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오늘은 공익법인법상 기본재산의 정의에 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점을 살펴보기 전에, 왜 공익법인법에 기본재산 및 보통재산의 개념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알아본다.

이를 위해서는, 공익법인법이 제정되던 1975년 당시 국회 논의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 국회 속기록까지는 찾아 보지 못하고 1975년 12월 당시 신문기사를 살펴보았다. 1975년 12월 동아일보 2개 기사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인용한다. (공익법인법은 1975. 12. 9. 정부제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후, 1975. 12. 18. 국회를 통과했다.)

"공익법인설립법안 확정(동아일보, 1975. 12. 9.): 정부 여당은 9일 일부 문화재단의 탈세 및 부당이득행위와 법인의 기부금 보조금 등으로 개인사업을 자행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확정, 금명간 박찬종 의원, 한태섭 위원 등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률전문 6면에) (중략) 전문 20조와 부칙으로 된 이 법안은 지금까지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방계회사 지원책으로 악용해 온 점을 감안, 정관 기재사항을 11개항으로 세분해서 명시하도록 하는 한편, 과실이 없는 재산의 출연이 많았고 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는 부실재산의 출연 등을 지양하기 위해, 법인자산의 부실여부를 당국이 조사하도록 하고, 기본재산 목록을 정관에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중략) 출연재산의 관리를 강화키 위해, 출연재산의 관리방법과 검사 및 감사대상항목을 정관에 기재하고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을 엄격히 구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후략)."

"재벌의 탈세, 재산 유출구 봉쇄, 국회에 제출된 공익법인 설립법안(동아일보, 1975. 12. 10.): 정부 여당은 상당수 대기업들이 탈세와 부당이득 등을 위해 설립 운영해 온 장학 학술재단 등을 규제하기 위한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8일 정부 여당 연석회의에서 확정했다. 장영순 국회법사위원장을 비롯, 한태연, 박찬종 등 법사위의 여당 측 '율사'들이 철저한 보안조치를 취한 가운데 성안한 이 법안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원안보다는 온건한 것으로 조문 수도 40여 개에서 20개 조문으로 줄었고 규제 대상 폭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30일 현재 비영리법인 총수는 1,323개 (이중 재단법인 483개, 사단법인 840개)인데, 이중 이법의 규제를 받게 될 공익법인은 장학금 지급실적이 있는 법인 119개, 연구비의 보조금 지급 실적이 있는 법인 92개, 자선목적의 법인 122개, 학술연구목적법인 159개 등 모두 492개단체이다. 그러나, 일부법인이 중복된 사업을 하고 있어, 실제 3백여개가 규제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법인의 재산총액만도 4백억 원이 넘을 것으로 한 관계자는 추정했다.

이 법안은 일부 대기업들이 자신이 설립한 문화재단 등을 방계회사 지원책으로, '위장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그 동안의 적폐(積弊)를 시정한다는 지침 아래 마련되었기 때문에 강경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문화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된 면세된 수억원의 저택을 '이신동체(異身同體)'격인 문화재단에 불과 수만원의 임차료만 내고 출연자 자신이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사실, 임직원에게 줄 수익금을 일단 '자회사'격이 문화재단에 '기부', 면세혜택을 받은 후, 이를 고스란히 장학금 학술연구비 등의 명목을 붙여 임직원 또는 그 자녀에게 빼돌려준 사실, 그리고 급료 이외에 상여금, 수당, 특근비 여비, 교통비, 업무추진비, 복리후생비 (중추절 수당, 월동대책비, 중식대, 연월차수당, 업무협의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목적사업비에 비해 관리비가 지나치게 많이 지출해온 사실 등은 사회적 채임을 몰각한 이들 문화재단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조시켜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략) 재산관리를 위하여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엄격히 구분 관리하도록 하고 담보제공, 장기채 등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여(후략)".

위 기사를 보면, 1975년 이전에는 문화재단 등의 형태를 이용한 대기업들의 탈세나 비영리법인의 비정상적 운영이 많아, 이를 규제하고 개선하기 위해 공익법인법을 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을 공익법인법에 명시한 이유도, 출연자들이 부실재산을 출연하기도 하고, 공익법인 설립이후 다시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1975년 제정된 법률의 문제점을 40여 년 지난 시점에서 지적하는 관계로 정부 실무담당관에게는 미안하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하지만,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가 무척 많이 변했다는 점에서 현행 공익법인법의 개선점을 제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현행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의 기본재산 개념은 4가지 항목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항목별로 문제점을 살펴본다.

첫째, 기본재산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 "설립시 기본재산으로 출연한 재산'인데, 이를 보면 공익법인법에서는 사단법인 형태로 공익법인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인지 또는 사단법인도 출연재산이 있어야 하는지가 애매하다. 지난 주 컬럼에서 지적했듯 사단법인은 사람들의 모임일 뿐, 출연재산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1975년 신문기사와 같이, 공익법인법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단체는 재단법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그 뒤 공익법인법 실제 운영에서 사단법인에도 기본재산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재단법인과 공익법인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둘째, 기본재산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 "기부에 의하거나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다만, 기부목적에 비추어 기본재산으로 하기 곤란하여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은 것은 예외로 함)"이다. 1975년 당시에는 기부받은 재산을 공익재단 법인과 관련이 있는 회사의 임직원 등을 위하여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은 이 조항의 해석이 어려워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공익법인법에서 기본재산의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규정을 존치하고자 할 경우 후술하는 일본의 과거 사례와 같이 '기본재산으로 할 것을 지정하여 기부된 재산'으로 정하는 것이 실무에서 혼돈을 없애지 않을까 생각된다(공익법인법 개정안에는 이 조항이 삭제되어 있다).

먼저, 소액기부가 많은 사단법인(및 재단법인)인 공익법인은 이 규정으로 인하여, 소액기부를 기본재산으로 전입해야 하는데, 실무적으로는 주무관청과 사전협의를 하여, 2-3개월마다 이사회를 개최하여 기본재산 편입예외 신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부터 기술한다.

회계 및 재정측면에서의 이 조항의 문제점을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하며 살펴본다. 첫째로 기본재산의 개념을 재산으로 볼 때, 기부 또는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은 기부 목적에 비추어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어 기본재산으로 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재산으로 취급하라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는 출연받은 재산을 3년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 또는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공익법인법에서 기부받은 자산을 원칙적으로 기본재산으로 하라는 것과 상증세법상에서 출연(기부)받는 재산을 3년이내에 사용하라고 하는 것과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몇 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박 시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희망제작소가 출연(기부)받는 재산을 3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고 재단 안에 쌓아둔 것이 법률위반 아닌가 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공익법인법과 상증세법상 규정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따라 공익법인법에서도 이 조항을 없애고, 상증세법도 출연재산의 사용에 관하여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기본재산의 개념을, 지난 주에 소개한 세종문화회관의 사례와 같이, 회계학 측면에서, 영리법인의 자본금과 유사한 항목으로 해석할 경우, 기부 또는 무상으로 받은 재산은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어 기본재산으로 편입하지 않는 예외를 제외하고, 회계측면에서 기부금 수입이 아니라, 자본의 증가로 처리해야 한다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아무튼 이 조항은 회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해석하고 처리해야 할지 혼돈과 논란이 많은 조항이다.

공익법인법상 기본재산의 세 번째 항목인 "보통재산 중 이사회에서 기본재산으로 편입할 것을 의결한 재산"은 실무상 큰 혼돈은 없으나, 지난 주 칼럼에서 소개했듯 보통재산에서 기본재산으로 편입할 경우, 공익법인법의 재산의 증감없이 단순히 보통재산에서 기본재산으로 변경함으로 인하여 등록세 및 교육세의 부담이 있다.

공익법인법상의 기본재산의 네 번째 항목인 "세계 잉여금 중 적립금"이란 규정의 세계잉여금이라는 용어는 단식부기시절 국가재정법상 용어를 차용한 것인데, 굳이 이를 기본재산을 정의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다시 세종문화회관의 사례를 소개한다.

세종문화회관의 2016. 12. 31일자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를 보면, 기본재산 1,000,000 및 보통재산 1,772,001,676원, 합계 1,773,001,676원이 자본금으로 표시돼 있고, 이익잉여금 3,744,546,605원 중 793,597,000원이 발전기금적립금으로 표시되어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공익법인법에 의한 공익법인이 아니나, 공익법인법 규정에 의한 기본재산은 기본재산 1,000,000원과 발전기금 적립금 793,597,000원, 합계 794,597,000원이 되는데, 세종문화회관의 등기부의 기본재산의 수치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의 표시가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도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에서도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이라는 용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으로 일본에서는 공익법인(우리 민법에서는 비영리법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일본 민법에서는 공익법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중 재단법인에 대한 주무관청의 지도감독 지침 내부의 허가기준으로서 기본재산이라는 정의가 있었다(일본의 사단법인에는 기본재산 및 보통재산의 개념이 없고, 일본도 각 주무 관청별로 공익법인의 설립을 허가를 내주었지만, 지침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① 설립 당시의 재산목록 중 기본재산으로 기재된 재산 ② 기본재산으로 할 것을 지정하여 기부된 재산 ③ 이사회에서 운용재산으로부터 기본재산으로 전입할 것을 의결한 재산 등 3가지를 기본재산으로 취급하고, 이 기본재산은 재단법인 인격의 기초이며, 원칙적으로 처분할 수 없고 안전하고 확실하게 유지관리돼야 한다는 지침이 운영됐었다.

그런데, 2008년 공익법인제도 개혁으로 기본재산 개념이 없어졌다. 일본은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개념을 없애는 대신, 최저순재산 개념을 도입하여, 연속해서 2개 사업년도의 순재산이 3백만 엔(약 3천만 원 정도) 미만인 경우는, 재단법인이 해산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했다(재단법인이 3백만엔의 순재산을 유지하지 못하면 해산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도 매우 독특해 보인다).

순재산 개념은 복식부기에서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액을 말하며, 이는 영리법인의 자기자본의 개념과 유사하다. 요약하면 2008년부터 시행되는 일본의 새로운 제도에서, 일본의 재단법인은 설립시 설립자는 최소한 300만 엔 이상의 재산을 갹출(출연)해야 하고, 이를 기본재산으로 할 것인지는 임의이며, 연속 2년간 최소 300만 엔의 순재산을 유지하지 못하는 재단법인은 해산된 재단법인으로 간주된다.

일본은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개념을 없애는 반면, 공익재단법인에 대하여 '불가결 특정재산'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이를 조금 상세하게 설명한다. 2008년 일본의 공익법인 개혁에서, 재단법인은 세제 혜택 없는 일반재단법인과 세제 혜택이 있는 공익재단법인의 2가지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일반재단법인은 정관에서 기본재산을 정할 것인지 여부를 재단법인의 판단에 맡기어, 기본재산을 정할 수도 있고, 정하지 아니할 수도 있도록 했다.  

한편, 세제혜택을 받는 공익법인 중 '공익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특정재산(이를 '불가결 특정재산'이라고 한다)이 있는 때에는 그 취지 및 그 유지 및 처분의 제한에 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불가결 특정재산'이란 예를 들어, 특정 목적에 따라 수집, 전시되고 새롭게 수집이 어려운 미술품,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고 재생 불가능한 건축물 등으로 정하고 있어, 공익법인 중에서도 이런 불가결 특정재산이 없는 공익법인은 정관에 기본재산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즉, 공익재단법인 중에도 불가결 특정재산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누어진다.

지난 주에도 소개했지만, 2017년 2월 6일자로 이은권 의원 외 1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공익법인법 전면개정법률개정안 제23조(재산)에서는 "①공익법인의 재산은 기본재산과 운영재산으로 구분한다 ②기본재산은 고유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고정자산 등으로 하고, 그 목록과 평가액을 정관에 적어야 하며, 평가액에 변동이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정관 변경 절차를 밟고, 주무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로 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위에서 소개한 일본의 제도와 비교할 때, 어느 방식이 더 합리적일까?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