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들의 '문화의 장' 중 하나인 한국 CCM은 성령운동과 전도운동의 영향으로 더 정형화된 찬양의 필요성을 느끼던 1970년대 중반 경 시작됐다. 미국 CCM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한국은 80~90년대에 걸쳐 주찬양, 최덕신, 손영진, 다윗과 요나단, 이정림, 박종호, 송정미, 옹기장이, 소리엘 등의 등장으로 'CCM 전성기'를 맞았다. 이에 본지는 당시 화려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만나, 근황을 듣고 미래를 전망하는 기획 인터뷰를 마련했다. 지난 6일, 9집 '선물'로 돌아온 CCM 듀오 '좋은씨앗'의 이유정·이강혁 목사를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좋은씨앗은 이강혁·이유정 목사로 이루어진 남성듀오다. 90년대 한국 CCM계에서 서정적인 통기타 포크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3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아왔다. 대표곡으로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오직 주 만이', '아침안개 눈앞 가리듯', '주님의 솜씨' 등이 있다. 이번에 발매한 정규앨범 9집 '선물'은 2002년 8집 '내영을 주께' 이후 무려 약 15년 만이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유정 목사(왼쪽), 이강혁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15년 만에 9집 앨범이 나왔습니다. 앨범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강혁(이하 강혁): "이번에 나온 9집 ‘선물’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광야의 시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회복하게 하신 여정의 결과로 이 앨범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 소원했던 관계들이 다시 회복되는 계기가, 이 앨범을 만들기 전에 주어졌었어요. 각자의 어려운 시간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다시 새롭게 하시는 사인으로 앨범이 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광야의 시간들을 거치면서 두 사람 다 예배의 회복이라는 화두가 있어서, 각자의 언어로 담담히 풀어냈습니다. 예배적인 컨셉이 들어있고, 동시에 초창기 때의 좋은 씨앗의 느낌, 복고적이고 편안하고 어쿠스틱한 느낌이 담겨져 있어요."

이유정(이하 유정): "사실 요즘은 CCM 시장이 투자하는 곳도 없고 여러 모로 힘든 상황이예요. 이번 9집은 그런 상황 속에서 2천만원이 들어간 음반이에요. 음반이 탄생되게 된 것은 연합의 힘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회복과 연합. 두 사람이 이를 경험하면서 음반 제작을 돕는 손길들이 다가왔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이 마련되고, 프로듀서는 러닝 게런티로 해서 음반을 내게 되었어요. 기적같은 일이죠. 요즘 같은 상황에서, 돈이 없으면 음반을 만들지 못해요. 음반의 주제가 선물인데, '하나님께서 오랜 광야 끝에 우리에게 선물을 주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복음'을 우리 시대 언어로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신거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9집 앨범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으신가요?

유정: “‘담쟁이’는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에 제가 멜로디를 붙인 곡이에요. IMF의 고통 속에 있던 대한민국 사회에 위로와 힘을 준 시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핵심은 담쟁이 잎 하나는 보잘 것 없는 이파리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전율했어요. 개인은 물론 가정, 교회공동체, 국가가 겪는 어떠한 절망의 벽이라 해도 함께 손을 잡고 힘을 모은다면 결국 그 벽을 넘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주는 힘을 느꼈죠.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예수 복음 안에서 하나될 때 그 어떤 절망의 벽이라 해도 결국 넘을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강혁: "'사자와 어린양'이라는 곡이 있어요. 가사를 보면 '주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당신이 무능해질 수 있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향해서 무능해질 수 있는 만큼 그분의 사랑이 전능하다'라는 게 있죠. 부모의 사랑이 위대한거죠. '저 아이 대신 나를 데려가주세요.' 이런 마음이잖아요. 자기를 희생하고 내려놓는데, 이게 무능해지는 거잖아요. 그만큼 하나님의 사랑이 위대하고 전능하다는 거예요. 이 세상의 어떤 신이, 내 사랑하는 피조물을 위해서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겠어요. 나를 드리는 신이 어딨어요? 그 부분이 많이 와닿죠. 저희도 아버지고 부모니까. 그 아버지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작곡한 찬양은 어떤 곡인가요?

유정: "처음 썼던 곡은 83년도에 쓴 '공원구석'이라는 곡이예요. 1집에 있어요. 그때만 해도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기 전이었어요. 굉장히 서정적인 음악이죠. 공원 구석에서 솟아나는 작은 분수, 그리고 담장 넝쿨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송이, 환희에 가득찬 어린이의 미소…. 자연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깃들어져 있다는 내용이거든요. 60년대 전설의 통기타 듀엣인 '사이먼 앤 가펑클'이 너무 좋아서 통기타에 미쳤있곤 했는데, 이 곡을 (그 그룹의 음악처럼) 통기타 스리핑거 주법으로 만들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그 그룹처럼 듀엣을 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좋은씨앗을 결성하게 되었네요(웃음)."

-그럼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처음 쓴 곡은 어떤 곡인가요?

유정: "제일 처음 쓴 곡은 '아침 안개 눈앞 가리듯', 그 다음에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을 썼지요. 오직 주만이'도 있네요. 다 시편 말씀이죠. 그리고 '아침 안개 눈앞 가리듯'은 어떤 선배가 가사를 줬는데,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흘러나온 멜로디로 만들었어요. 가사가 너무 좋았어요."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유정 목사. ⓒ김신의 기자
-특별히 시편 말씀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유정: "제가 내적으로 너무나 감정의 기복이 심했었고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예요. 그런데 또 어떤 면에서는 이성적인 부분도 있고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20대 때는 감성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다른 책보다 시편을 읽으면 제 안에 완전히 응어리져 있는 것들이 만져지는 거에요. 그리고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시편에서 이미 하나님을 향해서 토해내고 있는 거예요. 

나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적인, 실존적인, 정서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님 앞에 다윗과 시편기자들이 정직하게 풀어내잖아요. 때로는 화도 내고 하나님 앞에 포효하듯이 탄식도 하고 불평도 하고. 나는 내 안에 있는 아픔을 나 혼자 끙끙대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님과 너무나 가깝게 친구처럼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우리가 살면서 많은 아픔들을 겪게 되잖아요. 정말 힘들었던 시기들, 상황들, 그때 그때마다 내 안에 있었던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들의 골들이 시편을 통해서 풀어지고 자유함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시편을 좋아해요."

-좋은씨앗의 찬양은 성경 텍스트 자체로 만든 가사가 많은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성경을 묵상하고 큐티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굉장히 강하게 영감을 주실 때, 그 때 주로 가사를 많이 써요. 사실 저는 대학 시절에 신경쇠약과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자살까지 생각할만큼 어두운 시간을 보내다가 예수님을 만났어요. 예수님 만나고 나서 제 삶을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가 하나님 말씀이예요. 군대갈 때 교회에서 주신 조그마한 신약과 시편 성경책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순간 순간 계속 읽었어요. 

특히 제가 가장 나 자신을 컨트롤 못하고 피폐해져 있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힘을 회복시켜 준 결정적인 게 말씀입니다. 말씀이 저를 살린 거죠. 저를 살렸던 말씀들을 중심으로 곡을 쓰게 되었어요. 특히 시편 말씀들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제 삶에서 극적인 역할을 많이 했어요. 많이 힘들고 무너져 있었던 순간에 저를 다시 일으켜 준 것이 말씀입니다. 순간적으로 영감이 떠올라서 5분, 10분만에 주로 쓰여진 곡들이 교회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강혁: "저희 앨범 안에는 두 가지 요소가 다 녹아져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성경 텍스트로 쓴 곡들이 교회 내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곡이었고, 또 하나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담은 곡들을 대중 음악처럼 전달하는 거죠. 기독교 문화를 통해서 비기독교인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어요. 선교적인 차원이 있는 것이죠. 교회 내에서 예배를 위해서 부르는 찬양과, 또 하나는 세상과 음악을 통해서 복음을 소통하기 위한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늘 음반을 제작했어요. 

이러한 방향성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스크립쳐송은 말씀을 일상 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려는 의도가 있어요. 워낙 문화의 시대니까요. 우리는 보통 성경을 교회가서 한 두번 정도만 보잖아요. 그런데 일상 생활 속에서 음악으로 들으면 우리가 늘 말씀을 접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말씀을 우리의 일상 생활과 접목시킨다는 차원에서요. 그리고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언어를 통해서 이 세상과 소통하는 음악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두 가지 방향성이 저희 앨범에 녹아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씨앗
▲좋은씨앗의 이강혁 목사. ⓒ김신의 기자
-기독교 가치관이 녹아있는 곡들은 어떤 곡들이 있나요?

강혁: "제가 주로 그런 곡들을 썼어요. '네안에', '네 마음에도 그 사랑이 있니' 라든지. 음악적으로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유정: "성경의 내용을 우리 시대 언어로 다시 재해석하는 곡을 만드는 건 강혁 목사가 강하고, 저는 말씀 그대로를 가사로 옮기는 편이예요. 둘 다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고 저는 IVF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훈련을 받기도 했었어요. 지금 시대에는 기독교적인 가치와 세계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찬양이 많지 않아요. 있긴 있죠. 그런데 좋은씨앗은 포크음악과 발라드 형식으로 그런 주제를 담았어요."

강혁: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성경을 기반으로 우리들의 언어로 풀어가는 거죠. 5집부터 좋은 씨앗 음악이 바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5집부터는 '더 좋은 세상'이 주제였는데, 그 시대에 사회적인 큰 사건들이 있었어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건이 그 때 있었어요. 사회적으로 암울한, 영적으로 가난해진 그런 시대상이 있었어요. 그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해 고민했고, 사회적인 이슈와 접목해 풀어갔어요. 음악적으로도 좋은 씨앗이 기존에 추구하지 않았던 급진적 리듬들도 많이 넣었구요. 

그때 이후로 저희 음악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었어요. 기존의 좋은 씨앗의 색깔을 좋아하고 선호했던 사람들이 거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구요. 음악적으로 이단아가 된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류의 음악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쪽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때 부르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양심과 마음을 자극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정: "좋은씨앗의 1집이 91년도에 나왔는데 작업할 때 전략이 있었어요. 지금 시대의 여러가지 이슈들을 기독교적인 가치와 세계관으로 풀어내는 일들을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하거든요. 교회 안에만 갇혀있으면 안 되요. 그런 이야기들을 궁극적으로는 풀어내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요. 사실은 처음부터 사회적인 이슈를 다룰 마음이 있었어요. 그것을 5집 때 풀어낸 거에요."

강혁: "9집에 담쟁이라는 곡이 있는데 같은 맥락이예요. 이 시대에 우리가 느끼고 있는 벽들이 있잖아요. 절망을 느끼고 있는 시대인데, 담쟁이가 결국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건데 이 곡에는 기독교적인 용어가 없어요. 사람들이 그 곡에 반응을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런 것을 볼 때, 크리스천들이 한 쪽에서는 말씀 그 자체를 찬양으로 듣기 원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잠잠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 있어요. 이 시대에 맞는 씨를 뿌릴 수 있는,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언어를 가진 뮤지션들이 예언적인 노래들을 해주길 바라는 거죠. 저희도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5집 앨범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강혁: "'더 좋은 세상'이라는 게, 죽어서 가는 곳이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하나님 나라는 지금 이 땅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하나님의 사랑이 펼쳐지는 곳이거든요. 하나님과 소외된 채 이 땅에서 신음하고 있고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도 아파할 수 밖에 없는 실존적인 모습이 있어요. 음악을 통해서 이 시대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우는 것이 음악을 통해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비전이나 꿈을 던져주는 것도 필요한데 음악이 갖고 있는 기능은 이 시대의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과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집 당시 아픈 일들이 많아서 음악을 통해서 같이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 희망은 하나님 나라에요. 복음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우리가 풀어내고 싶은 주제들이 많아요. 그런데 음악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좋은 씨앗의 사역은 예배와 찬양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문제를 다루고 싶어요. 문서나 강의 등 여러가지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가져오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포괄적인 사역을 하게될 것 같아요. 음악은 그 중 하나의 영역이겠죠. 할일이 많아요. 기독교 언론도 같이 연대해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들을 본격적으로 이 시대의 문화도 비평하면서 다뤄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