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뇌 영혼 신
인간의 특별함은 신경생물학적 관찰이 아니라, 신학에서 나온다

신경과학과 진화학의 발전, 특별히 뇌 연구와 진화심리학은 영혼과 종교의 실체를 물리적으로 파악하게 만든다. 더욱이 동물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인간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로 여기게 하는 경향이 있다.

말콤 지브스는 심리학자의 입장에 서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답하기 위해 본서 <마음, 뇌, 영혼, 신>을 썼다.

저자는 가상의 심리학과 신입생인 '벤'을 내세워 대화체로 진행하는데, 그가 던지는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 속도가 가속화되면 정신 작용이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로 모두 환원되어 버릴까요(38쪽)?"

"유전적 구성 때문에 종교를 갖는 일이 더 쉬운 사람이 따로 있는 걸까요?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일까요(65-66쪽)?"

"어떤 일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는 생각은 모두 착각 아닌가요? 나는 나의 뇌가 하고 있는 일, 또는 이미 해버린 일을 보고할 뿐인건가요(75쪽)?"

"신약 성경은 영혼을 어떤 의미로 쓴다고 생각하세요(112쪽)?"

"그리스도인 친구들은 영혼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임사체험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 너머에 별도의 존재 영역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주장해요.... 임사체험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124쪽)?"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에게도 도덕률이 있느냐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하나가 또 사라졌다는 뜻인가요(150쪽)?"

"그리스도인들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227쪽)?"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의 입장은 '이중양상 일원론자(dual-aspect monist)'라는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비록 표현은 다르지만, 낸시 머피의 그 유명한 '비환원적 물리주의(non-reductive physicalism)'와 유사하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마음과 뇌가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의 두 측면이라고 본다."

이것은 소위 '창발'(emergence)이라 불리는 현상과 연관된다. 인간은 세포로 만들어져 있다. 각 세포는 자의식이나 인지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세포가 특정 질서에 맞게 구성될 때, 마음 혹은 의식이 생겨난다.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이러한 총합으로 인해 새로운 능력(capacity)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창발이다.

이러한 인간만의 능력을 강조하는 사고는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라는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관을 지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말콤 지브스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보수적 성경관 및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말콤 지브스는 비물리적 실체인 영혼이라는 개념을 버리면서도, 동시에 동물이나 (비록 언급되진 않지만) 인공지능과는 다른 존재로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그려내려 노력한다.

그렇다면 이제 위의 질문에 맞추어 말콤 지브스의 입장을 들어보자. 우선 그는 모든 것이 환원된다고 주장하는 (심리학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맞다면,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것도 무의미한 수다에 불과하게 될 뿐이라고 논한다. 물론 이것은 수사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주장이지,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두 질문은 유전자와 자유의지에 관한 것이다('자유의지(free will)'라는 표현은 신학적인 것으로, 근대 들어서는 대안적 용어로 선택(choice)이나 의사 결정(decision-making)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하다). 중간 매개 없이 여러 요소(전기자극 등)가 어떤 선택과 의사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물리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창발의 개념과 톱 다운 시스템(상의하달 시스템- 생각이 뇌를 통제한다는 주장)을 도입한다. 그리고 그러한 '신 유전자'는 없다고 못박는다.

그럼에도 최근 옥시토신 분비가 CD38 유전자를 지닌 남성에 한해서 고차원적 존재에 대한 신념을 강화시킨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으며(http://m.scan.oxfordjournals.org/content/early/2016/06/22/scan.nsw078.abstract?sid=fd737118-3f39-4eae-b74e-3292411d2e0d), 자유의지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고 할 때 소위 뇌의 준비전위(Readiness Potential)는 결국 뉴런의 노이즈(neuronal noise)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nhum.2016.00262/full).

물론 실험과 논문은 서로를 논박하고 있으며,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이 본서에서 지적된다. 실제로 자아, 정체성,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과 사고는 우리에게 도덕적 책임과 인간 존엄성 등을 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실재하는지 아닌지는 실험으로 증명될 수 없다. 다만 그렇기에 말콤 지브스도 리벳이나 핼릿 실험을 설명하고 나서, 그것이 지니는 과학적 함의가 아닌 도덕적 함의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말콤 지브스는 fMRI를 통해 기도나 명상 혹은 임사체험시에 나타나는 뇌에서 활동하는 뉴런의 산소 소모량을 측정하는 일들이 밝힌 바대로, 실제 그런 것으로는 영혼에 대해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뇌 영상만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나 행하심에 대한 분명한 증거나 방증이 될 수 없는거야(194쪽)."

필자가 알기에, 스위스 신경과학자 올라프 블란케는 누군가의 좌측 측두정엽에 자극을 주어 '그림자 인간(shadow person)'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동시에 말콤 지브스는 구약의 사무엘을 불러오는 엔돌의 여인이나 바울의 삼층천 신비체험 등에 대한 다양한 성서 해석을 언급하면서, 기독교 인간론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에 일어날 육체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동물과 인간에 대해 다루는 부분은 진화심리학과 연결된다. 진화심리학은 비교적 신생 학문이지만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진화심리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명하는 종교란 사회 결속을 위해 진화된 인간 본능이며, 이는 어느 종교도 피할 수 없는 특성이자 호모 사피엔스의 특성이다(물론 종교 유전자 같은 건 없다).

동물과 인간은 종의 특성의 차이가 있을 뿐 겹치는 부분도 많으며, 영장류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도덕의 기초인 호혜성(reciprocity)이 동물 세계에도 존재한다. 말콤 지브스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간의 특별함은 신경생물학적 관찰이 아니라 신학적 전제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시인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인간의 영성과 종교의 입장이 다뤄진다. 말콤 지브스는 우리가 겪는 정신질환(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 등)은 육체적 질병처럼 대해야 하며, 따라서 그러한 질병은 영성이라 부르는 것에 영향을 미칠지라도, 이러한 지식은 상대가 죄에 빠져 있다는 공격을 하지 않게 한다고 주장한다.

말콤 지브스에 의하면, 종교가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 즉 하나님의 유무는 결코 과학 연구로 증명될 수도, 부정될 수도 없다. 오히려 최신 연구 전선에서 하나님의 피조 세계와 인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경건한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콤 지브스는 말한다.

이 책은 쉽지 않다. 수많은 논문과 실험이 등장하고 전문 용어가 나오기에, 비전공자들이 읽기가 매우 어려우며,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심리학자-그리스도인의 서적인 만큼, 이 주제에 대한 세 가지 아쉬움이 밀려온다.

첫째로는 신학적 논의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성서신학적 주장뿐 아니라 기독교철학적인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 기존 인간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도적 침묵이 느껴진다. 기존 영혼관을 수정하게 될 때 찾아오는 여러 논의(예를 들면 그리스도의 두 본성이나 인간의 중간 상태 및 원죄 등)가 재검토되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책에서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거의 없다.

둘째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가 없다. 의식을 지닌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할지에 대해선 미지수이지만, 사실상 그것은 '의식'에 대한 정의에 따라(예를 들면 줄리오 토노니의 의식에 대한 통합정보이론은 빅데이터와 딥러닝에 기반하여 구현될 가능성을 띄고 있다)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셋째로는 뇌와 관련된 질병을 가진 자가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 있는지(이미 가졌다가 잃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소통이라는 것은 실재인지에 대한 목회적 담론이 부족하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러하겠지만, 영혼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용은 바로 신앙의 실존에 대한 것이다.

과연 이전과 동일한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단순히 학문적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까? 말콤 지브스는 이러한 통합적 관점까지 제시하지는 못한 듯 하다. 국내에 이전에 없던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쉬움이 있다.

/진규선 목사(서평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