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동생, 친구들과 함께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불행히도 저만 살아남았지요. 그 뒤 지금까지 평생을 한국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방송에 소개되는 한국은 늘 미국을 적대시하며 시위를 일삼는 모습이었습니다. '형제들과 친구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었나'라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한 미국 참전용사의 고백이다. 그러나 그는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가 매년 이맘때 개최하는 '6.25 참전용사 보은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다시 찾은 뒤 비로소 그 죄책감을 벗을 수 있었다.

"행사에서 한국인들의 극진한 환대와 감사, 그리고 놀랍게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평생 지고 살았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걸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새에덴교회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보은예배
▲지난해 새에덴교회 보은행사에서 한국과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이 입장하자, 예배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를 위해 싸워준 당신을 꼭 초청하겠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이 올해로 62주년을 맞았다. 특히 6.25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국군은 약 14만 명, 미국을 포함한 외국군도 약 6만 명에 이른다. 기독교 역시 우리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때문에 한국교회도 여러 모양으로 지금의 대한민국과 교회를 있게 한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새에덴교회의 '6.25 참전용사 보은행사'도 그 중 하나다. 특별히 미국인들 중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4천명이 초청돼 한국을 다녀갔다.  

이 행사는 2007년 당시 소강석 목사가 마틴루터킹 국제평화상 수장자로 선정돼 미국을 방문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예비역 군인을 만나면서 성사됐다. 이 노병이 소 목사에게 다가가 자신의 옆구리에 난 상처를 보이며,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감동한 소 목사는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며 그 자리에서 큰 절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을 꼭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강석 목사는 "당시 재향군인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초청된 자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항공료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오늘날 그 희생의 터 위에서 번영을 이룬 한국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교회가 모든 비용을 대기로 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전쟁에 나선 이들을 기리고 그 희생에 보답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마땅한 의무"라고 했다.

그는 또 "6.25 한국전쟁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그 산 증인들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다"며 "특히 참전용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다음세대에게 우리민족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교육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히 올해 보훈 행사는 지금까지와 달리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최한다. 휴스턴에서 500여 명의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현지시간 오는 16~17일 진행할 예정이다.

6.25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가는 세대에게

'6.25 상기 기독장병 구국성회'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구국' 행사 중 하나다. 지난 1990년부터 매년 6월 25일을 전후해 열리고 있다. 올해도 6월 22~24일, 경기도 파주 오산리 최자실기도원에서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병 약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이 성회는 6.25 전쟁의 의미를 돌아보고, 기독장병들의 구국정신과 애국심 고취를 위해 마련됐다. 처음엔 기독 장교들만 모이는 소규모 기도회였으나 일반 사병들로 그 범위를 넓히면서 갈수록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 지금은 전군(全軍)적 행사가 됐다. 2박 3일 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는 물론, 6.25 한국전쟁 관련 특강과 예배 등으로 진행된다.

정훈장교 출신으로 구국성회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예비역 대령 하두철 장로는 "이 구국성회의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6.25라는 전쟁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가는 다음세대들에게 6.25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데 있다"며 "기독 장병들만이라도 그것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매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기독장병 구국성회
▲지난해 ‘6.25 상기 기독장병 구국성회’ 모습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특히 그는 "6.25에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가 자유대한민국으로 남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많은 기독교인들의 믿음일 것"이라며 "이처럼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함께 하실 것이라는 걸 구국성회를 통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안보 상황이 어렵고,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전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부르짖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고난이 닥쳐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의 메시지 또한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족상잔, 그 이면에 있는 자유대한민국의 수호"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한국교회사)는 현충일을 맞은 오늘, 기독교들이 다시금 생각해야 할 6.25 한국전쟁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6.25는 1948년 세워진 자유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 만들려는 시도에 맞서 싸운 전쟁이었다. 교회 역시 여기에 앞장섰다. 때문에 교회는 무수한 희생을 치러야 했지만 끝내 남한을 자유대한민국으로 지키는 데 공헌할 수 있었다.

민족과 국가가 있다. 민족이 국가라는 힘을 갖지 못하면 다른 국가에 의해 시련을 당하게 된다. 일제 36년 동안 우리나라가 꼭 그랬다. 6.25는 우리가 힘겹게 세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러므로 6.25는 단지 민족적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족상잔이라는 면만 보면, 그 이면에 있는 자유대한민국의 수호, 그 중요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 자유대한민국이 없었으면 오늘날 우리도, 그리고 교회도 없었을 것이다.

6.25에 참전했던 한 외국군 참전용사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을 죽였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자신이 죽인 중공군이 꿈에 등장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두 눈으로 자신이 지킨 자유대한민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괴롭혔던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싸움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현충일 62주년이다. 우리나라의 자유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기자. 앞으로도 그들이 지킨 대한민국이 더욱 자유롭고 번영할 수 있도록 우리 기독교인들이 힘써 하니님께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