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자와 도올이 서로 묻고 답하다
▲도올 김용옥 박사
"아무리 교회가 중립성을 외쳐도 교회 자체가 정치적인 단체인데 어떻게 해서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 있겠는가?"

1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몰트만 박사 초청 특별강연'에서 논찬자로 참여한 도올 김용옥 박사는 이렇게 말하며 교회가 정치사회적 책임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음을 촉구했다.

그는 우선 몰트만 박사의 생애와 그의 신학사상에 대해 평가하며 "몰트만 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이 세계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정치에 있다고 본다"면서 "정치가 부패하면 그 사회의 모든 영역이 부패하고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은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의 영역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님의 의는 불의와 억압과 착취가 있는 모든 영역에 세워져야 한다. 몰트만의 정치신학은 한국의 민중신학이나 남미의 해방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몰트만은 역으로 이러한 운동으로부터 끊임없는 피드백, 신선한 의미를 공급받았다. 이 세계는 하나님 나라의 대기실이 아니라 이 땅에 임재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건축작업장"이라고 몰트만의 신학을 분석했다.

그는 또 "혹자들은 몰트만이 종말론을 너무 인간의 정치적 성취로 귀속시켰다고 비판하지만 몰트만은 하나님 나라를 현재의 인간활동에 전적으로 귀속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정치적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 없다는 비판을 모면키 힘들다"고 몰트만 신학의 한계 또한 지적했다.

이밖에 그는 몰트만 박사의 사상에 감명받은 포인트에 대해 "우선 그는 그의 사상을 개방적으로 운영하여왔다는 것"이라며 "종말을 폐쇄적이고 파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개방적, 건설적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사상의 중심을 미래에서 끊임없이 현재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십자가와 부활의 해석을 현세계에 대한 철저한 부정 위에 정초시켰고 인권문제, 여성 문제, 생태학적 위기의 문제 등 현실 사회적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종말론의 텐션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희망으로 던져준 몰트만과 같은 복합적이고 정직한 신학자를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