 있다.

비영리공익단체의 후원회비와는 성격을 달리하나, 학회 등에 회비를 납부하면서, 정기간행물을 받는 경우, 이를 기부금대상 회비로 불 수 있는지, 또는 정기간행물 발행대가로 보아야 하는지 이슈도 있다. 아무튼, 사회 현상이 매우 다양하여, 회비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법을 만들거나 해석하기 어렵겠지만, 어느 법령을 적용하더라고 수미일관의 논리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로 오늘 글을 맺는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