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들의 ‘문화의 장’ 중 하나인 한국 CCM은 성령운동과 전도운동의 영향으로 더 정형화된 찬양의 필요성을 느끼던 1970년대 중반 경 시작됐다. 미국 CCM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한국은 80~90년대에 걸쳐 주찬양, 최덕신, 손영진, 다윗과 요나단, 이정림, 박종호, 송정미, 옹기장이, 소리엘 등의 등장으로 ‘CCM 전성기’를 맞았다. 이에 본지는 당시 화려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만나, 근황을 듣고 미래를 전망하는 기획 인터뷰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지난달 27일, 서울 SBS 사옥에서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역하는 소리엘의 장혁재 대표를 만났다.

장혁재 대표는 ‘한국 컨티넨탈 싱어즈’의 창단 멤버로, 올해로 찬양사역 횟수 29년을 맞았다. 그는 현재 소리엘 미니스트리와 아트엘 뮤직의 대표이자 나사렛대학 교수로도 섬기고 있다. 소리엘은 장혁재 대표와 지명현 목사를 멤버로 지난 1991년 ‘주는 나의’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데뷔했고, 한국 대표 CCM 남성듀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대표곡으로는 ‘주님의 아파하심으로’, ‘새벽이슬같은’,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나로부터 시작되리’, ‘그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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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엘의 장혁재 대표가 지난 3월 27일 서울 SBS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신의 기자
-소리엘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많은 분들이 소리엘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시는 이야기가 ‘한결같다’, ‘항상 똑같다’ 입니다. 그것보다 좋은 칭찬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마음 그대로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지금은 찬양사역과 함께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채플도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굿네이버스, 심장병재단 밀알,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열린문재단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리엘의 다른 멤버이신 지명현 목사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명현이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소리엘을 같이 시작했는데, 9년 전 목사님이 됐습니다. 원래 해외에서 활동을 많이 했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교회 부목사로 섬기고 있어요. 예전에는 함께 찬양집회도 했는데 지금은 명현이가 교회 부목사다 보니 움직이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의 신앙이 궁금합니다. 모태신앙이신가요? 신앙의 전환점이 있다면요?

“모태신앙은 아니고요, 7살에 유치원을 다니면서 교회를 가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접했고, 어머니도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14살 때 주님을 영접했습니다.

사역의 전환은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캠프에 가서 ‘우리는 주의 백성이오니’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교회를 세우시고 이 땅 고쳐주소서’라는 가사가 나왔습니다. 그때 하나님의 부르심이 느껴졌고, 소리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히브리어에서 ‘엘’은 하나님이라는 뜻, 그러니까 소리엘은 하나님의 소리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소리를 전하는 찬양 사역자죠.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은 소리엘을 시작하고 7년 후에 예수전도단 선교사 훈련코스 DTS에 참여한 것입니다. 변화가 항상 7년 단위로 있었는데 제가 올해 나이 49세예요. 7이 일곱 번 반복되는 숫자라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소리엘 데뷔 당시 우리나라 CCM계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CCM 사역자들이 많았고, 그들이 활발하게 음반을 발표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문화 행사들이 많아서 CCM 사역자들이 사역할 곳들이 많았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찬양가수들도 많아지고, 여러 CCM을 접한 이들은 좋은 음반을 듣게 되고, 그렇게 좋은 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당시에는 기독교 음악과 세상 음악 레벨이 비슷하게 갔던 것 같습니다. 저 보다 더 앞 세대에선 세상보다 교회의 음악이 더 수준이 높았습니다. 특히 외국의 곡을 접할 수 있는 곳은 교회뿐이었죠. 그런데 2000년대에 가면서 이게 뒤집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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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과 소리엘 장혁재 대표 모두가 다 같이찬양하고 있다. ⓒ소리엘 공식 홈페이지

-그러면 그때 당시와 비교했을 때 요즘 CCM계의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요?

“현재는 교회 숫자, 교회 재정 등이 줄어들면서 대외적 행사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1년에 3번의 행사가 있었던 교회라면 행사를 1번하고, 그러면 100팀의 찬양 팀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30팀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겁니다. 또 예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팀을 한 번 부르고, 또 어른들이 좋아하는 팀을 한 번 부르는 등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럴 여력 없이 모두 다 만족할 팀, 혹은 아주 유명한 한 팀만을 골라야 하는 거죠. 그럼 그런 팀은 더 바빠지겠죠.

많은 찬양 사역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사역을 안 하면 정체성을 잃습니다. 또 재정적으로도 어렵죠. 교회에서는 행사 횟수와 사례비를 줄이고, 사역자들 입장에서는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것이 나으니 사례비 없이 행사를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교회가 다음 팀을 초청할 때 ‘이전에 온 팀은 사례비를 안 받았었다’고 하니 사역자들의 재정 문제가 악순환이 됩니다.

현재 몇몇 팀을 제외하고 찬양사역자들은 어려움 가운데 처해있습니다. 우리가 문화사역 하는 분들에게 관심을 접으면 기독교 문화 자체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에 했던 노래와 콘텐츠를 계속 돌리게 되겠죠. 문화사역자가 의욕을 잃으면 문화사역이 없어지는 것, 한국교회가 이 부분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찬양 사역사 대신 연예인들을 교회에 초청하는 것입니다. 찬양사역자의 사례비는 어떻게든 깎으려고 하면서 연예인들은 많은 비용을 내면서도 어떻게든 부르려고 하는 거죠. 예전엔 기획사에서 연예인이 크리스천이어도 교회 행사에 못 가게 했는데, 요즘은 일반 기업이나 행사에서 버는 액수를 교회에서 똑같이 주니까, 이것을 역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보냅니다. 물론 연예인들도 신앙이 있고, 귀한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주업이 연예 활동입니다. 평생 찬양 사역만 하고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 하는 이들은 지금 사역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가 돼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역자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것이 한국 교회에 전반적인 생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교회에선 ‘준비가 안 된 사람을 어떻게 부르냐’고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지금의 사역자들도 다 그렇게 경험하면서 큰 것입니다. 기회를 주고 기도해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앞전에서 다 잘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역자들이 찬양인도자로 가는데, 월급이 나오지만 액수가 적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가 이들을 목회자가 아닌 기능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배학적으로 보면 찬양의 비중이 큰데, 한국교회에서는 비중이 적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10분간 찬양을 하고 50분간 설교하는 비율입니다. 뒤집어 생각해서 50분간 찬양하고 10분간 설교하는 것은 예배가 아닌가? 오히려 저는 훌륭한 예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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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엘 장혁재 대표.

-문화사역자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기독교 문화를 점점 세상에 빼앗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탄이 기독교인이 기독교인 되지 못하게 문화를 이용하고, 기독교인의 특성을 점점 뺏어간 것 같습니다. 제가 문화 사역을 하는 사람이라, 요즘 젊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영화 등을 면밀히 연구합니다. 그러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것 보면 세속화 된다’고 하는데, 그 점도 맞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문화가 기독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만이 최선일까요?

“기독교인들이 사실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 순 없어요. 그러므로 분별하는 것과 정말 귀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단절하려면 산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건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겠죠. ‘병법’에서 나를 알고 상대를 잘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하듯,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세상과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이 한계를 가진 생각 안에서 하나님을 자꾸 제한하려 하니 말입니다.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요즘은 ‘교회 안의 청년들이 너무 온실 안에서 컸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신학생들이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세상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성도가 얼마나 밖에 나가서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학교 시스템도 이제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다 연결돼 있습니다. 복합적입니다.”

-후배 사역자 중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 있나요?

“후배들이 찬양사역을 하겠다고 찾아오면 반대는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같은 미니스트리 후배 중에 김수진이라는 팝페라 찬양사역자가 있습니다. 또 브릿지앙상블이라고 악기 찬양하는 친구들이 있고 기획사 안에서 같이 동역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리상자 김세준 씨도 가까워서 같이 집회를 합니다. 신앙이 아주 좋습니다.”

-새 음반 계획은 있으신가요?

“녹음을 준비하는 게 있습니다. 소리엘은 항상 둘이 같이 하고 싶었는데, 같이 하지는 못하고 다른 음반에 게스트로 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크리스천, 교회, 가정들을 향해 불러주고 싶은 노래, 축복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 노래를 너무 부르고 싶어서, 아마 여름쯤에 솔로로 발매하지 않을까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