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가 차별금지법 중 동성애를 뜻하는 '성적 지향' 항목을 반대하는 이유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보호받아선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현행법 하에서 동성애자들은 마음껏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동성애자가 되고 이렇게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성별이나 나이, 인종, 장애 유무 등 '선천적 조건'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속에, 스스로 선택한 '후천적이고 도덕윤리적 영역'의 동성애, 즉 그들의 말로 하면 '성적 지향'을 같은 항목으로 넣을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 이유이다. 더구나 동성애에 대해 비판하는 것까지 막겠다는 이들의 '법률 공세'는,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표현의 자유'의 명백한 침해이다.

이는 특정 법률로까지 보호해야 하는 인권의 영역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은 헌법과 각종 법률을 통해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고, 동성애자들은 별다른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충분히 거리감 또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감정마저 없애려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상 동성애 항목의 포함 시도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돼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지난 보수 정권 10년간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기독교계와 건전 시민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또 다시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이어질까 우려되고 있다.

그 이전, 친동성애 진영은 이미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유행하는 '인권조례' 제정에 있어, 차별금지 여러 항목들 중 '성적 지향'을 삽입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차별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조례들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근거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정되고 있다.

김영길 대표(바른군인권연구소)에 따르면, 인권조례가 이미 통과된 지자체는 광역단체가 17곳 중 서울 포함 16곳이, 기초단체는 226곳 중 1/3이 넘는 82곳이 각각 이를 제정한 상태이다. 이들 중 '성적 지향'이라는 문구를 명시한 곳은 광역단체에서는 경남, 기초단체에서는 서울 은평, 부산 연제·남구·수영·해운대 등 모두 9곳으로 아직은 적은 편이다.

그 이전 시끄러웠던 이른바 '학생인권조례'도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등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통과된 바 있다. 특히 교육기관의 이러한 시도가 위험한 것은, 학생들이 가정과 부부의 기본 단위인 '남-녀'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모던과 다원주의적 사고 아래 '남-남', '여-여' 부부 또는 커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선(先)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자체 인권조례나 학생인권조례가 계속 제정되다 보면, 그리고 그 항목에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가 늘어나다 보면, 차별금지법을 따로 통과시키지 않아도 사실상 법률을 제정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여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전국 곳곳에서 진행중인 '인권조례' 제정이나 조례 속 '성적 지향' 항목의 삽입부터 막아서야 한다. 김영길 대표의 말처럼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동성애는 '성적 지향'이 아니라 '성적 취향'의 문제이다. 취향에 따라 차별해선 안 되겠지만, 이를 법률로까지 제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취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차별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내적 양심이 제기하는 '일말의 부끄러움'마저 없애고자, 사회 전체의 제도와 세계관을 바꾸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