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이자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단체의 회계 및 세법 등을 가르치는 배원기 교수가 앞으로 매주 본지에 교회를 중심으로 한 비영리단체 내지 공익단체의 회계와 세무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회계의 윤리부터 시작해 종교인 과세 등 재미있는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배원기
▲배원기 교수
오늘은 공사(公私)의 구분에 관하여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본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성직자(종교인)의 '소득세'납세 의무규정 이전에도, 자진하여 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나, 소규모 개척교회의 목사님들이 계셨다. 그리고, 이 소득세 신고를 위한 종합소득세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었던 후배 회계사의 경험담을 소개하면, 세법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회계를 몰라서인지, 소규모 개척교회 목사님들로부터 '가사(家事)비용도 소득세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고 한다. '아마, 자기의 모든 것을 들여서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님들께서는, 단체(교회)의 재정과 개인의 재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두 번째로, 40여년 전 필자가 처음으로 회계(부기)를 배울 때, 은사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은사님의 친구 한 분이 조그마한 식당을 하셨는데, 법인기업형태가 아니라 개인기업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공사구분을 아주 엄격하게 하셨다고 한다. 즉, 자녀들이 아버지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더라도, 그 분은 자기 지갑에서 자녀들이 먹었던 음식값을 꺼내어 식당 금고에 넣었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을 실천하면서 자식들에게도 본을 보이라는 말씀을 우리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것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위 식당의 사례에 대해 '약간 지나칠 정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개인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과 단체(법인)가 부담할 비용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주변에서 가끔 보게 된다. 몇 개월 전 "'엄카'보다는 '법카'"라는 타이틀의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조금 여유가 있는 집안의 성인자녀들이 '엄카(엄마의 신용카드)'로 풍족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법카(법인카드)'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법인카드를, 개인의 소비나 가사(家事) 비용의 지출로 사용하는 것은,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심하면 횡령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비영리단체의 경우 소속회원이나 감독관청 등으로부터 도덕적 해이(모랄 해저드) 등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영리단체(회사)나 비영리단체를 불문하고, 많은 단체들이 간부들에게 월 얼마씩의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예산을 할당해 주고 사용하도록 한다. 그 집행방법은 두 가지 형태인데, 그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예산 총액을 무슨 명목으로 사용하던지 지출내역을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 업무추진비(판공비)의 지출내역을 꼼꼼하게 제출하게 하는 단체가 있다. 앞의 유형의 업무추진비(판공비) 지출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단체는 업무추진비(판공비)를 간부에 대한 프린지 베니피트(복리후생 차원)으로 취급하는 반면, 뒤 유형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 단체는 개인목적의 지출은 판공비예산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후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세무당국의 규제 및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이 많아진 것 때문인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국세청은 법인카드로 가사(家事)비용에 지출한 것을 분석하여, 그 내역을 해명하게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 국세청으로부터 이런 통지를 받은 법인이나 사업자들은 무척 놀라서, 그 뒤부터는 법인카드의 사용에 신중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공공기관들은 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의 지출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고, 공공기관이나 정부예산의 보조를 받는 단체들은, 평일 10시 이후의 법인카드를 노래방, 술집 등에서 사용하거나, 주말에 집부근 식당등에서 법인카드로 지출한 내역이 있으면, 그 지출내역을 해명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의 친구들 중에서도, 전자의 집행습관에 익숙해 있다가, 건별로 지출내역을 제출하고 입증하도록 하는 회사나 단체로 전직한 후, 새로운 직장 문화에 놀라는 경우를 가끔 본다.

교계와 관련된 것을 하나 적으면, 총회장 선거비용을 그 목사님이 속한 교회의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도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소문에 의하면, 총회장 선거비용이 수억원에 달한다거나, 총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분의 소속교회에서 문제가 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총회장 선거비용을 교회재정에서 지출한다는 것을 그 교회 당회(일반 단체의 경우 이사회에 해당되는 기관)에서 결의하고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교회의 비용으로 인정될 수 없고, 심하게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총회장 선거비용과 관련된 문제점을 사회법의 잣대로 더 지적하면, 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하여, 그 선거캠프에 현금 또는 현물을 내는 것은, 현행 세법상 증여에 해당되어, 국세청이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안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세청이 종교단체나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부정이나 탈루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 등의 칼을 뽑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증여세는 수증자(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고, 수증자가 증여세를 내지 못할 경우, 증여자는 그 증여세를 납부할 2차 납세의무가 있다(반대로, 미국의 경우 1차 납세자는 증여자이다).

우리 크리스챤들이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남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 '탐하지 말라'고 하는 십계명을 어기는 것이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조심해해야 한다. 오래전에 감명깊게 보았던 글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의 한 유명한 소비재 제조회사의 행동규칙 중 '뉴욕 타임스 룰'(New York Times Rule)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미국 최대 신문인 뉴욕 타임스의 1면에 기사화 됐을 때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개인들도 '본인에 관하여 신문에 기사화 되었을 때 스스로 떳떳할 수 있을까?, 어떤 특정 활동을 가족에게 자세히 얘기하기 부끄러운가?'를 늘 새겨야 한다.

필자가 얼마 전부터 배우고 있는 논어의 한 단어를 소개한다. '신독'(愼獨)이라는 말인데, 이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음'라는 뜻이다. 우리 크리스챤은 하나님과 항상 동행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하나님 뿐만 아니라  다른 이가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쓴 필자도 성인이나 군자가 아니라서,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2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개인용도 지출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법인카드로 결제해도 좋지 않을까?' 라는 내면의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임을 고백하며 글을 맺는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