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길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 만나 삶의 모퉁이마다 이해와 격려 사랑 그리고 동행으로 구비 구비를 긴넜습니다. 허물을 허물치 않은 이들로 인해 오늘의 삶의 호흡을 이루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이들이 아니었다면 삶의 오늘은 월씬 더 푸석했을 것이고, 살아 있더라도 화석화되고 박제화된 마른 거죽의 모양만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도 눈뜨고 마음에 젖은 정서를 가지고 이 글을 쓴다는 것이 감사고 은혜고 감격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주일입니다. 이 교회에서 각종 가르치는 자로서 존재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저 역시 선생으로서의 제게 주어진 남은 삶과 사역의 길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습니다.

제 삶의 남은 날들을 무엇으로 이룰 것인가를 생각할 때, 민저 위로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온 삶의 주변은 늘 승리하고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하고 아프고 쓰린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승리자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지만, 늘 이루지 못한 꿈의 아품과 슬픔에 가슴시린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저 그들 곁에 그냥 있어주는 것. 그리고 마음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의 많은 부분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며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냥 함께 있어주려 합니다.

남기고 싶은 것은, 저와 오래 함께 했던 성도들에게 그리움과 기억으로 남아, 위로가 필요할 때, 힘을 내려고 할 때, 무엇인가 돌파해야 할 때, 저와 나누었던 한 마디가 생각나 그 삶의 새 마디와 구간을 이루어갈 힘이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전했던 말씀이 그들의 삶의 한 모퉁이에 살아 있어 그 말씀 붙들고 길 찾기 원합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냥 제가 나누었던 모든 말과 글과 마음씀이, 교수용이 아니라 그냥 제 삶이었음을, 제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전시용이 아니라, 살다보니 어느덧 제가 한 말을 결국은 이루고 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오랜 시간을 보내었던 사랑하는 식구들인 성도들에게, 무엇인가 제가 한 자연인으로서 어떤 위치에서든 끝까지 사랑하고, 그 사랑을 무엇인가 제가 떠난 자리에서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위해 준비하려 합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고 실제이고, 그 진정성은 이제까지 가르친 대로 분량과 지속성이라 믿습니다.

아, 제가 한 말을 제 삶으로 이루고, 가르친 대로 살다. 어느 날 홀연히 가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