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험 열등감
▲자녀들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CollegeDegrees360
마태복음 25장 달란트의 비유는 흔히 주인과 종에 대한 예화로 많이 사용하는데, 돈에 대한 의존성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해 보자. 개인의 경제마인드나 투자개념에 따라 단돈 1백만 원을 투자해서 2백만 원, 5백만 원을 만들었는데, 정작 1백만 원 받은 사람은 혹시라도 투자를 잘못해서 원금 손실을 입지 않을까 고심 끝에 원금만은 확실하게 갖고 있겠다는 안전 투자개념을 갖고 있다.

내 생각과 주인의 생각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주인의 성향을 잘 알고 의도대로 움직일 때 서로가 행복하며 고생을 덜 한다. 은행에 돈 천만 원을 저축할 때에도 맡기는 사람의 투자성향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무조건 원금 보장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면서 그 이상의 수익을 동시에 기대하는지 본다. 더 공격적인 투자성향의 사람은 원금 손실이 발생해도 좋으니 무조건 대박 아니면 쪽박 식의 투기를 선호한다.

물론 그렇게 늘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작 1달란트를 갖고 있다가 원금 손실 없이 그대로 주인에게 반납한 사람은 자신은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적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 달란트를 손실 없이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며 하소연한다. 당장 비교대상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강한 열등의식을 깨닫고 자기를 보호하려는 생각에 변명의 여지를 만들었다.

그 책임이 내 잘못이 아니라, 주인이 원리 원칙에 따라서 심지 않은데서 거두기를 원하거나 해치지 않은데서 모으는 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해본다. 그러나 결국 주인에게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찍혀버렸다. 얼마나 억울하고 때로는 자신이 생각해도 남들처럼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며 가슴을 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도 종종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 전에 커닝하지 말라는 경고를 엄격하게 듣지만, 호시탐탐 감시의 눈을 피해 기가 막히게 컨닝을 잘해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있다. 학점을 잘 받았다고 위안 삼으며 당당하게 자기 실력인양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으쓱거린다. 그러면 컨닝 대신 지시에 순종하고 양심을 속이지 않고 순수한 자신의 실력으로 시험 친 학생들은 혼자만 바보같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막상 성적표를 보고 나면 나도 그 학생처럼 커닝할 것을 후회하면서 자신의 양심적인 행동을 자책할 수 있다.

시험 점수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컨닝한 친구처럼 비양심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용기 없는 행동이 후회스럽고, 컨닝한 학생이 밉고, 감독을 제대로 못 한 선생님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싶다. 이 순간에 열등감이나 수치심을 버리고 오히려 자신을 후회하기보다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는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부모나 주변 사람이 성적 결과를 보고 어떤 피드백을 주느냐에 달렸다.

'그래 잘했어, 모든 친구가 양심을 속였지만 사회는 결국 컨닝할 수 없는 곳이야. 자기 실력으로 공부하는 네가 결국 이길 수밖에 없어'라고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개념도 없이 너도 같이 컨닝하지 못했느냐, 성적이 낮아서 어떻하느냐며 비난이나 핀잔만 줬다면, 정말 자신의 양심적 행동이 오히려 원망스럽고 바보스러워 후회하면서 열등의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결국 자녀들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행동을 칭찬할 때 그런 행동을 강화해서 칭찬하면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이언의 실험에서 말을 조금만 바꿔도 부정행위를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 대신에 "'부정행위자'가 되지 마세요"라고 한 것이다. 이는 사람의 정체성과 연관된 말이다. '부정행위'는 단발적인 일회성이라 생각하고 감독자에게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반면 '부정행위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는 결과로, 더 큰 억제력을 준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