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요즘 같이 SNS가 발달돼 동시에 많은 이에게 정보와 소식이 전달되고 수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아 의견이 교환되는 시대에는 목회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

꼭 한데 모여야 설교를 듣고 성경 공부를 하던 기존의 신앙생활 패턴을 바꾸어, 담임목사가 매일 한두 줄의 메시지를 교인들에게 보내면 교인들은 자기가 서 있는 현장에서 그 말씀에 대해 반응하고, 결단하고, 실천하면서 그 결과나 과정을 답글로 써 보는 게 어떨까 싶다.

단시간에 많은 교인들을 면대 면으로 대하려면 시간적 제약이 따를테니까 새로운 '목회적 대화방' 혹은 'SNS 상담실' 등의 이름으로 운영해 보자. 이런 방법의 선례가 있어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을 위해 한두 마디의 목회적 당부를 띄운 데 대해, 이해인 수녀가 응신과 다짐과 기도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간단하지만 명상 자료로서 유용하다고 본다.

①우리는 모두 깨지지 쉽고 보잘것없는 질그릇에 불과하지만 우리 안에는 엄청난 보화를 담고 있습니다(교황). 주님, 제가 내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알되 스스로를 멸시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당신의 사랑받는 보물임을 잊지 않게 해 주소서(수녀).

②예수님은 구원으로 인도하는 문, 즉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문입니다(교황). 주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불만과 두려움을 몰아내주신 그 사랑을 안고 저도 누군가의 문을 열 수 있게 도와주소서(수녀).

③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이 세상과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합시다(교황). 주님, 제가 추구하는 평화는 안일한 평화가 아니라 아픔과 시련을 극복해서 얻은 평화이게 하소서. 제가 이 평화를 이웃과 나누는 평화의 사도이게 하소서(수녀).

④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교황). 주님, 전쟁을 두둔하고 합리화하는 이들에게 어떻게든 용기 있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수녀).
 
⑤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임재하심으로써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십니다. 그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랑이심을 알게 됩니다(교황). 주님, 저에게 믿음을 더해주시고 이 믿음을 토대로 저의 삶이 더욱 따뜻한 사랑으로 변화되게 하소서(수녀).

⑥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자애로운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교황). 오, 주님. 언제나 제가 온유한 눈길, 따뜻한 손길, 자비로운 말길로 이웃의 필요에 열려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소서(수녀).

⑦때로는 우리 이웃들을 모른 채 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교황). 주님, 언제 어디서나 제가 만나는 이웃의 모습에서 당신을 발견하게 하소서. 그들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소서(수녀).

⑧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용서의 기쁨을 경험하고 그분의 자비를 신뢰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교황). 주님, 남보다 먼저 용서하고 먼저 화해하며 사랑을 넓혀가는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끝까지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수녀).

⑨미움과 어둠을 발견하는 곳에 우리가 사랑과 희망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사회에 더 인간적인 모습을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교황). 주님, 미소를 잃어버린 경직된 얼굴이 아니라 사랑과 기쁨이 스며있는 밝은 얼굴로 살 수 있도록 저의 마음을 비추어 주소서(수녀).

⑩우리는 진정으로 기도합니까?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관계 없이는 진지하고 건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가 어렵습니다(교황). 주님, 밤낮으로 당신의 현존 속에 있도록 나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수녀).

⑪그리스도인의 삶의 비밀은 사랑입니다. 사랑만이 악으로 야기된 공허한 공간들을 채울 수 있습니다(교황). 주님, 사랑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작은 것 하나라도 먼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소서(수녀).

⑫십자가의 신비와 사랑의 신비는 기도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우십시오(교황). 주님, 저의 삶이 몹시 힘들어질 땐 많은 푸념의 말을 하기보다 십자가 앞에 머물며 고통의 신비를 헤아릴 수 있게 해 주소서(수녀).

⑬십자가는 패배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악과 죄를 이겨내는 사랑을 드러내 줍니다(교황). 주님, 매일 십자가 앞에 서서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게 하소서(수녀).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한남대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