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지난 주에 세법상 법인격 없는 단체(법인 아닌 단체)에 관한 취급을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법인 아닌 사단(이하 비법인사단)'에 관한 민법상 규정을 살펴본다.

비법인사단이란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지면서,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였거나 설립등기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법인격을 취득하지 못한 단체를 말하며, 교회, 문중, 학회, 동창회, 친목계, 그리고 등록돼 있지 않은 사찰 등을 말한다.

우리 민법에서는 비법인 사단에 관한 규정으로서 "①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總有)로 한다. ②총유(總有)에 관하여는 사단의 정관 기타 계약에 의하는 외에 다음 2조의 규정에 의한다"라는 민법 제275조(물건의 총유)와 그 뒤의 2개조가 있을 뿐이다. 학설상으로는 비법인사단에 대하여 법인격을 전제로 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비법인사단의 법률관계는 내부관계와 외부관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내부관계는 정관에 의해 정해지고, 단체의 정관에 정함이 없을 때는 전술한 바와 같이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이 유추·적용된다. 비법인사단은 대표자 등이 정해져 있으면 소송상 당사자능력과 부동산등기능력이 있다. 그리고, 비법인사단의 재산귀속관계는 총유(總有)라는 제도가 적용된다.

우리 민법상 비법인재단이란 개념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설립 중인 재단, 한정승인을 한 상속재산, 상속인 없는 상속재산, 각종 재단저당의 목적이 되는 재단 등과 같이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재단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비법인재단의 법률관계는 비법인사단의 법률관계와 유사해, 정관에 의해 내부관계가 결정되고 소송상의 당사자 능력과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 능력도 가진다. 다만 비법인재단은 사원(구성원)이 없는 관계로 그 재산 귀속관계는 민법상 '총유(總有)'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비법인재단의 재산은 관리인에게 신탁·양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여기서 민법상 공유(共有), 합유(合有), 총유(總有)의 개념을 살펴본다. 이 3가지 법률용어는, 단독 소유의 상대개념인 공동 소유의 형태로서, 세 가지 형태 모두 민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공유(共有)란 2인 이상이 동일 물건의 소유권을 양적으로 분할하여 소유하는 공동소유의 형태이며, 공유자는 언제든지 목적물을 분할하여 단독소유로 이행할 수 있다. ②합유(合有)란 각 법률의 규정 또는 계약에 의해 2인 이상이 '조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공동 소유 형태로서, 합유자는 전원의 동의 없이 그 지분을 처분하거나 합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 ③총유(總有)란 비법인사단 사원(구성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공동 소유의 형태를 말한다.

총유(總有)란 공동소유 중에서 가장 집단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서, 주체가 되는 비법인사단은 '조합체'보다 단체적 단일성이 강한 '인적 결합체'로서 그 실체는 법인과 별로 차이가 없고 다만 법인격을 취득하지 못한 단체를 말한다. 법인격 없는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법률관계는 통상 민법의 총유(總有)의 개념이 적용된다.

민법의 총유(總有)에 관한 규정을 더 살펴보면,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단의 정관과 기타 규약에 정한 바가 없을 때는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고,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따라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 이 규정을 법인격 없는 교회에 적용해 보면, 교회의 정관 또는 기타 규약이 없는 때 공동의회의 결의에 의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총유(總有)는 단체적인 결합관계를 본체로 하는 것이고 각 사원(구성원)은 이 단체의 일원이므로, 각 사원(구성원)은 그 단체의 구성원인 지위를 취득·상실함에 따라 당연히 목적물의 총유자로서의 권리의무도 취득·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다시 법인격 없는 교회에 적용해 보면, 교인의 자격(지위)를 취득하거나 상실할 경우 교회 재산의 총유자로서의 권리의무를 취득하거나 상실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몇 차례 강조한 것과 같이 법률 전문가들은, 법인격 없는 교회가 정관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민법상 총유(總有)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고, 이런 점에서 교회 정관 제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지난 주 칼럼에서 세법상 법인으로 보지 않는 단체는 '거주자'로 간주되며, 이를 민법상 '조합(組合)'이라고 소개했는데, 이하에서는 민법상 조합에 관해 살펴본다.  이는 민법에서 비법인 사단으로 인정하는 단체와 그렇지 않은 단체, 즉 조합(단체가 아니라 계약관계)을 구분하는 논제이기도 하다.  

조합, 협동조합이라는 말의 뜻을 생각해 본다. 조합 및 협동조합 모두 일본식 한자이다.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은 行会(조합, 동업조합, 길드(guild), 협회 등에 해당하는 중국어) 또는 工会등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강제 지배를 받았으므로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쓰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자의 뜻을 살펴본다. 조합(組合)의 '조(組)'란 본래 실을 땋아 만든 끈을 말한다. 조직(組織)이란 말은 씨실을 나타내는 '조(組)'와 날실을 나타내는 '직(織)'으로 이루어진 데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일본에서 단지 물건만 아니라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결합한 사례까지 조(組)의 쓰임이 확대되어, 조합(組合)이라는 말이 태어났다고 한다.

먼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상시 듣고 있는 말과 실제 의미가 다른 법률용어 중 하나가 민법상 '조합(組合)'이라는 말이 아닐까? 여기서 질문 하나. 민법상의 조합은 법인격을 가진 단체일까 아닐까? 정답은 법인격을 가진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민법상의 조합은 매매계약과 같이 전형적인 계약의 하나로 분류되며, 조합계약은 2인 이상이 서로 출자해서 공동사업을 경영하는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조합이라는 용어보다는 소득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동사업' 내지 '공동사업자'라는 용어가 현실적으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이다.

민법상의 조합과 현실에서 우리가 가끔 보게 되는 노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축산업협동조합 전국버스공제조합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지역주택조합, 전기공사공제조합, 산림조합 등과는 무엇이 다를까? 이들 공제조합, 주택조합, 협동조합은 각각의 특별법에 의해 설립돼 법인격이 부여된 조합도 있고, 법인격이 없는 조합이 있어 그 종류가 다양하며, 대부분 법인격이 부여된 조합이 많다.

즉, 이 질문은, 비법인 사단을 포함한 사단과 조합의 차이에 관한 질문이라 할 수도 있는데, 사단과 조합의 구별은 그 실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명칭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단과 조합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단과 조합의 차이를 요약해 본다. 사단이란 일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2인 이상이 모인 독자적 권리 주체로서 조합에 비해 단체성이 강하며, 단체성이 강하므로 구성원(사원)의 개성은 중시되지 않는다. 또한 사단은 구성원(사원)과는 독립하여 사단자체가 별개의 인격으로 통일적인 조직과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기관의 행위는 단체 자신의 행위가 돼 그 효과는 모두 단체 자체에 귀속한다.

그리고 사단 자체가 법률행위를 하며, 사단의 구성원(사원)은 총회라는 단체의 의사결정 방법을 통하여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단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사단의 자산이나 부채는 모두 사단 자체에 귀속되며, 구성원(사원)은 부채에 관하여 유한 책임을 진다.

이에 비해,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말하며, 사단에 비해 단체성이 느슨하고 구성원(조합원)의 개성이 중시되므로 단체성이 약하다. 또한, 구성원(조합원)들의 개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법률관계에서 구성원(조합원)들이 드러나고, 조합의 법률관계는 조합원 전원이 해야 하며, 어느 1인이 업무집행자로서 조합업무를 집행할 때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위임 및 대리권을 수여받아야 한다.

조합의 의사 결정은 업무집행에 있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할 때는 합수성(전원일치)의 원리가 원칙이며, 재산은 모두 각 조합원의 소유이며 합유(合有) 관계에 있다. 부채 역시 조합 재산 외에 조합원 각자의 개인 재산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무한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져 본다. 법인격 없는 교회는 통상적으로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되는데, 조합으로 판정될 교회도 있지 않을까? 세법규정이 민법 해석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주 소개했던 세무상 고유번호 89코드의 교회는 세법상 조합(공동사업자)으로 간주하는데, 이런 교회는 민법 해석에서도 조합으로 판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 세법상의 미비점을 제기해 본다. 비법인사단은 모두 비영리일까? 아니면 영리 비법인사단도 있을까? 반대로 민법상의 조합(2인 이상이 서로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하는 것을 약정한 계약)은 다시 영리조합과 비영리조합으로 구분될 수 있을까?

지난 주 칼럼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세법에서는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의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등의 3가지 요건을 갖춘 단체는 세법상 비영리법인으로 분류하고 있어, 비법인 사단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비법인사단중에서도 영리 비법인사단이 있지 않을까? 영리 비법인사단이란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 수익을 구성원에서 분배하는 단체를 말한다.

현행 세법에서는 세법상 법인으로 취급되는 단체이외의 다른 단체는 조합(공동사업체)으로 보아 모두 소득세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체성이 강한 비법인 사단에게는 소득세법이 아니라 법인세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와 유사하게, 민법상 조합 중에도 비영리조합 즉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않도록 하는 조합의 형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측면에서, 민법과 세법 규정이 서로 조화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해 본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