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최더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 기독교 문화의 변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독교를 이상한 신비주의적 종교로 탈바꿈시키고, 자기들만 거룩한 공동체이며 신비한 영적 체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내세운다.

아직도 이상한 부흥과 영적 세계를 꿈꾸는, 시대를 완전히 초월해 사는 가칭 '기독교적 도사들'이 즐비하다. 지금은 그 위세가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리산과 계룡산과 용마산 등 전국 유명 산에서 재기(?)를 노리는 기도와 영성의 대가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콘크리트에 질린 자연주의자들이 산세를 바라보고 새와 꽃들의 향연을 누리면서 개척한 아담한 영성 모임들이 전국 곳곳에 숱하다. 이들의 주요 과목은 묵상과 관상과 수도 등이다. 깊은 숲속이나 산골에 자리를 정하고, 수도와 수련을 권장하고 있다. 기도원에 이은 후속 작품들이다. 또 가톨릭 수도원에서 유래한 '렉티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를 본떠 만든 독서모임들도 수두룩하다.

교회생활의 변질도 한몫을 더한다. 한 해에 교회를 옮겨 다니는 신자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기존 교회에 실망한 나머지, 주일에 교회를 안 나가면서 홀로 혹은 끼리끼리 카페 등지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일명 '가나안 성도'들도 포함된다. 그들 중 새 교회로 등록하면서 이명서를 챙기는 신자는 아무도 없다.

특히 예배문화의 변질은 심각하다. 말씀보다 오직 찬양으로 일관하는 예배가 등장했다. 같은 학교, 같은 신학을 수업받고서도 예배의 순서와 내용들이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제멋대로 지어낸 작품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또 인터넷 예배도 있고, 목사 없이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설교하는 교회가 나타났으며, 예배를 묵상모임으로 대체하는 무리도 생겼다.

성례는 아무런 감흥과 의미도 없는 연례행사로 전락했다. 권징은 캐캐묵은 고서에나 있는 죽은 단어이다. 족보에도 없는 교회 행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두 목회자가 서로 사돈을 맺었다. 결혼식장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찼다. 그런데 식을 시작하면서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두 사모님이 식장 측 안내를 받고 연단에 오르더니, 나란히 양편에 마련된 촛불을 점화했다. 나는 기독교식 결혼 풍습에 언제 촛불의식이 스며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촛불 의식은 기독교의 족보에 없는 행사라는 점이다.

온갖 불법, 탈법도 성행한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거나 묵인하고 동조하고 방관한다는 것이다. 어떤 장로교 총회는 성원이 되지 않았는데도 '법을 잠재운다'고 말하며 개회를 동의하고 제청하고 결의를 했지만 총회원들이 수수방관한다. 이를 문제 삼아 발언하면, 총회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되레 호통이다.

헌법에 명시된 절차도 지키지 않는다. 장로교 헌법 제96조 2항에는 총회 소집일을 1개월 전에 통보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총회 직후 노회 일자를 회칙에 정해 놓았음에도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나님 말씀을 줄줄이 입 밖에 늘어놓으면서, 정작 하나님의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오늘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개혁주의는 하나님의 계보(톨레 도트, generation)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의 신학이다. 이를 일러 조직신학의 저자이자 대한신학 석좌교수인 조석만 박사는 '족보신학'이라 이른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모든 존재적 행위는 하나님 말씀이라는 성경의 족보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인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속한 후손들이다. 그리스도의 후손은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속해야 한다. 그러므로 족보는 존재의 근거요 정통성의 입증이다. 족보, 곧 성경에 없는 것이면 우리는 마땅히 삼가야 한다. 만약 어떤 사역자가 새로운 족보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는 당연히 공회의 의견을 제출하고 의결을 받고 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종교개혁의 후손들이다. 종교개혁은 성경이라는 족보에 없는 관례나 미신적 행위들, 의도적이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목적이 있는 모든 행위들과 의식들을 과감히 철폐했다.

종교개혁가들이 말하는 개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개혁이란, 성경적이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성경적 근거가 없는 행위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마가톨릭교회가 목숨처럼 지키고 있는 전통과 교회의 관습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색다른 죽은 전통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로 낙인 받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행위 중에 성경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살피는 것이 시급하다. 정신 차리자!

/최더함 박사(개혁신학포럼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