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회 64회 김남식
▲김남식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실천신학회(회장 조재국 교수) 제64회 정기학술대회가 27일 서울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종교개혁 정신과 실천신학'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남식 박사(서울신대)가 '종교개혁적 전도 패러다임과 명목상 그리스도인에 대한 성서적·역사적·실천적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1세기 한국교회의 최대 이슈는 어떻게 하면 교회 성장을 이룰 것인가에 있고, 이를 위해 각양의 전도 전략을 연구·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교회 신도는 줄고 교회 갯수만 증가하는 상황으로, 그 가시적 원인은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증가'로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는 전도는 하는데 교회는 성장하지 못하고, 명목상 그리스도인이 증가하며, 기독교를 향한 신뢰도는 추락하는 중"이라며 "즉 한국교회가 실천하는 전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전도 패러다임'에 대해 성서적·역사적·실천적으로 분석했다.

먼저 성서적 전도 패러다임에 대해 김남식 박사는 "예수님의 지상명령(마 28:19-20)에 따라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전도의 의무를 지니고, 이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시대마다 교회마다 나름대로 전도를 실천해 왔다"며 "하지만 문제는 전도의 정의가 시대마다 교회마다 다르게 이해됨으로써 정말 예수님이 원하시는 전도를 했는지 의문시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한 가지 예로 '빌리 그래함 목사의 십자군 전도운동'을 들었다. 대대적인 전도운동이 펼쳐졌지만, 실제로는 많은 믿는 신자들이 행사에 동원돼 믿지 않는 영혼들을 구원하고 제자 삼는 일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믿지 않는 영혼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기보다, 이미 복음을 들어보고 심지어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전도행사라는 차원에서 '명목상의 전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신학회 64회
▲참석한 학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김 박사는 C. H. 다드(Dodd)의 견해를 토대로 예수님의 전도를 '케리그마적'과 '디다케적'으로 구분했다. 케리그마적 전도는 대중에게 구원의 소식을 알리는 것(막 1:15)이고, 디다케적 전도는 교육을 통해 열두 제자들을 중점적으로 양육하신 것이다. 그는 "물론 예수님의 전도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회의적"이라며 "예수님은 케리그마적 복음 메시지와 더불어 제자를 만들기 위해 디다케적 전도를 하셨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교회는 유독 '일단 교회에 데려오게 하면 된다'는 식의 케리그마적 전도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며 "때문에 신앙이 성장하고 제자로 양성하는 일에 집중하는 교회는 드물게 됐고, 이러한 상황에서 교인들은 좀 더 나은 말씀을 찾아 수평이동을 하게 됐으며, 교회는 좀 더 많은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과 부대시설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만일 교회가 전도를 '제자 양육'이라고 선언한다면, 인내와 기도로 한 영혼을 가꾸는 데 온 정성을 다할 것이고, 전도 소그룹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단순히 십자가 사건만을 위해 오셨다면, 단 한 번의 설교로 12명을 제자로 만들 수 있었다면, 굳이 제자들과 3년 동안 함께하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역사적 전도 패러다임에 대해선 "흥미롭게도 교회사에서 부흥을 경험한 역사를 보면, 그 중심에 '소그룹 활성화'를 목격할 수 있고, 그것도 그냥 소그룹이 아닌 '전도 소그룹'의 활성화"라며 "초대교회를 보더라도, 각 가정과 일터에서 서로의 신앙과 삶을 나누고 영적 성장을 추구했을 때 기독교는 10년 동안 40%씩 증가해 350년 전체 인구의 56.5%가 기독교인이 됐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로마제국의 기독교 국교 승인으로 인해 그리스도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라지고, 명목상 그리스도인들이 급증하게 됐다"며 "결국 종교개혁 후 18세기 웨슬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성서적 전도의 본질 회복'과 '명목상 그리스도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도출됐다"고 했다.

그는 "19세기 부흥주의와 20세기 교회성장주의를 맞이하면서도, 전도는 여전히 성직주의와 교회성장주의의 시녀로 끌려왔다"며 "역사적으로 어떤 전도 패러다임을 가졌는가에 따라 전도의 실천은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가식적으로, 때로는 광신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실천적 전도 패러다임과 관련해선 "실천적 측면에서 전도에는 각성과 회심, 성화의 세 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볼 때, 교회는 즉각 사역의 초점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성례전이 은혜의 수단이 되고, 소그룳이 구도자와 회심자와의 대화의 장이 되며, 불신자에게 나아가 제자를 삼는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천신학회 64회
▲분과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남식 박사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과정(initiation)이 때로는 새신자 교육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삭제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기부인과 희생의 요건(마 16:24)을 갖추게 하기보다는 번영과 이데올로기라는 그릇에 선택적 성경구절로 이뤄진 혼합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성과 회심, 성화를 실천적 렌즈로 분석하면, 교회는 한 명의 그리스도인을 배출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며 "리처드 플레처(Richard Fletcher)가 말했듯 초대교회는 '서서히, 고통스러울 정도로 서서히' 성장했는데, 문제는 오늘날 이러한 건강한 성장을 어느 교회나 어느 목회자가 추구하겠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1세기 교회들은 전도의 다면적 측면으로 전도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전도의 정의와 범위와 한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전도 행사나 건조한 반복 프로그램으로는 결코 그리스도의 제자를 배출할 수 없다. 500년 후 종교개혁을 다시 기념할 때, 지난 50세기의 전도 패러다임이 본이 될 수 있는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발표 논찬은 박원길(호서대)·노원석(개신대)·최헌(서울신대) 박사, 좌장은 구병옥 박사(개신대)가 각각 맡았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회장 조재국 교수가 설교한 개회예배 후 배지연 박사(전주대)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소명', 손한나 박사(장신대)가 '칼빈의 Theologia와 페리코레시스적 예배신학', 김기용 박사(한일장신대)가 '실증적 디아코니아 연구 스케치', 김상백 박사(순신대)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병든 신앙에 대한 영성적 치유', 천병석 박사(부산장신대)가 '루터의 비텐베르크 설교 8편의 분석적 고찰', 고원석 박사(장신대)가 '종교개혁에 비추어 본 오늘날 기독교교육의 과제'를 오전 시간 발표했다.

오후에는 여한구 박사(국제신대)가 '아니마 개념을 통해 본 심 봉사의 개성화', 김경은 박사(장신대)가 '기독교 화해사역을 위한 화해 공동체 연구', 양승아 박사(서울장신대)가 '상징혁명과 고린도교회 주의 만찬과의 연관성에 관한 고찰', 계재광 박사(한남대)가 '종교개혁 정신과 한국의 선교적 교회론의 재정립', 박관희 박사(호서대)가 '기독교적 욕구의 산출 과정 연구', 김양일 박사(영남신대)가 '케빈 밴후저의 수행개념을 통한 월터 브루그만의 설교신학 평가와 그 적용', 김정준 박사(성공회대)가 '21세기 한국사회와 노인목회의 새로운 과제와 방향'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