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기
▲찬양하고 있는 민호기 목사.
예수님처럼 3년을 살았다. 아니, 정말 '예수'가 되어 3년을 살았다. 예수님의 삶을 그리는, <예수전> 책과 음반은 그 기록이다.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사람이신 그분을 읽어내려 하는 건, 그 자체로 가소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삶의 목적이 예수를 묘사하는 것이므로, 예수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영성과 지성, 감성과 음악성이 갖춰지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으므로, 시작했다. 10년 간 꿈꾸고 준비했던 작업이었다.

<예수전>은 '작은 예배자'이자 대구 지역 찬미워십 대표인 민호기 목사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예수님에 대한 10개의 이야기를 글과 노래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여러 작가들의 그림이 들어 있다. 10개의 곡들은 한 편의 거대한 뮤지컬 같다.

10개의 이야기와 노래는 별빛, 광야, 들풀, 옥합, 소녀, 소년, 호수, 수건, 언덕, 아침이다. 모두 두 글자이다. '이미'와 '아직'이 그 이야기들을 감싸고 있다. 겨울 사역이 한창인 민 목사에게, '예수'로 살았던 경험을 잠깐 들었다.

-책과 음반을 함께 쓰는 일은 쉽지 않을 뿐더러, 일반 가요계에서도 흔치 않은 시도입니다.

"CCM 쪽에서는 마이클 카드와 마이클 W. 스미스 등이 책과 음반을 함께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목사가 돼야 했기에, 그러한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작은 예배자>와 <오래된 영원, 찬송가>에 이어, 이번 <예수전>까지 책과 음반을 함께 발표한 것이 세 번째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허투루 할 수 없어, 10년 동안 꿈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썼습니다."

민호기
▲민호기 목사의 녹음 모습.
-책까지 쓰는 CCM 사역자들은 많지 않은데요. 책이 말랑말랑한 '간증'류도 아니고요.

"저는 제 자리를 '신학도'라고 표현합니다. 평생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제 전공이 철학인데, 철학과 신학, 음악, 이 세 가지가 만나는 독특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간증을 풀어내는 건 SNS에서도 가능하지만, 책으로 엮인다면 동료 사역자나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 정도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찬양 한 곡 만드는 것이 설교 한 편을 준비하는 것 이상의 연구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얄팍한 자존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책과 노래를 썼는데, 한 교수님이 참고문헌 목록을 보시고는 '이건 박사학위 논문 준비하는 자료들인데' 하셨습니다. 알아 주시는 분이 계시니 뿌듯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학자가 아니라 예술가이기 때문에, 신학의 언어가 아닌 예술가의 시각에서 좀 더 감성적인 언어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교 총장님께서 '우리는 뭐든지 어렵게 쓰는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것이 예술가인 것 같다'고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예술가로 부르셨기에 그렇다고 봅니다. 실제로 책 내용 한 챕터 읽는 것보다 노래 한 곡을 듣는 게 더 좋았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민호기
▲찬미워십의 예배 모습.
-원래 찬양이 '예수님'을 노래하는 것이지만, '예수님'의 입장에서 찬양하는 것은 또 다를텐데요.

"책에 '예수 전지적 1인칭 시점'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전지적'이라는 말과 '1인칭'이라는 말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전지전능한 하나님이시면서 인간이셨던, 하나님으로서 완전함과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 불완전함을 다 갖고 계셨던, 신성과 인성이 공존하셨던 예수님은 언어와 감정 같은 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셨을까 거기에 이입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웃긴데, 지난 3년간 '예수님 역할'에 몰입해서 살았습니다."

-'예수님'으로 사셨던 지난 3년, 어떠셨나요.

"예수님의 감정에 이입해 곡을 만들고 글을 쓸 때,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책에서도 '광야'에 대한 글에서 '문득 십자가'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예수님은 문득 문득 십자가를 염두에 두고 사셨을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다가도,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이 있다가도 '아, 나에게는 십자가가...' 하셨을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사는 삶이란, 굉장히 고독하고 힘들고, 두려움과 싸워 이겨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3년 동안 성격도 좀 어두워졌고, 곡도 조금 어둡게 나왔습니다.

제 아내가 지난 3년간 제게 '고3 큰 아들'이라고 했지요. 참고문헌 100권을 쌓아두고, 사역을 마친 후 새벽 2-3시에 들어와도 꼭 A4 한 장은 쓰고 자자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래서 늘 방에서 자지 못했습니다. 서재에서 작업하다 쓰러져 잠든 적이 많았습니다. 다 쓰고 나니 지금은 너무 자유로워서, 마치 백수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웃음)."

-11곡이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느낌입니다.

"탄생부터 부활까지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곡목도 다 두 글자로 맞췄습니다. 총 후보는 30곡 이상이었는데, 추린 것이지요. 빠진 것들 중에는 비유, 세례, 성찬 등이 있습니다. 이 여러가지 중에서 최종 선택된 것이 서곡을 빼면 10개입니다.

철저히 예수님의 입장에서 뭔가를 바라보고,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가장 먼저 '복음서를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성경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민호기
▲‘예수전’ 음반.
-빠진 곡들이 궁금해지네요.

"20곡 가까이 추려냈습니다. 마지막까지 후보로 있다가 최종 탈락시킨 것이 '(가룟) 유다'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다를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했어요. 분노하는 마음이셨을까? 아니면 '날 팔아먹을 놈?' 하고 보셨을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보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애틋하고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노래를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유다가 아니라 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만들다 너무 괴로워서 포기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찬미워십에서 하고 있는 '작고 불편한 예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예배란 작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예배는 몸과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시스템을 갖춘 예배당에서, 극장식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예배를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 예배자를 '구경꾼'으로 만드는 예배들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종교의 제사와 제의도 편하지 않습니다. 형식의 문제만은 아니겠지요. 몸도 불편하지만, 평안과 축복만 이야기하고 달콤한 위로만 전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죄악에 대한 부끄러움, 시대의 아픔과 사회의 부조리함,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을 안고 불편한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호기
▲<예수전> 도서.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예배의 본질로 돌아가는 예배를 드리자는 것입니다. 의자 없이 다 바닥에서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40:4)'라는 이사야서 말씀이 테마입니다. 평탄케 하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한국교회의 문제가 강단이 너무 높아져 설교자가 대접받고 찬양사역자가 스타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다 섞여서 예배드립니다. 이렇듯 평탄케 하는 작업들도 계속 해 나가고 싶습니다."

CCM 그룹 '소망의바다' 멤버로 잘 알려진 민호기 목사는 작·편곡가, 음악 프로듀서, 교수, 칼럼니스트, 캠프 전문 강사 등 음악사역 전방위에서 헌신하고 있다. '하늘 소망', '십자가의 전달자', '그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보좌 앞으로', '난 여호와로', '더욱 사랑' 등의 노래를 지었으며, 설교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남대 철학과와 총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으며, 현재 찬미워십 대표이자 대신대 음악학부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