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박명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모든 무기가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큰 적대감으로, 한 형제들이 세계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한국전쟁..., 그 동안 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은 당대 세계 최대의 전쟁이었다. 하나님께서 한국을 이런 제국과 제국, 문명과 문명, 해양과 대륙의 교량에 있게 하신 것은, 양쪽을 화평케 해 갈등을 끝내고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라는 뜻일 것이다."

박명림 교수(연세대 정치학)의 말이다. 그는 22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강성영) 2017년 정기학술대회에서 '한국사회 대전환기의 교회와 정치'를 제목으로 기조강연하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그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은 단순히 종교 뿐 아니라 세계를 변혁하고 재형성한 사건"이라며 "종교개혁자들은 종교 안에 머물지 않고 세상과 교통하고 소통했다. 예수도 교회만이 아닌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가 지나치게 세상과 단절된 채 그저 내부의 성장만 좇고 있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민주화와 통일 운동 등 지금까지 교회가 한국의 정치를 바꾸어 온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는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났던 아브라함처럼 익숙한 곳에서 스스로 떠나 그것을 주도했다"며 "이처럼 우리도 익숙한 신앙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 갈라진 사회를 통합시키는 데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정치라는 말에는 전체를 다룬다는 의미가 있고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더십'은 그 말의 출발부터 끝까지 '함께 간다'는 뜻이다. 그 말 어디에도 '앞에서 이끌다'는 의미가 없다"면서 "함께 가는 능력, 바로 예수가 그러했다. 그는 온 인류와 함께 가기 위해 가장 낮아지신 분"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나 엄중한 시기에 조국이 직면해 있다. 교회가 그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때"라며 "우리 사회 민주화의 깃발을 들었던 교회가 오늘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하고, 나아가 평화의 사도로서 이 나라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신앙과 정치: 종교개혁의 빛에서 바라본 한국개신교회의 정치적 책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선 박명림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강원돈 교수(한신대)가 '세속국가의 헌정질서와 교회의 공적 임무'를, 김동춘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신칼빈주의의 카이퍼리안 기독교 정치: 세계형성적 기독교 정치신학의 모색'을, 김혜령 교수(이화여대)가 '제네바 종교개혁 정신에 비추어 본 제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 기본적 보편보장제도 성찰'을, 이상철 교수(한신대)가 '환대의 윤리학: 종교개혁과 해체주의 윤리학의 만남'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이후엔 종합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