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으로 바라본 먼 산의 모습은 오는 봄을 옷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입을 차림의 모습입니다. 뿌옇게 보이는 저 멀리의 모습조차 봄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삶이란 흐리고 그을리고 애타도 흘러가고 지나가고 스쳐갑니다. 그리움도 스쳐가고, 바라던 소망의 애절함도 흘러가고, 캄캄하고 답답했던 그 미망도 지나갑니다.

오늘은 신학교 77학번 입학 40주년이라고, 입학했던 학교의 교정으로 모였습니다. 제게 설교를 하라고 해서 5분 만에 마쳤습니다. 대상이 다 교수님들 목사님들 혹 장로님들이라서 긴 설교가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앉아 있는 이들 모두가 설교에 은혜받으려고 모인 분들이 아니어서입니다. 적어도 스무살에 입학한지 40년 되니 그 정도는 알아차리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알 것 알고, 가릴 것 가리고, 적어도 폐 끼치지 않을 정도의 지경은 된 것입니다.

사십년 전에 보았던 그 모습. 가끔 만났건, 전혀 오랜만에 보았건, 그이가 그이인 것은 다 알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희고, 주름이 조금 더 늘고, 건강이 좀 약해 보이는 이가 있을 뿐, 전혀 얼굴을 못 알아보게 달라진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변화임을 그 모습의 그림자 속에서 보았습니다. 누구든 치열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누구든 쉽지 않은 사역과 상황을 건너오며 지냈을 것입니다.

그 사이에 이러저러한 여정을 거치며 습득한 것도,이제는 그것을 놓아야할 때도 된 것입니다. 주어진 남은 기회가 있다면 이제는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하는 사유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마무리하여 작품의 완성을 이룰 것인가 고민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20년 정도 위이신 교수님 위로해드리고, 예배드리고, 사진 찍고 밥 먹었습니다. 지나온 과정을 잠시 소개했습니다. 많은 공부를 했고, 진지한 삶을 살았고, 전투적 삶을 산 이들입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나누고 싶은 말도 많은지 정해 놓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삶은 홀러갑니다. 잠바입고 청바지 입고 더벅한 머리 스무살 남짓 청년들이, 이제 정년을 이야기합니다. 내년이면 80되시는 은사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지금의 모인 분들 시기가 최고의 황금기라 말하십니다. 시간 되어 일어나 오다 먼 산 바라보니 봄이 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