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은애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을 만들고 24일 기독교회관에서 이에 대해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인사말을 전한 김영주 총무는 "2015년 후반기부터 2년 동안 한국교회연구원과 NCCK가 함께 '한국교회 개혁 94선언'을 연구해 발표하게 되었다"며 "이것이 한국교회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선언이 되었으면 좋겠고, 활발한 갱신의 몸부림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선언문을 통해 "종교개혁이 5백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는 통절한 참회와 변혁이 촉구되는 절박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준엄한 자기성찰과 근본적인 쇄신이 없다면 교회 존립의 토대들은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금 원장은 "오늘의 종교개혁은 종교개혁의 주요 가치인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총'의 정신들을 숙고해 현재의 상황에서 실천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 모두가 다함께 긴급하게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개혁을 겸손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선언에는 한국교회가 함께 긴급하게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개혁 94개 선언이 담겨 있으며 △참회 △교회 △교회 지도자 △총회와 교단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 등 9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아래는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의 주요 조항.

3. ‘회개하라’는 말씀은 단지 내적 회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적 회개는 외적 회개, 즉 회개에 합당한 삶은 수반하지 않는 한 무가치한 것이다.

5. 교회를 바르게 섬기고자 노력하는 많은 목회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은 전적으로 목사로부터 기인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0. 목사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와 사상 대립, 남북 분단 상황을 외면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화평케 하는 사역을 감당하지 못했다.

14.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은 종교개혁의 고귀한 신앙의 유산보다 ‘오직 돈으로만’(Sola mammona)을 더 강조하고 있다.

16. 교회 재정과 운영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게 사용된 교회 재정의 공개는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쁜 일이다.

26. 한국교회는 한국사회 속에서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된 비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심정으로 회개와 갱신과 개혁을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

31. 교회 지도자들은 ‘만인 제사직’의 가르침에 따라 성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교회를 운영해야 한다.

36. 종교개혁의 영성은 중세 수도원처럼 ‘세상 밖 성자’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도는 세상 안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구별된 삶을 통하여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세상 안 성자’의 삶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40. 교회분열은 어떤 타당한 명분이 있을지라도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추문이다.

42. 교회 지도자들은 분열과 갈등, 증오와 테러가 가득한 이 세계 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용서와 화해를 먼저 행함으로 화평케 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43. 교회 지도자들은 한국사회의 지역, 계층, 사상의 심각한 비대칭적 갈등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사회통합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47. 교단 선거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법, 타락 선거는 한국교회가 명예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50. 교단 지도자들의 진정한 권위는 고난과 희생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52. 교단 안에서 당(黨)을 짓는 일을 엄히 경계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55. 각 교단의 총회와 총회들의 연합기구인 공교회는 목회자들의 생활비, 은퇴 후 대책 등에 관한 공평하고 합릭적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여야 한다.

61. 한국교회는 사회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 평화를 지키지 못하면서 세상을 향해 평화를 선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64. 한국교회가 이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는 현재 세 개로 나누어져 있는 연합기구를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기구로 통합하는 일이다.

65. 매년 313개의 신학교에서 15,000명의 목사 후보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바른 목회 지도력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신학교육을 통한 목회자후보생의 대량 배출은 한국교회 타락의 온상이 되고 있다.

67.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신학교육에 관한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 이 과정을 마친 자들이 목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77. 교회의 주요 과제는 한반도 평화정책과 민족 통일이다. 교회는 국내외 제 세력들과 연대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하여 적극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80. 교회는 경제정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들의 삶의 현실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앞에 교회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희생과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한다.

88. 교회는 일찍이 세계교회가 천명한 창조질서보존의 정신을 따라 환경파괴로부터 인간과 피조세계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교회는 창조 세계의 청지기적인 사명을 인식하여야 한다. 

93. 한국교회는 여전히 희망이고 희망이 될 수 있는가? 그 희망은 교회의 통절한 회개와 자성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온전히 실현되는 곳이요, 하나님이 주체이시고 인간은 객체라는 사실을 말한다.

94. 종교개혁자들이 선포한 '오직 믿음'의 원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의와 지속적인 교통과 교제를 통해 정의와 평화, 생명세계를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섬기며 봉사하도록 초청하는 부름이다. 이 부름 앞에 우리 모두 겸손히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