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포틴즈 라영환
▲드림포틴즈 사무실에서 라영환 교수와 이승민 팀장(왼쪽부터)이 함께한 모습. 라영환 교수는 2년 전 둘째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픔을 겪으면서, 아들이 살고 싶었던 삶을 대신 살아주기 위해 드림포틴즈를 설립했다. ⓒ이대웅 기자
청소년들을 위한 제3회 희망 콘서트가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 사당로 총신대학교 신관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이 콘서트는 지난 2013년부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내일을 향한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드림포틴즈(Dream for Teens)와 총신대학교에서 공동 주최하고, 음향전문기업 소비코(SOVICO) 등에서 후원한다.

콘서트에서는 피아노 정지강·안인모, 바리톤 유상훈, 색소폰 박광식, 첼로 성승한 등 정통 클래식 연주자들과 CCM 그룹 소울싱어즈 등이 출연하며, 서울대 음대를 나온 유경미 아나운서(SBS)가 진행을 맡았다. 이들은 모두 재능기부로 청소년들을 위해 섬길 예정이다.

매년 6만 명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28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가운데, 드림포틴즈는 국내외 빈곤 청소년들과 중도 학업포기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어, 이들로 하여금 자아에 대한 바른 정체성과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당당하게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자 한다.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드림포틴즈는 총신대 교수인 라영환 박사가 이끌고 있다. 라 교수는 "31명에서 시작한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는 첫 해 17명의 졸업생을 배출시켰고, 그 중 16명이 풀타임 직장을 얻거나 대학에 들어갔다. 남은 한 명마저 다음 해 대학에 들어갔다. "며 "저도 인문학의 힘을 믿는다. 인문학은 학교 밖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다시 꿈을 꾸게 해줄 것이고, 클래식 같은 문화의 향유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월 조손 가정 아이들을 전시회와 콘서트 등에 데려갔더니, 아이들의 자존감이 향상되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위에서 라 교수가 언급한 미국의 기자가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뉴욕 교도소에 수감된 한 여성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도 뉴욕 중심가에 사는 사람들처럼 연극이나 미술 전시회, 음악회, 그리고 강연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그래서 라 교수도 지난 2014년부터 청소년 대상 클래식 콘서트를 열기 시작했다.

드림포틴즈 라영환
▲지난해 콘서트에서 송솔나무 씨가 연주하는 모습. ⓒ드림포틴즈 제공
'청소년을 위한 희망 콘서트'는 첫 회 200여 명(청소년 20여 명), 지난해 2회 420여 명(청소년 50여 명)이 각각 참석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SNS로만 모금해 행사를 치렀고, 올해도 지난 20일까지 740만 원을 모았다고 한다. 필요한 경비는 1천만 원 정도.

"올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만 해서 채워주심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한 의도와 좋은 뜻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연주자들은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꿈을 심어줄 예정입니다."

라 교수가 청소년 사역에 뛰어든 계기는 올해 3월 고교 여학생이 여중생들을 데리고 포주 노릇을 하다 적발됐다는 뉴스를 보고서다. 거기서 학교 중도포기자가 1년에 6-7만 명에 달하고 이들은 통계로도 잡히지 않아 정부에서 도울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중학생들이 몸을 파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만 15세 이하는 부모 동의 없이 '알바'도 못 하게 돼 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하고 먹고 놀고 PC방도 가려면 한 달에 30-50만 원이 필요한데, 가장 쉽게 돈 버는 일이 몸을 파는 것이지요.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총체적으로 돕기 위해, 먼저 학교 내 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이 연결되는 학교 밖 아이들까지 데려오게끔 하려 합니다. 내년까지는 학교 내 10대에게 인문학 교육으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이들이 주변 학교 밖 아이들을 데려오면 기업들이 후견인이 되어 일도 시켜주고 학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공부도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드림포틴즈 라영환
▲지난해 공연 모습. ⓒ드림포틴즈 제공
조직신학(종말론)을 전공한 라영환 교수는 지난해 출간된 <반 고흐, 삶을 그리다>를 비롯해 '신앙과 예술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21세기 한국 기독교 미술의 과제', '폴 고갱의 기독교적 이미지 사용에 관한 연구',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화 연구' 등 예술에도 조예가 깊고, 전시회를 열 정도의 사진가이기도 하다.

라영환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노답'이라고 하는데, 사실 진정한 '정답'은 하나님 아니신가"라며 "결국은 복음을 심어줘야 하겠지만, 인문학으로 꿈을 심어주면서 사고 자체를 바꿔줘야 한다. 요즘 반에서 1-10등 아니면 꿈이 없는데, 꿈이란 게 상위 10%만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교회들의 패러다임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라 교수는 "교회에서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생각에 찬양을 틀어주고 성경만 가볍게 가르치지만, 그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강의할 때도 철학 강의를 한다"며 "교회 수련회도 집회는 저녁 시간에 하는 대신, 낮에는 여러 방면의 전문가 20여 명을 초청해 선택강의를 진행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려면 10대 때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개정교육과정 6대 핵심역량은 자기주도,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공동체, 심미성, 지식정보처리 등입니다. 이중에 지식정보 처리만 빼면 교회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들"이라며 "이러한 화두를 교회가 모르고 있다. 세상은 창의력 계발과 자기주도학습을 이야기하는데, 교회 성경공부는 여전히 받아쓰기에 머물고 있다"고도 했다.

드림포틴즈 라영환
▲라영환 교수는 “인문학 교육은 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듣는 형태로 시작하려 한다. 강사진들은 누구나 듣고 싶도록 대학 교수들로 세우고, 무료로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그러나 '인문학'은 '인본주의'라는 교회들의 선입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라 교수는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성경만큼 이를 잘 이야기해 주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삶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게 사실 기준이 없는데, 그 기준은 결국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칼빈도 '하나님을 볼 때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서구의 인문학 자체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는데, 세상에서 지금 먼저 치고 들어와서 그런 인식이 생긴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교회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시범적으로 해 보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포동교회에서 '소명'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를 매주 화요일 6주간 진행 중으로, 주제는 다음과 같다. '크리스천이 묻고 김홍도가 답하다', '반 고흐 소명을 말하다', '막스 베버 경제를 말하다', '남강 이승훈 꿈을 말하다', '예술, 세상을 바라보는 창', '어그러진 세상 자유케 하는 복음' 등이다.

라영환 교수는 드림포틴즈를 통해 작게는 이 땅에 이런저런 일로 소외된 이들, 한 번 기회를 놓쳐 다른 기회를 잡을 길 없는 아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를 주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에게 '꿈'보다 '잡(Job)'을 주려 해선 안 되고, 사유하는 능력과 자존감 회복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교회가 지역사회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은 교회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교회나 개인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역사회에 나눠주면 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나라의 주인공으로 변화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회자되는데, 예수님 당시에도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사렛에서도 선한 것이 나올 수 있음을 이 아이들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공연 문의: 02-583-2157

드림포틴즈 라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