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 납북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단상 왼쪽부터 김규호·최규명·박상증·김성호·안희환 목사. ⓒ사업회 제공
북한선교자기념사업회(공동상임회장 김성호·고환규 목사) 주최 제2차 포럼이 '납북 순교 성결교회 지도자의 삶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22일 오후 서울 아현성결교회(담임 조원근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성결교회 지도자들이 6·25 당시 납북·순교한 66주기를 맞아 개최됐다. 성결교회 주요 목회자들은 다른 교단들과 달리, 전쟁 발발 후에도 피난을 떠나지 않고 교회와 성도들과 함께하다 북한군 후퇴시 대거 납북당했다.

당시 박현명 총회장과 유세근 목사(장충단성결교회), 교단 신학교인 서울신대 이건 교장과 김유연 교수(신공덕성결교회), 최석모 교수(아현성결교회), 박형규 사감 등 교단 주요 인사들이 모두 희생되면서, 교단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포럼은 개회행사와 토론·발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좌장에는 초대 총회장으로 납북돼 순교한 박현명 목사의 아들 박상증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가 나섰다.

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 납북
▲이날 포럼에서 다뤄진 납북 순교자들. ⓒ사업회 제공
박 목사는 포럼에 앞서 "본인의 부친 박현명 목사를 비롯한 6인의 납북순교자들을 기리는 이번 포럼은 제 개인과 가족사를 넘어 한국교회가 큰 부흥을 이루는데 한알의 밀알이 되어 사라진 순교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거룩한 발걸음"이라며 "납북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후세들에게 알려 귀감이 되도록 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첫 발제는 '납북된 성결교회 지도자들의 삶과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성결교회역사연구회 회장 최규명 목사(샤론성결교회)가 맡았다.

먼저 이건 교장에 대해 그는 "명석한 두뇌로 남보다 앞서나가 20세에 초등학교 교사가 됐던 분으로, 그 3년 전인 17세 되던 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학문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대학에서 공부했고, 돌아와서 경성성서학원에 입학해 체계적으로 신학을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또 "일제의 강압과 시련 속에 신사참배의 형극과 역경을 맞았지만,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않고 사중복음을 순수하게 지켜 나가셨다"며 "일본 신사의 망령과 싸워 이기고 해방을 맞은 가운데, 교회 재건을 위해 꼭 있어야 했던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현명 목사에 대해서는 "성서학원 졸업 후 독립문교회에서 4년 시무하고 일본 동경교회로 가서 6년간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며 "일본으로 갈 때 죽음을 각오했고, 실제로 죽음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살게 됐다'고 증언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당시 '는 죽음으로 주께 충성했으나 주께서는 나에게 죽음을 주시지 않았다. 여생을 주께 바치고, 남은 죽음을 가장 값있고 의미있게 죽어 보련다'고 했다고 한다.

해방 후 다시 소집된 총회에서 초대 총회장에 선출되고, 이후 4차례나 총회장을 역임한 박 목사는 1948년 미국으로 잠시 유학을 떠났다 1950년 4월 귀국했는데, 두 달만에 전쟁을 맞이하고 결국 납북됐다. 최 목사는 "박현명 목사는 교단 정치제도를 대의제로 전면 개편하고, 교단 의회정치 발전에 공헌하는 등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 납북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회 제공
최석모 목사에 관해선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변명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목회자였다"며 "명예욕과 물욕 등 많은 유혹을 이겨냈고, 자신에게 검소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베푸는 일을 서슴없이 하셨던 분"이라고 했다.

일제시대 만리현교회를 개척하고 활천사 주필로 일하던 김유연 목사에 대해서도 "1943년 일본 경찰들이 들이닥쳐 연행되면서, 설교노트를 모두 압수해 갔고 혹독한 취조를 당하기도 했다"며 "전쟁 중 핍박이 극심하니 도피하자던 권유를 뿌리치고 교회와 신학교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결국 납북되셨다"고 했다.

최규명 목사는 "납북 순교자들의 자료가 많이 흩어져 있어, 자료를 정리하고 연표를 작성하는데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납북된 목회자들의 고결한 발자취를 조사하면서, 그 분들이 교회를 사랑하고 철저하게 복음을 위해 헌신한 모습들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 납북순교자들의 삶을 후세들에게 전달하여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납북자들에 대해 잃어버리고 있는 이 때에 사업회가 그들을 위한 관심을 다시 불어넣어 일으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늦었지만 이렇게 발굴하여 드러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고귀한 사역자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반성과 함께 그 분들이 기독교 본질에 충실하려 했던 것들을 본받아 거룩한 유산으로 후대에 전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유연 목사의 아들인 김성호 목사(몽골북한선교캠프 이사장)는 '납북 과정과 납북의 길, 수용소에서의 순교 증언에 대한 소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북한은 왜 10만 명에 이르는 사회 지도층 민간인들까지 대거 납북해 갔는지 의문"이라며 "김일성은 이에 대해 '주요 인재들이 대거 월남했기 때문에, 한국 점령시 '인테리'들을 대거 납치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신학교 교수들을 대거 납북한 분명한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도 "황장엽 씨 생전에 몇 차례 대화를 나눠보니, 당시 조만식·이기백 장로가 북한 전역을 강력하게 이끌던 모습에 김일성이 충격을 받고,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이용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납북된 기독교 인사들과 동행했던 분의 증언록을 보면, 그들은 열악한 수용소 환경 때문에 병들고 죽어가면서도 공산당의 회유와 인민군의 공갈·협박에 전혀 굴하지 않고 신앙의 절개를 지켰으며, 순교를 각오하고 전도를 한 기록까지 나타난다"며 "납북자들은 함께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면서 서로 위로와 격려를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특히 이건·김유연 목사의 경우 당시 북한 내 지하교회 지도자들이었던 김인준·박상철 목사와 한 할머니를 통해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며 "그러다 보위부에 발각돼 어디론가 끌려 나간 것이 목격담의 마지막이어서 순교했으리라 보고 있다"고 했다.

김성호 목사는 "서울 함락 전날 '장·감·성' 대표들이 모여 '신사참배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남은 성도들을 돌보는 것이 목회자의 본분'이라며 서울을 사수하기로 결의했지만, 먼저 '서울 사수'를 주장하던 분들은 그날 밤 모두 한강을 넘었고 제 부친을 비롯한 일부 목회자들만 남았다가 결국 인민군에 강제로 끌려갔다"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한국교회가 너무 모르고 있어, 납북 순교자들이 복음을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와 같이 던졌던 고귀한 삶을 조명하는 일 역시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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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후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회 제공
이후 토론에서 김규호 목사(선민네트워크 대표)는 "납북 순교자들을 있었다는 말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 분들이 어떤 삶을 사셨고 어떻게 순교했는지 잘 몰랐는데, 병들고 나이 늙어 피난 갈 엄두를 내지 못해 남은 성도들을 버리고 갈 수 없어 죽음을 각오하고 교회를 지킨 너무나 고귀한 신앙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주님 앞에 순교는 못할 망정, 순교자들을 망각하는 죄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념사업회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순교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순교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한국교회사 학자들의 많은 연구와 우수 논문 발표자들 대상 포상금 지급 사업 △북한순교자기념주일 제정과 공동 설교문·기도문 작성 △기념비 건립 △주일학교 공과에 납북 순교자들의 삶 조명 내용 작성 △각 교단과 한기총, 한교연, NCCK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에 상설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안희환 목사(기독교싱크탱크 대표)도 "주기철·손양원 목사님 같은 순교자들을 모르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없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끝없이 그들의 고귀한 삶을 알리고 전했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한국교회 성도들이 납북 순교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각 교단과 신학대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이제라도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목사는 "젊은이들에 맞는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SNS를 통해 보급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큰 자랑거리가 새벽기도, 세계선교 등 많지만, 많은 순교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더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선 개회행사에서는 고환규 공동상임회장(생명과인권디아코니아 대표)의 개회사, 조원근 목사의 순교자 추모기도, 여성삼 기성 총회장과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의 축사, 윤현종 회장(한국예술문학진흥회)과 강사근 대표(대한민국미래연합)의 격려사 순으로 진행됐다.

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는 북한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북한정권에 의해 희생된 순교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투철한 신앙을 후세에 알리며, 그들의 고귀한 순교정신을 이어받고자 2015년 3월 조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