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호 박사(홀리랜드대학 구약학 및 유대학 교수).
▲정연호 박사(홀리랜드대학 구약학 및 유대학 교수).
기독교의 첫 다섯 세기, 곧 교부 시대에 두 가지 중요한 기초가 놓인다. 한편으로는 기독교의 교리 등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의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한 기초로서 반유대적 입장들이 표출되었다.

종종 갈등은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다. 친한 벗이 되지 못하면 원수로 전락될 수 있는 관계가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역사적으로 친한 벗이 되지 못했다. 구약성경이라는 경전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유대교와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갈등관계를 맺어 왔다. 이 갈등관계는 기독교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음은 이미 전술한 바와 같다.

기독교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교부들에 의해 주장되었고 서구신학을 지배해 온 신학이 대체신학이었다. 이스라엘은 '영적 이스라엘'인 교회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기독교의 뿌리로서의 유대교를 전적으로 부인하는 신학이었을 뿐 아니라, 유대교와 유대인을 악이요 마귀적인 존재로 보는 출발점이 된다.

정연호 칼럼
▲모든 악한 일의 배후는 유대인이라는 주장을 담은 그림.
이미 전술한 바와 같이 많은 교부들은 모든 유대인은 근본적으로 혐오스러운 존재이며 그들의 악한 특징을 그들의 후손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유대인이 설사 세례를 받는다 하더라도 "유대인의 불신앙의 역한 냄새"를 완전히 씻어버릴 수 없다고 했다. 2세기의 기독교 변증가였던 저스틴 마터(Justin Martyr)는 유대인들을 이단과 연결시키면서,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모세의 율법을 주셨던 이유는 태생적으로 죄가 많은 유대인의 악을 다스리기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어거스틴은 어떤 유대인도 그리스도를 배척한 죄와 그리스도를 죽인 흔적을 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그들의 부모 안에 있는 유대인의 악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어거스틴의 선생이었던 제롬은 모든 유대인은 가룟 유다이고 태생적으로 주님을 돈으로 팔아버린 악한 피조물이라고 주장했다. 존 크리소스톰(Chriysostom)은 유대인에게는 속죄를 위한 어떤 기회도 없다고  보았다. 주후 7세기의 "세빌레이의 이시도레(Isidore of Seville)는 "구스인이 그 피부를, 표범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있느뇨?"라는 예레미야 13장 23절을 인용하면서 유대인의 악한 성격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8세기의 다마스커스의 요한은 하나님이 유대인에게 샤밧(안식일)을 주신 이유는 그들이 완전히 물질적인 것에만 치우치는 악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치의 반유대인종주의의 모든 초기 형태가 교부들에 의해 형성되었던 것이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와 나치즘

거의 모든 나치의 행정적 명령, 예컨대 게토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노란 별을 달게 한다든지 그리고 강제 이주를 시킨다든지, 한 장소에 모아서 집단 학살을 하는 등은, 교부 시대부터 유대인들을 벌레요 악마로 정죄하는 교회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히틀러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죽임을 당했다. 피터 하이에스(Peter Hayes)는 '교훈과 유산들'(Lessons and Legacy)이란 그의 책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있던 와중에 2만 명의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이 유대인 흡혈귀들을 죽이고 산 채로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잡아 넣거나 오븐에 구울 계획을 세웠다고 쓰고 있다.

정연호 칼럼
▲'피의 제의'. 크리스천 아이의 피를 빠는 유대인 그림.
종교적인 이데올로기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치적·경제적·군사적·사회심리적 요소들이 합쳐져서 유대인 대량 학살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정치·경제·사회·군사 등 모든 영역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이었다. 이들은 교부 시대부터 내려온 반유대주의, 곧 유대인을 악과 마귀로 정죄하는 반유대적·종교적 신념을 먹고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반유대적인 종교적 신념이 나치의 "유대인 최종 해결책"과 결합되었던 것이다. 나치의 유대인 박멸 계획을 실행케 하는 사상적 전거가 되었던 것이다. 교회와 신학자들의 언어는 서구사회의 종교적 문화를 형성하고, 유대인에 대해서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고 악마적이라고 보는 개념적인 뼈대를 제공하면서, 유대인들을 반역자로, 살인자로, 그리고 질병을 옮기는 쓰레기와 곤충으로 보는 안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부 시대는 후세대에게 뚜렷한 공과를 남겼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던 반면에 나치의 유대인 박멸의 기초를 제공했다. 다시 말해, 나치가 지클론(Zyklon)이라고 불리는 살충제를 이용하여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죽이기 전에 나치에게 유대인들을 반역자로 살인자로 또 전염병을 옮기는 쓰레기요 악마요 곤충으로 보게 하는 교회의 반유대신학의 터를 닦아 주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교부들의 주장이 중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났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