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권 모세오경
▲김회권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회권 교수(숭실대)가 자신의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9일 오후 7시 장신대 신대원에서 특강을 전했다. 이날 강의에는 학생 20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김 교수는 이날 신약과 예수님을 이해하려면 모세오경부터 펼쳐지는 구약의 대서사를 먼저 읽고 깊이 이해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개인 구원으로 국한시키는 데서 벗어나 세계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는 '우주적 구원'을 기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회권 교수는 "모세오경은 그 동안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먼 시기에서 예언하고 기대하는 책으로서, 구속사의 시작점으로 먼 미래에 오실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최초의 예언적 발화점이자 출발점으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모세오경을 비롯한 구약성서를 읽을 때 구약성서를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신약성서와 의미 깊게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세오경은 구속사의 '알파 포인트'이자 구세주가 타고 온 뗏목의 39개 널빤지(구약) 중 최초의 것이었으나, '오메가 포인트'의 중요성과 가중치에 가려진 책으로 항구적인 정경적 유효성과 효력이 없는 '단발성 사건' 중심의 책으로 읽히고 있다"며 "그러나 그 구원사의 시작점, '알파 포인트'가 모세오경이므로, 모세오경을 읽지 않으면 영화가 시작되고 30-40분 후 들어가는 것과 같고,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을 3막부터 보면서 감동받으려는 관객과 같다"고 전했다.

김회권 모세오경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회권 교수는 "모세오경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말씀하실 때, 듣는 사람은 쉐마 이스라엘이었다. 그때 하나님 마음 속에 있던 이스라엘은 실제 이스라엘 민족도 있지만, 진짜 이 말씀을 듣길 바라는 아들로서의 이스라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분을 우리는 독생자라고 부른다. 하나님은 그 자리에 예수님이 있다고 여기시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고 한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러니 실제 순종을 기대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들려진 말씀임과 동시에, 함께 있던 독생자 하나님의 아들에게도 하신 말씀이 된다"며 "구약성경의 모든 말씀은 이상화된 아들, 순종해 줄 한 아들을 정조준하고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마태복음에 두 아들의 비유가 나오는 것이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을 듣고 순종한 아들과 듣고 불순종하는 아들의 관계로 단순화시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저는 예수님을 공부하기 위해 구약을 공부했다. 예수님이 읽으신 책은 구약 성경이었기 때문"이라며 "초대교회도 400여 년간 구약만 갖고 예수를 믿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약이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예수님을 알기 위해 신약성경부터 읽으면 안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신약학과 구약학을 지나치게 분절해선 안 되고, 신약학자는 신구약학자의 줄임말이 돼야 한다. 모두 예수님의 주 되심을 증언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제 전공은 예수님"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그 중심에는 '십자가와 부활'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 예수 그리스도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인용하는 개인 구원의 '협의의 교리'로만 축소되기엔 너무나 우주적이고 광활한 단어"라며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의 모든 입술로부터(빌 2:10) '주'라는 고백을 받고 총체적으로 통치하시는 분으로, 그 주님이 하시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구원"이라고 설명했다.

김회권 모세오경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회권 교수는 "그러나 지금은 주 예수 그리스도가 하시는 포괄적 통치와 권세 있는 세계 완성 등에는 관심이 없고, 나를 구원하러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개인 전도 공식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만 지나치게 강조돼 있다"며 "이런 축소주의적 해석 때문에 성경 메시지의 다중적이고 오케스트라 같은 소리가 다 죽고, 오로지 죽어서 천국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최적화된 해석으로 잘못 알고 있다. <모세오경>을 집필한 배경이 이것이고, 이런 포괄적이고 엄청나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을 때, 그 청사진은 모세오경과 예언서과 시편 등 성문서에 있는 미래 청사진을 전제하셨던 것"이라며 "믿든 믿지 않든 혜성처럼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 믿든 믿지 않든 완성점을 향해 전진을 거듭하는 그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 자체를 부각시켜야 객관적으로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거대한 육박과 전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 하나님 나라의 객관적 선이해 없이, 선택적이고 주관적으로 믿으면 선취한다는 일련의 요행론적 사행심을 심어주는 복음 제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니 기독교는 죽어서 천국 가거나 기복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은 관심이 있지만, 정치·경제와 사회, 인간사의 모든 중요한 관점들을 공부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과 하나님, 기독교와 성경은 해답을 주지 못하게 됐다"며 "하나님 나라 때문에 구원이 필요하고, 예수님께서 하신 많은 일 중 하나가 인간의 구원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또 "인간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이런 전치·도치, 확장·과장적 해석을 통해 하나님 영광이 드러나기보다 구원받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부추기는 잘못된 신학적 해석 때문에 큰 이슈를 다루지 못하게 됐다"며 "그래서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신학적 소인국'처럼 됐고,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일어난 일들, 구약은 중요성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런 편견을 주는 곳으로 히브리서 2-10장에 나오는 '언약 폐기'를 꼽았다. 그는 "구약의 3대 언약은 노아-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 다윗 언약인데, 히브리서가 폐기를 이야기한 언약은 사독 계열 레위 제사장이 매년 드리는 동물 희생제사의 유효성에 대한 것이었다"며 "오히려 예수님은 철두철미하게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의 틀 안에서 행동했고, 이는 모세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회권 모세오경
▲1,448쪽에 달하는 김회권 교수의 <모세오경>. ⓒ이대웅 기자
김회권 교수는 "예수님께서 누가복음 24장에서 엠마오 도상의 두 제자에게 '모세의 글부터 시작해 선지자의 글을 거쳐 시편까지' 모두 자신을 가리킨 것이라고 하셨던 것은, 이스라엘 민족을 통해 세계 만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바로 '내 이야기'라는 말씀이었다"며 "그 두 제자가 말씀을 듣고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고 했는데, 제 학문적 관심은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그 말씀 공부의 힘, 말씀 증언의 위엄을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공인 이사야 대신 창세기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그 예수님이 개인을 구원하러 오셨을 뿐 아니라 우주를 갱신하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시키기 위해 포괄적 관심을 갖고 만민과 모든 피조물을 대상으로 대전망을 갖고 구원 사역을 하셨다"며 "그 분을 사랑한다면 그 분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하므로, 하나님 나라 전망을 가지면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해 국제정세, 환경, 젠더, 창조질서 등 이 세계의 모든 일들은 신학적·기독교적 상관성을 갖게 된다. 그러니 얼마나 설교 거리가 많겠는가? 도처에 설교 제목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다 설교 거리이니 얼마나 공부와 독서를 많이 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저는 그래서 세속적이진 않지만, 세상을 사랑한다"며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세상에 관여하길 원하시고 갱신적이며 변혁적인가를 알면서부터, 이 세계의 모든 전공 과목이 의미있어졌고 모든 사람들의 일이 가치있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하나님을 알면 알수록 내 공로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거하는 순간, 우리는 허기가 가득 찬 충만을 느낄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포만감 넘치는 자기공로적 충만을 주시지 않는다"며 "기독교에 중산층적 포만 문화는 없다. 항상 의에 주리고 목마른 채, 인생이 미완성 교향곡이 된다"고도 했다.

강의를 정리하면서 김회권 교수는 "예수님을 이해하려면 예수님이 모세오경의 완벽한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심을, 이스라엘 조상을 통해 세계 만민을 구원하시려는 만민지향적 구원 의지의 화육이시자 세상을 사랑하고 완성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 비전을 갖고 오신 분임을 알아야 한다"며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신 여러가지 일 중 하나가 '나의 구원'이 된다. 개인들을 모아 아무런 대책도 없는, 이상적 사회에 대한 전망도 없이 개인만 자꾸 구원하는 '전도주의'가 아니라, 이 사회도 맑아지게 하는 전망을 갖고 우리를 구원하신 것"이라고 했다.

김회권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영문과와 1993년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美 프린스턴 신대원에서 성서신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학 전 11년간 ESF(한국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으며, 2001년 귀국해 두레교회 부목사를 거쳐 2002년 12월 일산두레교회를 개척해 4년간 목회했다. 현재 숭실대 교목실장 겸 기독교학과 교수이며, 서울 가향교회 신학지도목사이다. 주요 저서로는 사도행전 1·2, 여호수아·사사기·룻기, 사무엘상·하, 다니엘서 등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시리즈, <김회권 목사의 청년설교 1·2·3>,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