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마음과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자"는 성명을 10일 발표했다.

기윤실은 "이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제시해주었다. 이제 우리는 마음과 힘을 모아 이것을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

마음과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갑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관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명-

법이 나의 척도요, 정의가 나의 저울이다.
거짓말로 꾸민 너희 대피소는 우박에 맞아 부서지고 그 은신처는 물에 휩쓸려 간다.
(이사야 28:17)

2017년 3월 10일(금),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친분관계에 있는 개인과 함께 국정을 농단하고, 기업을 협박해 불법자금을 모음으로써 파면당한 것은, 국력을 소모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폭력이 아닌 시민들의 합법적인 의사표현과 헌법기관의 정상적인 법 집행을 통해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불의에 항의한 시민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고한 일부 언론들과 특별검사,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탄핵절차를 성실히 수행해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감사드립니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제시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과 힘을 모아 이것을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첫째, 법치주의를 확립합시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법이 돈과 힘 앞에 무력해지는 것을 왕왕 보았습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과 비리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여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둘째, 공공윤리와 직업윤리를 새롭게 합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공적 권력을 이용한 사익 추구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철저히 감시하는 동시에, 국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공윤리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직업윤리를 확립하고 실천합시다.

셋째,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대화의 문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갑시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를 이념 문제와 연결해 갈등과 대립의 골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현존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인식하고, 국민들끼리 비난하고 정죄하기 보다는 서로 인정하고 대화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탄핵심판의 진행 과정 중에서 보인 한국 교회 일각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권력의 불의를 비판하고 바로잡는 선지자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의한 권력의 편에 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들을 편 가르는 일을 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과 국민 앞에 진실하게 용서를 구해야 하고, 모든 국민을 겸손하게 섬겨야 합니다.

기윤실은 한국 교회가 정직과 정의를 실천하며 화해와 중보자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탄핵 과정에서 입장을 달리했던 분들이 서로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겠습니다. 곧 치러질 대통령 선거 기간에 교회부터 선거법을 준수하도록 노력하며 각종 거짓뉴스들을 밝혀내는 일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과 개인과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2017년 3월 10일(금)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